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대납, 이루다

category 감놔라 배놔라 | Posted by 오씨 부부 | 2021/01/13 14:54


 

감기 걸렸다고 세수(?) 못하냐는 명언을 하신 분과 닮은 그 분이 돌아가자 엄청난 상속세 기사가 나왔고, 그로부터 며칠 뒤인 11월 초부터 주가가 2달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주식 상속받은 사람의 재산도 2배로 늘어났겠죠. 결국 상속세 11조(발음도 참 오묘한~)는 그걸로 벌충될 것이고, 아마 몇 달 뒤 농민군들은 남의 집 상속세 대신 내준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나왔죠? 그때도 기름은 국민이 대신 닦아줬던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모건인가 로스차일드였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수장이 죽자 상속세액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폭락시켰다가 세액 결정 후 주가를 원상 회복시킨 얘기가 유명하죠? (주식 사지 말고 비판적으로 기업사 쓰고 오마니대개문에 연재한 다음 1인출판으로 한 10만 부 찍어두는 게 더 나을 수도...)

 

또 한 가지, 애널의 입을 빌려 언론들이 떠드는 게 12만 원도 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외국인들과 기관들은 이미 보름 전부터 4.7조 넘게 팔고 있어요. 12만 원 간다는데 왜 파는 걸까요? 그 난장판이 어찌 도는지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만, 귤을 달다고 하면서 팔지 시다고 하면서 팔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간단히 말해, 비싸게 사줘야 팔아서 이문을 남기고, 팔았으니 다시 떨어뜨려야 장사가 되죠. 애널이라 쓰고 삐끼라 읽어야 할 그들의 말은 시장에 가면 들려오는 온갖 호객 소리일 뿐입니다. 앞으로 오를 게 분명하면 그 꿀정보를 자기만 알고 있어야지 왜 공개를 한단 말입니까.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쏠림은 좋지 않은데, 왜들 이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금이 3천 달러까지 오른다고 얼마나 설레발 쳤습니까. 하지만, 그 기사 나온 지 얼마 후부터 금이 떨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는 시장을 예측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고 경제학자들 입을 빌려 기사 간간히 뿌려주면 그만입니다. 솔직히 일부 주식 유튜버들이 오를 종목 꼭 찍어준다며 사기치는 거나 경제지들이 전문가들 입 빌려 사기치는 거나 똑같다고 봅니다. 이놈은 이 소리 하고, 저놈은 저 소리하고, 그걸 새겨듣는 건 개인의 몫인데 가려듣지 않고 돈 날린 건 그저 개인의 탓일 뿐인 거죠. 물론 그들이 다 사기꾼은 아니고, 언제나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 수법이 비슷하다는 거죠. 지금은 구두닦이가 돈을 빌려 주식을 사러 온 걸 보고 폭락을 예견했다는 조셉 케네디의 명언을 떠올려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AI 챗봇 이루다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혐오를 배웠다거나 사생활을 엿본 것도 문제인 거고, 챗봇에게 배설을 해댄 ‘대한민국 남자’도 문제인 거고, 더 큰 문제인 거는 왜 챗봇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기 좋게 20대 여성으로 상정했느냐일 겁니다. 이래서 IT 업종의 사람들이 사회와 정치를 배우고 교양을 익혀야 하는 겁니다. PC라고 하면 발광들 해대는 대한민국 남자 게이머님들의 참을 수 없는 텅빔과도 연결시켜 봐야겠죠. 프로그램만 잘 짜면 된다고 생각하다니, 아이돌 소속사한테 배워도 한참 배워야 할 거 같아요. 아니면 궁녀 게임이나 개발하시든가. 공과는 아니지만, 이과계에서 노벨상 물리학상을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시카고대 물리학과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가르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왜 그런 것 같습니까?

 

 

덧붙임

* 1. 다음 주 선고는 특검이 9년을 구형해서 아마 형량만 조정하고 정말로 형을 살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듯합니다(물론 경영권 세습은 별건임). 만약 그렇다면 4월 재보궐 선거 즈음에 국가 국난 극복과 국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사면하지 않을까나 싶습니다. 거기에 두 인간도 건강상의 이유로 패키지 사면하는 시나리오. 그래도 지겠다싶으면 털보도 방송 하차시키지 않을까 합니다. 아, 해놓고 보니 참으로 이명박문스럽네요. 죄송.

 

* 2. 짝꿍님하고 1월 초부터 예견해 본 게 상속세 떠넘기기 아닐까였는데, 알고보니 어제 글 올리기 몇 시간 전에 이미 뉴스가 나왔더군요. 물론 레토릭은 전혀 달라서, 배당금을 올리는 등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예정인데 이유 중 하나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겁니다. 주린이들은 이 뉴스 보면서 주가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주가인지라 단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주주 친화 정책을 말할 때의 주주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단 한 사람이지 시장의 수많은 개미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눈에 개미는 말 그대로 벌레니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기관들이, 외인들이 털고 있는 그 물량을 언젠가는 싸게 되사서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할 텐데, 주가가 앞으로 계속 오를 리가 있을까 싶습니다. 내가 급해서 건물을 비싸게 팔아 현금 마련했다면 이제 급한 불 끄면 당연히 팔았던 건물을 싸게 되사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12만 원이 언젠간 되기도 되겠지만, 1년 안에는... 글쎄요. 낙관론은 금물입니다. (2021-1-14)

 

* 3. 서구의 기업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윤을 내고 부자가 되는 것에 목표가 있다면, 한자문화권의 경제는 경세제민의 줄임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세상을 꾸려나가는 것입니다. 즉, 한자권에서 기업을 일구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현실정치적인 행위(폴리티컬 사이언스가 말하는 학문적인 정치 개념이 아니라)가 됩니다. 사업보국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관념을 잘 보여주죠.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휘청거리면서도 반바지 입고 길거리 식당으로 혼자 걸어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의 기업인들은 정장을 차려입고 수많은 수행원, 경호원,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돌아다닙니다. 정치를 하는 거니까요. 돈은 놓을 수 있지만, 권력은 못 놓습니다. 그래서 세습하는 겁니다.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정치인인지 비지니스 맨인지 구별이 안 갑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마치 제정분리가 안 된 고대 사회처럼 정경분리가 덜된 전근대적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일본도 기업을 하나의 국가로 생각해서 국가간의 쟁패를 다룬 중국 고전에서 기업 운영의 지혜를 빌리려고도 했었죠. 그러다보니 기업은 소비자와 주주,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무, 또는 행위의 합리성 등은 뒷전이고 그 구성원들은 기업의 체제 자체를 지키는 데만 몰두하는 가운데,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파트너가 아니라 부하병졸로 인식하고 모두가 총수 일가에 충성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즉, 관료적이고 군사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당연히 그런 곳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 힘들고 양심적인 내부 고발은 배신자가 되는 것입니다. 합리성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한국 사회의 영향력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총수 일가의 안전과 권력 강화를 위해 개미 주주들의 이익은 언제든 뭉개버릴 것입니다. 그래야 한국과 일본의 그룹 오너 일가가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군림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만세일계의 천황제처럼 세습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수장의 마음이 착해서 안 그러고 싶어도 그게 문화이기 때문에 바뀌지 않습니다. 그 기업의 카드 섹션과 북한의 카드 섹션은 모습만 닮은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과 종교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꽃단장시켜서 무대에 올려 춤추게 만드는 것을 보면 남북한 어찌 이리 똑같은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일사불란하게 사람이 조직의 일부가 되어 명령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기계가 되어야 하는 사회, 그 모든 것은 오로지 조직 자체와 그 조직의 핵심 권력이자 그 자체로 조직의 상징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거죠. 아리랑축전이 서방 세계에 던진 메시지는 로봇같이 움직이는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논리로 움직이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값을 치른 뒤에는 여러 경영 기법(?)을 통해 총수가 입은 손해를 만회하려 할 것입니다. 모두가 보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개잡서들이 무슨무슨 왕조라는 식으로 묘사하는(사실은 직설화법인) 제목 그대로, 그 왕조를 위해 잃어버린 액수를 벌충할 것입니다. 주가는 때가 올 때까지 계속 떠받치다가 언젠가는 떨어뜨릴 것입니다. 그래야 일의 아귀가 맞고 승계가 비로소 끝나게 되는 겁니다. 하다못해 쩜백 고스톱판에서조차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데, 일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지나가던 알란 칼손 할아버지가 나 같아도 내 돈으로 상속세 안 내려고 할 거 같은데, 귀하의 생각은 어떠신지? 하고 물어볼 거 같습니다. (20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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