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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최영미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1994

.......

 

죽음을 앞두고 끝까지 초연함을 지키며

가는 자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은 가슴절절하여

더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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