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좀 싼데로 옮겨야 겠다. 아침에 나가 첫날 밤 물어보았던 도미토리 있던 호스텔로 가서 도미토리 비었냐고 물어보니 하나 비었단다. 사이공에서 몇 개 없는 도미토리다. 가격은 하루 3불.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 하고 2일치 숙박비를 계산했다. 깔끔하고 괜찮은 곳이지만 할 수 없다. 어제 아침 보았던 한국여자가 서양남자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둘이서 여행을 다니나 본데 태국 북부가 가장 좋았단다. 베낭을 메고 새 숙소로 올라가니 허름한 방에 침대 4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시트는 그런데로 깨끗하다.

 

2.

옆에 누워있는 젊은 서양 친구와 잠깐 대화를 했다. 영국 웨일즈에서 왔단다. 내가 웨일즈 지방에 있는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에 대한 책을 읽었다 하니 반가워 하는 눈치다. 한 괴짜 친구의 용기가 유명한 헌책방마을을 만들었다. 중국에는 3개월 있었단다. 다음 주 부턴가 이곳에서 영어 선생을 한단다. 인사만 나누었는데 이방에는 스코틀랜드 한 50대 아저씨와 독일인 남자가 있다. 숙소를 나와 고기 덮밥하나를 사먹었다. 밥위에 작은 고기 스테이크 하나와 야체 조금 나오고 한 500원 한다. 오늘은 어제 걸었던 반대쪽인 서쪽으로 죽 걸어보자. 로터리에서 티 한잔 먹고 좀 걸으니 에어컨 나오는 큰 마트가 나온다. 다리 숙소에 스테인데스 뚜껑있는 컵을 두고 왔다. 다목적 용으로 좀 큰 걸 사자. 물도 따라 먹고, 사발면도 끓여먹고, 씻은 과일도 두고 먹고, 과자도 부어먹는 그런 크기로 하나샀다. 베트남 넘어올때 책을 서울로 많이 부쳤는데 또 베낭이 꽉 차있다.

 

3.

마트를 나와 좀 더 죽 걸었다. 아이구 덥다. 고만 가자. 길을 건너 맞은편 옷가게 들을 구경했다. 살만한 건 없다. 골목으로 좀 들어가는데 허름한 당구장이 나온다. 한 번 쳐볼까? 혼자서 한 40분 치니 이것도 운동이 된다. 가격도 아주 싸다. 다시 길을 돌아갔다. 아까 쇼핑한 마트 1층 레스토랑에서 해물스파게티와 타이거맥주 한 캔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 샤워 한판하고 다시 나와 인터넷 룸에서 이리저리 검색을 했다. 베트남이 사스 비상이란다. 여러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이곳 사이공은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듯 보인다. 여기는 시간당 300원 꼴이다. 시간당 450원 하는 곳으로 갔다. 여기는 스켄 서비스를 한다. 장당 3000동이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스캔할 것을 추려서 주인 아줌마와 협상을 했다. 작은 것도 많으니 몇 개를 스케너에 놓고 그림 한장으로 스캔해달라. 내가 알아서 잘라 저장하겠다. 약간 실랑이를 하다가 아줌마 좋다고 하고 해보니 4번에 얼추 된다. 아직 디카살 마음은 안생긴다.

 

4.

날을 저물었다. 공원 꽃 시장으로가 또 꽃 구경을 했다. 슬리퍼 하나 사야겠다. 아웃도어 신발은 이 더위에 좀 무리다. 벤탄시장 옆 한 신발가게, A급 짝퉁가게이다. 가격도 만만찮다. 나이키 끈 찍찍이 슬리퍼를 8불에 샀다. 다시 돌아와 시장을 한 바뀌도는데 아까 인터넷 베트남 여행 카페에서 본 한국식당이 보인다. 들어가 앉았다. 한국인 아줌마가 주인인거 같은데 내가 벽에 붙어 있는 매뉴를 쳐다보고 있으니 이렇게 말한다. 여긴 돼지갈비 전문 집이에요. 비싼 돼지갈비 먹으란 얘기다. 얼마냐니까 혼자왔으니 500그람 8만동이란다. 6000원이다. 한국에선 1인분 가격이지만 여기선 비싼 요리다. 그래 한번 먹어보자.

 

5.

숫불에 석쇠를 놓고 베트남 종업원이 갈비를 굽는다. 반찬이 4가지 나오는데 차게한 김치볶음이 구미를 당긴다. 다익은 갈비를 커다란 상추 반을 잘라 그 위에 올려놓고 양념장과 김치볶음 그리고 밥 한공기 시켜 밥 반 숫가락을 함께 넣어 입에 넣었다. 비싼 값을 한다. 홍콩에서 먹던 9000원짜리 김치찌게 같이 맛이 있다. 저쪽 테이블에 단골로 보이는 한국인 장사치들이 않는다. 얼음 구덩이에서 방금 꺼낸 거 같은 참이슬 소주를 종업원이 가져온다. 아쉬울 뿐이다.

 

6.

밥과 고기를 비우고 나오니 속이 든든하다. 가끔씩은 이렇게 먹어주자. 방으로 올라가면서 물을 하나 샀다. 냉장고가 없으니 물은 살때 그 몇 분의 시원한 맛으로 먹기도 한다. 침대에 기대 물을 천천히 들이켰다. 사이공은 살 만 하다.

 

 

* 050203 (목) 여행 70일차

(잠) 사이공 4인 도미토리 3150원 (3불)

(식사) 아침 고기덮밥 600원 (8000동)

          점심 해물스파게티, 타이거 맥주 3000원 (40000동)

          저녁 돼지갈비, 공기밥 6750원 (90000동)

(간식)  과일요구르트 225원 (3000동)

          포테토칩 2개 450원 (6000동) 

          찰밥 포장 375원 (5000동)

          물1.5L 300원 (4000동)

(기타) 당구장 465원 (6200동)

          인터넷 스캔 2100원 (28000동)  

          나이키A급짝퉁 슬리퍼 8400원 (8불)

 

...................................................................... 총 25,81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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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1 20:55 2005/02/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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