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진 탕구 신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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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한 두시간 일찍 중국 탠진 탕구신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오늘은 6시에 눈이 떠졌다. 활동할때 극히 드물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원래 계획은 저녁에 항구에 도착하면 하루자고 다음날 천진 북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탕구항에 내리면 7800원(60위안)에 베이징 위쪽인 언어문화대학앞에 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해서 무리하지 말고 일단 베이징까지 가기로 했다.

 

2.

탕구항의 규모는 음 이런게 중국이군 할 정도로 넓었다. 입항 인공 방파제를 지나서도 한 참을 지나고서야 배가 육지에 몸을 붙이기 시작했다. 내려서 선상비자를 받았다. 처음엔 주민등록증이 없어 선상비자를 어쩔 수 없이 신청했는데 영사관에 가느니 이게 편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30살 친구는 탠진에서 사업하는 친척형이 마중나오기로 했고 27살 공부하겠다는 친구와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어제 배에서 셔틀버스 탈 사람에게 종이 한장씩을 나눠줬는데 돈내는 티켓도 아니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27살 친구가 먼저 수속이 끝나고 셔틀버스에 타려했는데 그 종이가 없다고 못타게 하는 것이 었다. 그 친구는 어제 자느라고 종이를 받지못했다. 자리도 많이 남아있고 우리 사고 라면 당연히 태워주는 것인데 종이가 없어 안된단다.

중국인 문화에 대한 어떤 글에서 중국인들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규정에 어긋나면 절대 유두리 같은게 없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상황이 그 상황이었다. 혜택이 있는것도 아닌데 굳이 해 줄 필요없고 그래본적도 없다는 얼굴이다. 아주 인상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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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하면서 중국어를 좀 보기는 했는데 막상 한 마디도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당황스러움 걱정이 밀려왔다. 그 친구는 자기는 알아서 갈테니 타라고 한다. 하지만 얼굴은 죽을 상이다. 하루지만 그 친구를 혼자 보낼 수는 없는일, 같이 나서기로 했다. 중국어 좀 하는 유학생이 흥정해줘서 3600원(30위안)에 탕구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터미널가는 택시에서 찍은 거리 상점. 아씨슈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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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가면서 수 많은 걱정 근심이 밀려왔다.

해외여행 초자인 내가 누굴 도울 처지가 되나.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젠 어떻게 하지...

택시는 작은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앞의 사설 택시들. 검은색 그랜저 같은 차들이었다.

우리에게 와서 50위안 지폐를 흔들며 타라한다.

내가 싫다고 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왔다. 직행버스의 가격은 41원이었다. 2`30분 간격으로 있다고 한다.

그 친구가 얼마 차이가 안나니까 자가용 타자고 했다. 그러자고 해서 앉았는데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2명만 태워 갈 사람이 아니구나. 이 차는 신촌에서 일산가는 총알택시와 같이 4명 채워서 가는 차였던 것이다.

젊은 친구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서 얼마면 바로 갈 수있는냐고 유학생 친구와 사설택시대빵을 핸드폰으로 연결시키고... 난 차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애써 침착한 척 하면서 이런게 여행이야 이런게 여행이쥐하면서

중국인 두 명이 타기로 해서 드디어 차는 북경으로 출발했다.

서서히 서쪽으로 몸을 움직이겠다는 내가 중국 첫날부터 총알택시를 타게 될 줄이야


사설택시 뒷자리에서 북경가는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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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뒷 자리 오른쪽에 앉았고 중간에 앉은 중국인과 회화책을 펼치며 말을 걸었다. 머랄까 거의 처음 듣는 중국말이지만 이 사람이 괜찮고 순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서 쓰는 한자인 번체자가 아니라 50년대 부터 이를 편하게 만든 간체자다. 간체자의 발음기호를 병음이라하는데 회화책에 나와있는 병음발음을 직접 해주고 내가 따라하고 그렇게 중국땅에서 첫 사람을 만났다. 이름을 회화책에 써주었는데 간체자라 옥편을 바도 알 수가 없다.그는 결혼을 했는데 아이가 아직없다 3명의 누이들은 다 결혼했단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삼성 애니콜 핸드폰으로 병음기호를 치고 뭘 누르니 황이란 단어가 뜬다. 중국발음으로 내 성인 황은 후~앙으로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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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 도착했다. 이 사람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점심 식사 함께 등등 단어를 회화책에서 찾고 있는데 그래서 점심을 먹으면서 당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알고싶다. 여관비를 낼테니 집에서 좀 재워달라고 할까?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의 운전사가 먼저 내리라 한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한 30대 초반 쯤 되는 눈이 선한 중국남자. 북경에선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은데 아쉽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나오기로한 유학생 친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친구는 더 열을받고 나오지마 하면서 크게 소릴 지른다. 결국 그 친구가 돈을 내겠다 택시로 오도구라는 유학생지역으로 가자고 했고 그렇게 했다. 론리 플레닛 지도 상에는 이 정도 먼 거리가 아닌데 택시는 외각도로를 질주하고 미터기는 올라간다.


택시안에서 오도구라는 한국인 유학생 밀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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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택시는 크기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이 택시는 1600cc짜리로 중형에 해당된다고 한다. 10000원이 넘은(79위안)돈이 나왔다. 말로만 듣던 북경 바가지 택시를 탄 것이다.내가 돈을 내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친구인 유학생 2명이 마중나왔다.

한 친구는 99년에 중국에와서 중간 군대다녀오고 다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법을 공부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매년 법이 큰 폭으로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변화가 많다는 얘기다. 베이징어연대학만 해도 7000명의 한국유학생이 있다고 한다. 세칭 일류대학인 북경대 청화대는 1000명정도의 한국유학생이 있는데 이중 졸업생은 손을 꼽는다고 한다. 한 10명내외란다.

원래 이곳이 북경의 북부 변두리였는데 한국인들이 집값을 올려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10시 11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12시넘어 술먹고 크게 소리가나면 저기 또 한국인이지 라고 혀를 찬단다. 자기가 다니는 학교는 이곳에서 30분정도 떨어져 있는데 한국사람을 생전 처음본 중국인들이 잘 대해준단다. 하지만 자기들간의 대화에서는 소국이라는 말도 나오고 중국인과 깊게 친해지기는 만만치 않다고 한다. 중국에서 한류열풍은 실제로 불고 있단다. 어른들이 걱정할 정도로 한국 따라 배우기가 유행이란다.  

여기서 하루 싼 여관에 묵으려 했는데 없다. 한군데는 40000원(320위안)이 넘게 달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싸다고 하는 북림빈관에 가서 26000원(200위안)에 짐을 풀었다.

 


내가 처음 묵었던 북림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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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침대 두개의 방으로 크고 깨끗하다. 차마시는 큰 보온병을 준다. 이제 정말 이제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도 먹어야 되고 밖으로 나왔다. 길 건너 상가쪽을 둘러보았다.

내가 묵는 빈관 1층 요리집은 요리하나에 5-6천원 정도인 최고급은 아니지만 고급 식당이다.

길 건너 상가엔 좀 더 낮은 급 식당들 요리하나에 일 이천원대의 식당들 이 곳 서민들이 나와 먹는 식당이 모여 있다. 마음에 드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프린트해 온 먹을 만한 음식 제목과 메뉴판을 비교해보았다.

진짠로우스를 시켰다. 돼지고기를 앏게 볶다가 춘장을 넣고 파채위에 올려놓고 싸먹는 요리와 볶음밥을 시켰다. 가격은 합이 2600원(20위안)이었다. 별로 맛이 없었다.

식당오기전 슈퍼앞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650원어치(5위안)만 덜어 달라는 의도로 말을 했으나 포기했었던 그 곳에 다시가서 오랜지 2개를 집었다. 아주머니가 얼 콰이(2위안, 260원)이란다.돈을 주고 아주머니에게 고맙다 다시오겠다 (짜이지엔)이라 인사했다. 아주머니의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공대 10대가수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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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숙소로 오는 데 숙소 바로 옆이 대학이다. 북경임오대학인가 대학안으로 들어갔다. 대학 체육관에서 무슨 공연이 있는거 같아 들어갔는데 공대 제2차 풍이형(바람은 형태를 만든다는 뜻일까) 10대가수가요제 결선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성방송 가요제의 판박이 같은 진행이었다. 조금 보다 나와 길 정류장에서 고구마 두개를 샀다. 군 고구마 두개를 내가 고르자 아주머니가 손에드는 옛 저울로 추를 맞추고 얼마라 한다. 처음엔 못알아 듣고 1위안을 내밀자 아니라 한다. 결국 2원 5마오(10마오는 1원이다)를 내고 짜이지엔 했더니 환하게 웃는다. 옛날 외할머니의 미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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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올라와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양치질을 하러 비닐에 싸이 물컵을 드는데 컵이 비닐 밑으로 쑥 빠지면서 깨졌다. 안 깨지는 플라스틱 컵을 비치해도 될텐데 유리컵을 고집한다고 한다. 티비를 켜고 고구마를 먹으며 중국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041128 여행3일차 쓴 돈

(잠)

북림여관 26000원(200위안)

(식사)

아침 백반 6000원(47위안) 어제 맥주 얻어먹어 1명에게 사줌

저녁 2600원(20위안)

(간식)

중국 요플레 조금 큰 통 4개 780원(6위안)

오랜지 2개 260원(2위안)

포테토침 300원(2원 3마오)

燕京王연경왕 맥주 420원(3위안 30마오)

고구마 2개 320원(2원 5마오)

(이동)

탠진에서 북경 터미널 총알택시 6500원(50위안)

(기타)

집 전화 시도 650원(5위안)

치약 380원(2위안 9마오)

........................................총 44210원

 

 

041128 여행3일차 사진

 

 


북경 신항

 


탕구 버스 터미널에서. 사설택시 중국인이 찍어주겠다 하여 포즈를 잡았다

 



묵었던 여관의 티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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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2 15:42 2004/12/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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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Mad
    2005/01/09 17:05 Delete Reply Permalink

    시작이 늘 순조롭지 않죠?^^...뭐 이런 해프닝도 있어야 여행하는 맛이 난다고 할까?, 적당히 긴장감도 떨러뜨리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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