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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귀국길

소식이 너무 뜸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무사히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나름 열심히 달리고 바쁘게 돌아다닌 결과... 예정했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지금은 런던에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넓지 않아서 주요 도시를 대략 훑으면서 다녔습니다.

자전거 천국이라는 네덜란드 과연 명불허전이더군요.

자전거 여행자에게도 친절해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대를 받아 집에서 여러번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벨기에 겐트에서 뚜르드프랑스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수당 대략 0.1초씩. ㅠㅠ

벨기에 우스탄데에서 영국들어가는 페리를 타려고 했는데... 자동차, 오토바이는 되지만 자전거는 탈 수 없다는 황당한 규정 때문에 프랑스까지 가야 했습니다.

 

도버에서 내려서 런던까지 이틀을 달리고...

런던에서는 런던에 오는 한국활동가들이 한 번씩은 묵고 간다는 Zoe네 집에서 며칠 머물다가...

다시 이틀을 더 달려서 Earth First Gathering이 열리는 노포크로 갔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둘째 날에는 일일 주행 최고 기록 140km를 세우는 기염을 토하기도.

 

Earth First Gathering은 Earth First 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5일간 같이 캠프를 하는 행사였습니다.

새만금에서 있었던 살살페스티발과 에코토피아 캠프와 대략 비슷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살살페스티발이 훨씬 더 재밌고 생생했을 것 같네요.

살살페스티발... 시간이 없어 블로그 글 몇 개만 봤을 뿐이지만... 참여하신 모든 분들... 모두 너무 예뻐주시는거 아닌가요? 정말 배아파서라도 일찍 들어가야지. 흠흠.

뭐 그렇지만 이 캠프도 무척 좋았습니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너무 길고... 암튼 정말 잘 보고 배우고 놀고 쉬면서 지냈죠.

 

캠프 후에는 선배가 있는 리즈까지 5일을 달렸습니다.

그 중에 하루는 하루종일 비가 와서 하나도 못 달렸지만...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는 Social Center 겸 Vegan Cafe에서 잘 쉴 수 있었습니다.

또 하루는 비 피할 건물도 마땅치 않은 시골길에서 갑작스런 비를 만나 아주 곤혹스러웠는데... 간이역 signaler (철길과 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기차가 올 때마다 차단기를 손수! 옮기시는 일을 하는 분들) 할아버지가 거둬주시는 바람에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영국은 올해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상관측이 300년 됐다더군요.--;) 우리는 날씨 좋네~~ 하고 다녔던 4월 독일은 이례적인 극심한 가뭄 상태였다고 하구요.

한국은 지금 무더위가 기승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여기는 추워요. 작년 이맘 때는 불볕 더위였다는데 말이죠. 암튼 여기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몸소 경험하고 있어 그 위기감이 느껴지더군요.

 

암튼. 그래서 리즈에 도착해서는 선배 집에서 오랜만에 한국 음식과 술을 실컷 얻어 먹었구요.

앞서 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사는 주거조합 파티에 퓨전 비건 오가닉 파전을 만들어서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온다는 또 다른 선배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글래스고를 가서 거기서 에딘버러까지 달렸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 보다는 자전거 여행하기에는 훨씬 좋더군요. 좀 더 북쪽으로 갈 수록 매력이 있기에 더 가고 싶었지만... 일정상 참았습니다.

 

사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실망을 많이 한 편이었거든요.

대체로 차들의 속도가 더 빠르고, 난폭한 편이고... 그 자연스러운 결과이겠지만... 어떤 길에서는 1km가 멀다고 나타나는 토끼, 고슴도치, 크고 작은 새들, 심지어 사람보다도 더 큰 사슴의 시체들에 달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자전거 루트는 자전거를 위한 길이라기 보다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배제시키기 위한 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런던은 엄청난 대중교통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대부분 헬멧을 타고 차들 사이를 곡예하는 '선수'들입니다. 뭐 암튼 덕분에 오랜만에 서울에서와 같은 긴장감 넘치는 라이딩을 즐겨 보기도 했습니다만...

 

간단히 여정만 올리려고 했는데... 자꾸 얘기가 딴 길로... 암튼.

에딘버러에서는 선배들 덕에 프린지 페스티발 http://www.edfringe.com/ 구경을 잘 했습니다.

선배가 준비한 공연이 있어서 덕분에 하나 얻어 봤는데...

바로 이거... 스핀 오딧세이

비보이들 말로만 들었었는데... 훌륭합니다.

한달 동안 2000개의 공연이 열린다는 에딘버러 곳곳에서도 무대가 있는 곳마다 사람들을 열광시키더군요.

 

다시 리즈로 돌아와서는 바이크투어 팀을 만나서 기후행동캠프로 가려고 했는데...

여차저차해서 못 만나고 다시 우리끼리 런던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오랜만에 떼거리잔차질을 해보고 싶었는데... 흑.

암튼 그래도 맨체스터와 peak district 국립공원, 옥스포드 등을 거쳐 중간중간 구경하면서 오느라 생각만큼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도 말했던 비가 가끔 문제였을 뿐.

 

그래서 어찌어찌 영국으로 오게 된 목적이기도 한... 기후행동캠프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캠프에 대해서는 한국에 돌아가서 자료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더 올리고 싶습니다만... 그냥 간단히...

캠프 자체는 영국에서 대단히 화제가 되어서 연일 방송과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습니다.

 

잠깐 검색해보니, 오마이뉴스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기사가 있군요.

"환경오염 주범, 항공기 운항을 줄여라"

 

암튼 캠프장의 분위기는 먼저 있었던 Earth First  캠프와 비슷했지만...

삼삼오오 이곳저곳에서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마지막 날 있는 집중행동의 날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해서 훨씬 활발한 분위기였습니다.

일주일동안 이산화탄소 생산을 최소화하는 삶을 실천하는 캠프에서 살면서... 동시에 8개씩 하루에 4번씩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 워크샵 등등이 벌어졌습니다.

워낙 많은 것들이 있어서... 정말 아무런 지식과 경험이 없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관심과 의지만 있으면... 일주일동안 기후변화에 저항하는 활동가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활동 기획도 같이해서 실제로 행동 실천까지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에서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점, 이산화탄소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 항공사의 문제점,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 생태주의 운동에 대한 소개와 토론, 여러 단체와 여러 입장들 사이의 토론 등등의 이론적인 세미나는 물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법들로서, 채식+유기농+지역+공정무역 먹거리에 대한 워크샵, 자전거 타기와 자전거 수리법,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를 이용해서 집에서의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여행가기, 빈집 점거 방법, 돈 없이 사는 방법 등등에 관한 워크샵들...

실제 행동에 들어가기 위한, 집회 시위 과정에서의 법적 권리에 관한 교육, 연행되었을 때의 대처방법, 점거 농성하는 방법과 기구 사용법에 관한 교육, 플래카드를 비롯한 각종 선전물의 제작, 페이스페인팅 등등을 비롯한 꾸미기, 노래와 춤 가르쳐주기,  활동 과정에서의 물리적 정신적 상처에 대한 치유 과정까지...

 

여기서도 보수언론 등은 테러의 위험이니, 아나키스트들의 불순한 침투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주 평화롭고 재밌는 캠프였습니다.

시종일관 경찰에 둘러쌓여 있었고, 캠프장 안까지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시도 때도 없이 뜨고 지는 비행기 때문에 시끄러웠긴 했지만요.

사실 마지막 날 전체 행진 대열은 준비과정의 발랄함과 출발의 기대감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웠던 것이... 시종일관 전후좌우를 둘러친 경찰의 통제하에 움직여서 답답했습니다. 집이 헐리게 될 위기에 처한 주변 주민들의 호응은 열렬했는데... 접촉할 수가 없었다는... ㅠㅠ

 

얘기가 길어졌는데... 암튼 이제 다시 런던 시내입니다.

여기서 며칠 더 있다가... 이제는 귀국길입니다.

비행기 타는 스위스 취리히까지 가는데, 쉬엄쉬엄 가면 한달 넘게 걸린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죠. ^^;;

어쨌든 파리까지는 가는데... 그 이후로의 여정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귀국 비행기를 탄다는 것 말고는 말이지요.

 

캠프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비행기표를 약간만 미루려고 했는데... 성수기가 겹치면서 너무 늦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확정(아마도...--;) 귀국 일정은... 10월 10일 취리히에서 말레이시아로, 10월 17일 말레이시아에서 인천으로 들어갑니다.

많이 늦어졌지만... 공항 앞에서 살면서 느낀대로... 이산화탄소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 '확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버릴까?' 하는 충동을 실행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일찍 들어가는 셈입니다. ^^;;;

 

무소식으로... 여러 사람 걱정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쯤 떠돌이 삶을 해보니 별 두려운 게 없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오히려 여러분들 소식이 궁금하고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즐겁고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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