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어나서 프론트로 내려가 공짜로 주는 아침식사로 스프를 시키니 사발면이 달랑하나 나온다. 화장을 했는지 얼굴이 하얀 여자가 내려온다. 주인 아줌마가 코리안 이란다. 낮설어 하며 인사를 했다. 묵은지 3일 되었단다. 내가 묵는 9번 방은 문이 망가졌다. 옆의 8번방으로 옮겼다. 훨씬 안락하다. 나와서 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잘있다. 건강하다. 같이 잘 다니고 있다. 시편 잠언 성경책 조금씩 읽고 있다. 중국 윈난성 사진집 3권 부쳤다. 등등 엄선한 대화를 했다.

 

2.

숙소가 모여있는 팝 응우 라오 거리 맞는 편 긴 공원에는 꽃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구정 전 특수 인지 몰라도 싱싱한 꽃들이 죽 이어져 있다. 우선 가장 가까운 흰두교 사원을 찾아가자. 가다 한 골목에서 고기 덮밥을 하나 먹었다. 물어 물어 마리안느 흰두교 사원인가에 들어갔다. 짐승 머리 모양의 검은 신 앞에서 사람들이 절을 하고 있다. 그 신의 생김이 마음에 끌린다. 큰 거리로 나섰다. 대형 상가 건물이다. 여기가 없는게 없다는 벤탄시장 인가 보다. 시장안은 서울의 평화시장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빽빽하게 상점으로 가득차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카피 옷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3.

계속 걸어 나갔다. 한 상점에서 7000동 주고 지도 하나 샀는데 더 모르겠다. 사이공에서 가장 사진발을 받는 위치인 구 인민위원회 청사 앞 호지민 동상 옆에서 잠깐 앉아 쉬었다. 한국 여자 셋이서 말을 주고 받으며 걸어간다. 동상과 뒤 황금색 인민위원회 건물을 배경으로 서양인들이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있다. 베트남은 도시마다 두 세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곳 사이공은 예전 이름이고 통일 되면서 호찌민 시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니 두 세가지의 이름이 같이 사용된다고 한다. 호지민 시 박물관은 옆 골목에 있었다.

 

사이공 소재 호지민 시 박물관. 프랑스 풍의 웅장한 건물안에 혁명의 역사가 전시되고 있다

 

4.

박물관을 걸어 들어가니 입구에 결혼식 사진 촬영하는 한 커플이 보인다. 우리나라 덕수궁의 풍경과 다름이 없다. 안으로 들어가니 두 커플이 보인다. 그들은 이 공간안의 내용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 제국주의의 상징인 이 건물이 그들이 배경이다. 전시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노이 혁명 박물관에 다녀 와서 그럴까? 벽면을 가득채운 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혁명승리의 기쁨을 표현한 그림이다. 탱크와 옆의 환호하는 사람들이다. 탱크위에는 여성이 깃발을 쳐들고 있다. 환호하는 사람들은 아오자이 자락을 휘날리는 여성들이다. 우아함과 혁명의 연결이라. 혁명은 무언가를 거부하는 몸짓이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려는 듯하다.아오자이 자락이 발에 끌린다. 힙합바지가 생각난다.

 

5.

박물관을 나와 슈퍼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서 공원에 잠시 앉았다. 코코넛 음료 파는 한 친구가 영어를 쓰며 하나 사란다. 만동이란다. 그냥 샀다. 5천동이면 될텐데하는 생각이 스친다. 하노이와는 좀 달라지자. 너무 예민하다가는 나 자신이 알뜰 소비자로 전락한다. 그냥 넘어가기도 하자. 노트르담 대성당은 문이 닫혀있었다. 한 골목에 사진전시회를 한다. 프레스 센터인가 보다. 프레스 사진들은 하나같이 포인트가 있다. 그런데 포인트와 포인트가 겹치니 전체적으로는 믿믿한 느낌이다. 리듬과 강약이 중요하다. 저기가 대통령궁 아니 통일궁이다.

 

호지민 시 통일궁. 건축상으로도 대통령궁의 중심을 잘 표현하고 있단다. 창문은 돌로된 커튼으로 장식되어 있다

 

6.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내가 신짜오하고 인사를 하자 자긴 한국어를 잘 모른단다. 영어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한다. 열명쯤의 서양인들과 합류했다. 일본여자 셋은 따로 돌아다닌다. 회의실 영빈관 영화관 등등이 3층 까지 이어진다. 4층 옥상 옆에는 핼리콥더가 있다. 대통령궁 답게 최고의 미술품들이 걸려있다. 옥상에서 잠시 쉬고 방공호 같은 좁은 계단으로 지하로 내려간다. 유사시에 대응할 작전본부 방들이 이어진다. 대통령이 피할 침대도 있다. 볼품없는 침대 하나다. 세밀한 지도들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다큐 비디오 감상. 영어방, 프랑스방, 중국어 방이 있다. 한국어방은 없다. 영어방에서 한 30분 보고 나왔다.

 

전쟁 박물관 입장권

 

7.

마지막 박물관 순례 코스인 전쟁 박물관으로 가자. 길을 반대로 들어 호찌민 박물관이 나온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시클로를 한 번 타자. 3만 동 부르는거 15000동에 탔다. 이 전쟁박물관은 호찌민 시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박물관이란다. 전쟁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단다. 들어가니 그 당시의 땡크, 포 등의 무기가 마당에 전시되어있다. 여러 전시방들이 빙 둘러 있다. 전쟁당시 정치범 수용소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이 있다. 서대문 형무소는 양반이다. 철문의 구멍을 들여다 보는데 흠찟 놀랐다. 안에서 한 정치범 인형이 나를 보고 있다. 프랑스가 사용했던 길로틴(단두대)도 전시되어있다. 60년대 초까지 사용되었다. 단두대로 목이 잘린 한 혁명가의 사진이 옆에 걸려있다. 이곳의 사진은 가식이 없다. 전쟁의 상흔, 시체들, 고문의 피해자, 손 발 잘린 아이들이 그대로 사진에 있다.

 

8.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작은 충격을 받은 얼굴들이다.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한다. 한 전람실은 세계적으로 베트남 반전에 대한 포스터와 선전물이 전시되어있다. 일본, 호주, 미국, 유럽, 등등 각국의 연대 선전들, 연대 집회 알리는 선전들이 있다. 한국 반전 선전물은 하나도 없다. 대단한 군사 정권이었다. 한 전시방에는 참전한 나라와 숫자가 표로 정리되어 있다. 호주도 이때 한 몫 잡을 려고 대거 참전했었다. 한 7-8천, 그런데 한국은 5만이다. 다국적 참전국은 대부분 남쪽 사이공 방어전선에 배치되었다. 그런데 한국군은 가장 치열했던 중부 전선에 투입되었다. 참전 지도 중부 전선에 한국 태극기가 붙어 있다. 기차에서 만난 베트남 아저씨, 한국군의 총알에 맞았던 것은 아닐까?

 

9.

한 곳에 방명록이 보인다. 좀 들쳐보니 한국인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대부분 너무 참혹해요. 전쟁은 이제 그만 투의 표현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언급도 있다. 한 참전용사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난 000부대 출신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싸웠다. 여기와서 보니 내가 참전한 뜻은 온데간데 없고 하나의 시각으로만 정리되어 있어 아쉽다.... 마지막 마무리는 이거였다. 베트남이 빨리 경제가 발전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오련다. 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참전용사의 심정이 느껴진다.

 

10.

박물관 무기들 옆으로 서양식 음식 테이블이 세팅되고 있다. 여기와 안 어울리게 밤에는 인형극이 열린단다. 이제 숙소쪽으로 이동하자. 지도에서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다. 나침판을 꺼냈다. 음 저쪽 방향이군. 꼭 길을 몰라도 방향만 확인하면 숙소 찾기 그리 어렵지 않다. 오면서 안에 매추리알 고기들이 들어있는 고급 만두 하나, 햄버거, 생맥한잔, 바나나구워소스뿌린거 등을 사먹었다. 숙소 근처 일본인이 운영하는 한 중고 서점이 있다. 들어가니 한국말 인사를 한다. 한국책이 있단다. 내가 찾던 한-베트남 회화책이다. 작은 책 표지에는 김희선 등등의 한류스타의 사진이 있다. 4만동 주고 사서 뒤 라벨을 벗겨보니 2만 8천동이 정가다. 뭐 필요한 것을 샀으니 할 말은 없다. 밤 늦게 까지 인터넷을 하다 숙소로 들어갔다.

 

 

 

* 050202 (수) 여행 69일차

(잠) 사이공 트윈 침대 8400원 (8불)

(식사) 아침 고기덮밥 600원 (8000동)

(이동) 시클로 1125원 (15000동)

(입장) 호지민 시 박물관  750원 (10000동)

          통일궁  1125원 (15000동)

          전쟁 박물관 750원 (10000동)

(간식)  생맥주 한잔, 과자  750원 (10000동)

           오징어채, 오징어땅콩,아체크랙커 750원 (10000동)

            코코넛 음료 2개 1125원 (15000동)

           왕만두1개 375원 (5000동)

           제과점 햄버거 525원 (7000동)

           생맥 1잔 300원 (4000동)

           바나나 구운거 소스 150원 (2000동)

           캔 맥주 825원 (11000동)

           사발면 300원 (4000동)

(기타) 인터넷4시간 1650원  (22000동)

         집에 전화 2025원 (25200동)  

 

...................................................................... 총 21,52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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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0 19:17 2005/02/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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