장애인 이용자와 길음시장의 이모네 포차에 또 들렀다. 이곳은 얼마전에 형호씨와 형호씨의 활동보조인인 존도우와 함께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술집을 찾다가 들르게 된 곳이다. 소주, 막걸리, 맥주와 치킨, 포장마차에서 팔법한 많은 메뉴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곳이다.
장애인이 술집을 들른다는 것은 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장애인을 활동보조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술집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비장애인들이 쉬이 드나들 수 있는 비교적 값이 싼 술집들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시설을 해놓을 정도로 사정이 넉넉한 곳이 드물어서,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술집들은 대게 아주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탓으로 비싼 술집이거나, 목 좋은 1층에 있어 음식값이 비싼 곳일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쉽게 찾기 어려운 까닭으로 나와 이용자는 본의 아니게 특정 술집의 단골이 된다.
그런 와중에 재래시장이라는 장애인 비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비교적 휠체어가 들어가기가 쉬운 술집을 찾았으니, 우리는 그곳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모네 포차에 또 들르게 된 것이었다.
이용자와 제육볶음, 석굴, 소주와 맥주 등을 잘 먹으며 한 시간 가령을 보낼 즈음이었다. 자신을 사장이라 소개하는 아주머니가 아프신 분이 술을 이렇게 드시면 되냐는 이야기를 꺼낸다. 술이 몸에 좋지 않으니 안 드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아픈분을 이곳에 데려오지 말아줬으면 좋겠노라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그저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의 하나로 하는 말씀인 줄을 알고, 술집에 온 것은 내가 ‘데려온’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용자분의 의사이며, 이분은 아픈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드렸다. 특별히 술이 떡이 된다고 하여 몸을 못 가누는 분이 아니기에, 이분은 술 안 드셔도 몸을 못가누고, 술 드셔도 몸을 못 가누며, 별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못 마실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럼에도 이 아주머니 막무가내였다. 술은 몸에 좋지 않으며, 아프신 분에게 술을 팔기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머니는 몸에 좋지 않은 술을 왜 팔며, 마시고 마시지 않고를 왜 아주머니가 판단하느냐고 대거리를 했다. 아주머니는 그 판단을 자신이 하고 있으며 몸 아프신 분께는 술을 팔지 않겠다고 하였다. 병신은 술도 먹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거냐고 따지자, 그렇게 따지듯 말하지 말라 한다. 오늘 계산은 하지 말고 내일부터 오지 말라 하였다. 사장 아주머니는, 계산서를 찢어 종업원에게 건네며 이 테이블은 계산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렇게 소란이 이는 도중 이용자는 마음이 상해 나가자고 하였다. 이 정도 불의면 영업방해 정도는 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챙기며 사장에게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친다. 사장은 영업장 내의 다른 고객들이 신경 쓰이는지 나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강짜를 길게는 못하고 대략 몇 초간 놓은 뒤에 이용자의 휠체어를 몰고 나오며, 아주 보란 듯이 큰소리로 캬악~ 퉤! 마른침을 뱉어주고 나온다. 이왕이면 감기라도 들어 진득한 가래침이었으면 좋으련만, 나의 침은 너무도 청량했다.
존도우와 형호를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터였다. 전화하는데 때마침 나타난다. 상황 이야기를 듣고 존도우는 어느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고, 나는 그 사이 내 분이 풀리지 못한 찌질함 탓으로 다시 가게로 들어가 사장에게 장애인 차별 금지법 운운하며 신고하겠노라 엄포를 놓았다. 사장은 당당하게 그러라 한다. 사장의 관심사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빨리 나갔으면 하는 모양이다. 빨리 나갈 것을 재촉한다.
그곳을 나온 우리는 또다시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술집을 찾았다. 시장을 배회하다 근처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그 난리 속에서 술값은 굳었으니 좋지 않느냐는 농을 건네 보았다. 이용자는 술값 굳었으니 이 술판 값은 자기가 치르겠노라 한다. 그 술판의 술안주는 이모네 포차였고, 이용자와 술집을 다녔던 그 어느 날보다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통쾌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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