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좀 일찍 움직였다. 그래야 태양의 강렬함을 피할 수 있다. 오늘은 서북쪽이다. 근처 시장에서 먼저 뭘 좀 사먹자. 고기 꼬치를 석쇠에 굽고 있다. 그걸 가리키니 비빔국수와 함께 꼬치하나를 잘라준다. 이건 좀 먹을 만 하다. 꼬치 고기도 부드럽고 비빔국수도 상큼한게 서로 잘 어울린다. 나와서 북쪽 길로 올라갔다. 대형 슈퍼 두개가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들어가 한바뀌 둘러보면서 먹음직한 오랜지 3개 묶음을 샀다. 이건 씨가 있는 약간 신맛이다.

 

2.

왼쪽 길로 한참을 가니 아담한 공원이 보인다. 작은 연단을 꾸미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75주년 관련 행사인가 보다. 옆에는 스파르쿠스라 부르나 세명씩 경기를 하는 족구 비슷한 경기 연습을 한다. 공은 나무껍질로 만든 속이 빈 것이다. 제법 아마추어 선수 급들이다. 그걸 쳐다볼 수 있는 노천카페에 앉았다. 커피 비슷한 티를 하나 시켰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3대3시합을 치룬다. 한팀이 이겼다. 기다리고 있던 10대 후반 3대3팀이 경기를 치룬다. 또 한팀이 이겼다. 이긴팀끼리 경기를 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3.

나와 걸으니 큰 건물들 입구가 보인다. 여기가 대학인가? 들어가보니 병원이다. 나무들이 멋드러지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이젠 버스를 한 번 타보자.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한 당구장이 보인다. 여긴 냉방시설이 되어있다. 들어가니 포켓볼들을 치고 있다. 여 종업원들이 많다. 내 당구대 담당 종업원은 성형수술하기전 풋풋하던 정다빈처럼 생겼다. 타이거 맥주한캔을 시키니 얼음 가득 담겨있는 잔과 함께 테이블로 가져온다. 여기서는 맥주를 얼음에 함께 먹는게 기본이다. 좀 치다 나와서 버스를 탔다. 한 멋있는 사원이 보여 근처에서 내렸다.

 

4.

사원은 겉 폼 만 요란했지 안은 별로였다. 어제 남쪽으로 걸으며 들어간 한 사원안에는 커다란 고깔모양의 향이 천장에 가득 걸려 있었다. 한 아저씨가 새로운 향을 달고 있었다. 향 연기가 사원안에 가득차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긴 아니다. 그 옆에는 스포츠댄스 건물이 있고 그 옆이 영화관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 등등이 나오는 코미디 가족 영화 간판이다. 들어가 이 영화하냐고 손짓하니 내일부터 한단다. 이제 숙소로 들어가자. 다시 버스를 탔다. 왠만한 버스는 숙소근처 버스터미널로 간다.

 

5.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인터넷을 좀 하다 여행사로 갔다. 김 트레블이란 여행사다. 내일 하루 메콩강투어를 신청했다. 모래 구정전 마지막으로 떠나는 캄보디아행 버스도 예약했다. 메콩강투어 신청서에 몇명의 한국인 이름이 보인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이제 일어난 웨일즈 친구와 대화를 했다. 자긴 6주동안 이 침대에서 생활했단다. 20개월코스로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아 호주까지 배로 이동한단다. 배가 다 있단다. 자긴 하루에 7불가지고 생활한단다. 그런데 어제 밤 20불을 썼단다. 포켓볼을 치고 맥주를 마셨단다. 내가 너 다이어트 투 데이즈?라 물으니 그렇단다.

 

6.

저녁이 되어 시장으로 나갔다. 감자와 떡과 계란후라이를 부쳐 한 접시에 올려놓는 음식하나를 노점에서 먹고 일어나는데 한 베트남 아줌마가 이거 사달란다. 고단한 얼굴이다. 그 아줌마 음식까지 돈을 치루고 일어섰다. 9시가 넘는다. 어제 봐둔 재즈라이브바로 들어갔다. 밴드 앞 푹신한 자리는 이미 다 찾다. 그 옆 테이블에 앉았다. 공연타임이라 비싼 음료만 된다. 작고 탄탄한 몸매의 한 베트남 여가수다. 나이는 60가까이 되어보인다. 세월의 깊이가 우러나오는 목소리다. 그런데 노래를 끝내고 스테이지를 내려간다.

 

7.

이곳의 매인 연주자의 색소폰 솔로가 이어진다. 그리고 한 젊은 남자 가수, 성량은 좋은데 재즈의 맛이 없다. 노래가 딱딱 끊어진다. 재즈노래는 좀 질펀한 맛이 있어야 한다. 사이공은 혁명이전 그런 도시 아닌가. 아직도 이곳에는 그런 분위기가 조금 조금 남아있어 보인다. 다시 그 멋진 가수아줌마가 카페로 들어온다. 반짝이 옷위에 코트를 걸치고 저쪽 뒤에서 멋있게 담배를 피고 있다. 내가 사이공 행 기차에서 만난 베트남 전사와 비교되는 아줌마다. 선이 굵은 얼굴에는 지나쳐온 인생의 여정이 그려져있다. 그녀에게 이 베트남 혁명의 역사는 무엇이었을까?

 

8.

이제 1부 마지막 무대다. 이 여가수 다시 등장한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조지아~ 조지아~ 단순한 노래지만 그 감정이 느껴진다. 1부 순서가 끝났다. 숙소 근처에서 베트남 라면하나 사먹고 방으로 올라갔다.

 

 

* 050205 (토) 여행 72일차

 

(잠) 사이공 4인 도미토리 3150원 (3불)

(식사) 아침 꼬치비빔국수 525원 (7000동)

                   고기덮밥 825원 (11000동)

         저녁 찰밥 포장 375원 (5000동)

                감자,떡, 계란후라이 접시 2개 1500원 (20000동)

(이동) 시내버스 3번  450원 (6000동)

(간식)  요구르트 225원 (3000동)

          오랜지 3개 1125원 (15000동)

           웨트티슈 225원 (3000동)

          물 300원 (4000동) 

          파인에플 한조각 150원 (2000동)

          재즈라이브바 토마토주스 4500원 (60000동)

          베트남 라면 600원 (8000동)    

(기타) 인터넷 900원 (12000동)  

       

 

...................................................................... 총 14,8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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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2 17:26 2005/02/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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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름
    2005/02/14 21:03 Delete Reply Permalink

    나도 베트남... 부러워ㅠㅠ
    형 여행기는 기관지에 잘 실리고 있어
    건강 조심하구 새해복~

  2. aibi
    2005/02/15 15:40 Delete Reply Permalink

    나름)100미터 달리기 방금 마치셨나요? 숨차라.^^ 나름님은 저보다 더 느리게 말하는 분으로 알고있는데 자기의 스타일을 지켜나가는 게 매력인거 같습니다. 어제 이 열대지방에서 자전거를 좀 심하게 타면서 차가운 걸 연신 들이켰더니 밤새도록 배가 끓었답니다. 음.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닌데 조심해야지요.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를 열어나가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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