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달력을 넘기면서 잊고 있었던 메모가 나왔습니다. 석 달 전에 확진자와 사망자 수 증가를 예측해서 달력에 10월 14일경 전 세계 감염자 3400만 명을 넘을 거라 표시해 뒀는데, 이미 어제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약 2주 먼저 말입니다. 미국의 확진자가 1천 만 명이 되는 시기는 12월 5일 전후로 해뒀는데, 지금은 11월 27일 전후로 예측을 수정해야 할 판입니다. 그때쯤이면 브라질도 아마 660만 명은 넘어갈 것이고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두 나라가 세계의 1, 3위 확진자 수를 보여줄 것이고, 사망자 수로는 1, 2위를 달리게 될 겁니다.
11월 하순경에는 인도의 확진자 수도 역시 1천 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함께 천 만 확진 국가가 되는 거죠. 인도가 동아프리카와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동남아 국가들과도 그렇기에 아마 내년에는 이제까지는 잘 막는 듯한 동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폴만 해도 한국보다 잘 막는다고 하더니 이제는 우리의 20배 이상의 발생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동남아 확산세에서 눈여겨 봐야 할 지역입니다.
9월 29일에 올라온 서울신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화의 벼랑’에서 극적 사멸할까>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바이러스들처럼 코로나19가 홀연히 사라질 것을 빌어야 할 상황이 된 거죠. 기자는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지만, 그건 비관적으로 쓸 수 없으니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기사와 달리,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야말로 충분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진화의 벼랑’보다 훨씬 더 빠른 감염 속도를 보면 알 수 있고, 이는 유사 이래 최고의 도시 집중과 대중 교통의 발달 때문입니다.
현재의 확진자-사망자 수는 최소치일 뿐이며, 실제 확진자-사망자(간접사망자 포함) 수는 그 몇 배에 해당할 겁니다. 사실상 이미 전 인류 80명 중 1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그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입니다. 그에 따라 확인 불가능한 직접 사망자와 간접 사망자의 증가 속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봐야겠죠.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각국의 발표와 언론의 예측 기사는 대중의 희망에 영합하는 것일 뿐입니다. 실은 의학적 효과 보다는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인구수로 세계 28위입니다. 29위인 콜롬비아까지가 인구 5천 만 명 이상인데, 이 가운데 한국은 발생률면에서는 10위에 듭니다. 중국, 나이지리아, 일본, 에티오피아, 베트남, 콩고민주공화국, 태국, 탄자니아, 미얀마가 한국보다 발생률이 낮은데, 중국은 통계 자체에 의구심이 들고, 일본은 중환자만 환자로 치고 있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미얀마나 아프리카 나라들의 통계 역시 신뢰도가 완전하지 않거나 해당 지역에서의 전파가 아직은 초기임을 생각하면, 결국 한국은 인구 5천 만 명 이상의 국가 중 베트남과 태국에 이어 가장 잘 막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인구 1억 이상의 14개국 중에 미국과 브라질만이 50명 중 1명 이상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고 대부분의 인구 대국들이 아직은 500명에 1명 미만이기 때문에 확진자 증가 속도가 정점에 오르려면 앞으로도 한참 더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1일 최다 확진자는 9월 19일 352,969명, 사망자는 유럽에서 무섭게 퍼지던 4월 중순의 하루 1만 2천 명이 최고 기록입니다. 최고 확진자가 9월에 기록된 것은 각국이 진단 키트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진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후이기 때문이고, 4월 중순경 일일 최다 사망자 수가 나온 것은 그야말로 팬데믹 초기의 대혼란 때문일 것입니다. 즉, 진단 역량 확보로 인해 확진자 수는 더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고, 확진자 관리와 위중자에 대한 대응이 점점 개선될 것이므로 사망자 수는 점점 안정적이 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출처 : CORONABOARD.KR, 2020년 10월 2일 오후 8시 30분 현재.
그러나 확진자 수의 증가는 결국 사망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일일 최다 사망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저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합니다. 위 그래프에서처럼 7월 27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사망자 3,500명 이하인 날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한 거죠. 그리고 사망자 그래프를 보면, 7월 하순 이후 대략 22~23일 간격으로 하루에 사망자가 급증하는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봐야 합니다. 낙관적인 것은 사망자가 급증하는 날들의 사망자 수가 점점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고, 비관적인 것은 최저 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현재 공식 사망자 수인 1,033,408명에 하루 3,500명씩 내년 연말까지 약 425일의 사망자를 더하면 최소로 잡아도 2,625,908명입니다. 물론 최소치로만 갈 수 없으니 최근 한 달간의 평균인 일 5,000명씩 잡으면 2020년~2021년 2년간 31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비공식 사망자와 간접 사망자는 추계가 불가하므로 제외한 숫자입니다. 이전 글에서 확진자 증가폭과 치명률만으로 단순 계산해서 3년간 600만 명 이상 죽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엔 최근 1개월간의 일일 최소-평균 사망자 수를 기계적으로 대입해서 예측한 것입니다. 2년간 최소 315만 명 이상, 3년간 600만 명의 인명 피해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사망자 대부분 고령자이므로 실버산업부터 보험업, 사회복지 행정 등등부터 고령자들의 연금, 고령자들이 보유한 자본 등등에 이르기까지 지구적 차원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젊은이들의 인생 전반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 할 겁니다. 여행업은 향후 5년 안에는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고요. 역학적으로는 돌아오는 갑진년 2024년은 넘어가야 뭔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덧붙임
* 어제 저녁 늦게 WHO의 두 가지 발표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코로나19의 특효약이 없을 수도 있다는 두 달 전의 발표였고, 또 하나는 바로 어제 속보로 전해진 “전 세계 인구의 10%가 이미 감염된 듯하다”는 발표입니다. 이전 글에서 이미 전 인류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제야 좀 현실적인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군요.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인간이 알고 있는 질병 중에 특효약이 있는 질병은 의외로 많지 않고요, 대부분의 약이라는 것은 대증치료제, 즉 질병 원인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에 특효약이 나오기가 힘들다고 해서 특별히 더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0%라는 것도 과장이 좀 있고요, 실제로 전 인류가 감염된다고 해서 더 걱정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 인류가 감염된다면 코로나19에 의한 사회 문제의 상당 부분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겁니다. 문제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인데, 일단 고령일수록 오히려 사망률이 떨어지는 역설이 여기서도 다시 입증될 걸로 기대합니다. 뭔말인고 하면, 일정한 연령을 넘어선 사람들은 아예 초고령자가 되는 현상이 코로나19 이전의 인구 통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기에, 이번 코로나19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되지 않겠는가라는 뜻입니다. 이는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인데, 아마도 초고령자들은 이미 온갖 질병의 위험을 견뎌낸 사람들로서 면역 기능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나고 자연 환경에 밀착하여 최대한 적응했으며,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스스로 관리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근대적인 삶을 살아온 대부분의 ‘새로운(?) 고령자들’이나 기저질환자들의 경우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얼마나 본인들이 위험한 상황임을 자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행로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20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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