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행 딱딱한 침대 기차표. 유스호스텔에서 48원을 대행 수수료로 챙겼다

 

1.

9시가 넘어 청두역에 도착했다. 옆자리 아줌마가 아침에 사과하나를 준다. 같이 사과를 먹었다. 아침사과는 금사과인가. 내릴때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준다. 덕담같다. 역을 나와서 젊은 아줌마와 아침을 먹었다. 아줌마이름이 이진이다. 고기야체볶음, 마파두부, 감자채볶음요리를 시켰다. 내가 조신하게 먹는 모습을 보고 핀잔을 준다. 그리고 터프하게 먹는 모습을 보인다. 먹으라며 고기야체볶음의 고기를 골라 내 밥위에 모두 얹어준다. 성의가 고마워서 억지로 삼켰다. 내가 묵을 숙소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중국 젊은 아줌마와 헤어졌다. 엽서 보내기로 했는데 중국어로 어떻게 편지를 쓰지?

 

2.

내가 찾던 교통빈관은 버스 종점 바로 앞에 있었다.3인 도미토리가 40원인데 겨울이라 30원으로 할인받았다. 키를 받고 419호에 들어갔다. 25살 이스라엘 남자 한 명이 있다. 다른 한명은 쿤밍으로 오늘 떠났단다. 이 이스라엘인은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폴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왔고 내일 태국으로 간단다. 처음으로 열차에서 하루밤을 자서인지 피곤에 조금 낮잠을 자고 샤워를 하고 거리로 나섰다. 바로 앞 진강은 별로 깨끗하지는 않았다. 주로 어른들이 쉬고 계셨는데 주로 침을 맞고 있었다. 강을 건너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자 사천대학 분교쯤 되는 학교캠퍼스가 나왔다. 식당에 들어가보았다. 메뉴의 가짓수가 놀라웠다. 한 200가지 쯤 되보였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100원 남짓. 학생마다 충전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먹을 음식앞에 바코드를 찍었다. 청두에 오래 머물렀다면 매 끼니 여기와서 먹겠구만.

 

3.

걷다보면 어느순간 피로가 풀리고 좀 더 힘이나는 때가 있다. 좀 더 도심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화려한 네온사인 중심거리를 들어섰다.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젊은이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데 남경대학살로 30만명이 죽었다. 잊지말자 일본군 만행. 등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젊은 사람들이 시민단체 같이 이런 피켓을 들고 있을까? 동원된 것은 아니어 보인다. 중국의 물질만능에 대해 도덕주의적으로 접근하는 발상일까? 청두라는 도시는 파리등 유럽도시를 모델로 만들었단다. 중앙 모택동 탑을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구성되었는데 실제 번화가 중간중간 베이징 낙양 서안에 없는 밴치들이 많았다. 야체빵 하나를 사먹었는데 사천성 음식 특유의 강한 향신료 맛이 느껴졌다. 중국 음식중 상차이와 더불어 쉽게 익숙해지기 힘든 재료가 사천후추란다. 아주 매운 야체빵이었다.

 

4.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이스라엘인과 잠깐 음악얘기를 했다. 조금 있으니 외국인 하나가 들어오는데 잉글란드 인이다. 중국 10대 학생들에게 영어로 화학을 가르친다는데 선생같아 보이질 않는다. 내가 인도를 간다하니 바리나시가 가장 좋았단다. 난 밀린 일기를 쓰느라 대화에 간혹 끼는 수준이었는데 이 두 여행 베테랑이 만나니 말들이 빨라진다. 참 남자들의 대화라는게 소재가 세계공통이로군. 이스라엘인이 중국에서 일제 일랙트릭 기타를 친다. 먼저 음악얘기다. 레드제플랜 굿. 핑크 플로이드 나도 고등학교때 열광했었는데. 거기서 넘어가 중국여자가 몸매가 죽인다며 몇 명을 만나보았냐, 거기서 더 나가 난 안젤리나 졸리가 색시하다 난 케터린 제타 존스다, 다시 축구로 넘어가 어제 첼시가 어찌어찌해서 2대 1로 이겨 프리미어리그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 티비에 중국인들의 영어 발음이 어찌이리 웃기냐 저 뉴스 중국여성앵커가 이쁘다며 계속 둘이서 킥킥킥킥댄다. 내가 이런 수준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듣고 있자니 못 바줄 일이다.

 

5.

기침의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 약도 먹고 더운 차도 연신 들이키지만 어쩔 수 없다.시간이 지나야 된다.

 

041213 (월) 여행 18일차

(잠) 교통빈관 3인실 도미토리 3900원(30원)

(식사) 아침 2470원(19원)

(이동) 버스 2번 390원(3원)

(간식) 만두 130원(1원)

          야체빵 260원(2원)

          맥도널드콘 260원(2원)

(기타) 손전등 520원(4원)

          숫자형자물쇠 1690원(13원)

          인터넷 30분 650원(5원)

..................................................총 10,270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2/15 23:33 2004/12/15 23:33

Trackback URL : https://blog.jinbo.net/aibi/trackback/21

  1. 고양이
    2004/12/16 10:46 Delete Reply Permalink

    바리나시가 아니라 '바라나시'라고 하죠. 동생이 그 근처에서 5년 있다가 왔잖아요... ㅋㅋ 좋겠다. 부럽구만. 근데 카메라 잃어버렸다면서 어케 사진을 찍었지?

  2. 사막은
    2004/12/16 13:48 Delete Reply Permalink

    사진 프래임을 보니 아마도 즉석사진, 폴라로이드 사진이 아닐까? 그거 스캔받아서...오늘 힘기관지를 보니 여행기가 실리던데... pc방 그게 어디까지 있을까..암튼, 감기 빨리나으시고.

  3. 살아있었네
    2004/12/18 01:58 Delete Reply Permalink

    인제 좀 능숙한 여행자가 돼가나보네요.
    여행기 잘 읽고 있으니 계속 수고

  4. kanjang_gongjang
    2004/12/19 19:33 Delete Reply Permalink

    안식년 해외여행 가긴 갔군요.
    돌아오면 소주나 한잔 합시다. 김승만...

« Previous : 1 : ... 682 : 683 : 684 : 685 : 686 : 687 : 688 : 689 : 690 : ... 706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