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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인터넷/미디어 정책에 관한 단상

HelterSkelter님의 [민노당 정책위의장 후보자토론회 ‘각양각색’ 열띤 논의] 에 관련된 글.

 

내 관심을 끌은 부분만을 다시 인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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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패널 질의 시간에서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지금 미디어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급격하게 보수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 이미 인터넷의 도움을 받았고 한나라당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진보정당이 가장 열세인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윤영상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이 당원들과 만나는 게 좀 더 중요하다. 당 홈페이지를 획기적으로 바꿔서 포털사이트화 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용대 후보자도 “민주노동당은 일찍부터 인터넷 부문에 힘써왔다. 인터넷을 게시판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포털사이트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의견을 밝혔다.

반면 김인식 후보자는 “미디어 수준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도 오프라인 상에서의 대중투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03년 유럽에서는 200만 명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한 적 있다. 대중투쟁은 단지 복고의 흐름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기성정치를 좌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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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민노당 관련 게시판들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아마도 자료도 논의도 별 게 없긴 할 것이다. 너무 부족한 내용이지만, 딱 위의 기사만으로 떠올른 단상들.

 

일단, 질문자가 진중권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나는 진중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만큼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있는 좌파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전투적 글쓰기만으로 조선일보의 게시판을 뒤흔들어 놓은 행동은 그 의의와 함의가 다시 음미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

미디어환경의 급변, 대학생들의 보수화, 인터넷에서 진보정당의 열세.

 

사실 세 후보의 답변은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질문의 중요성을 전혀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인터넷/미디어 정책은 사실상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된 적이 없는 것이다. 미디어환경의 급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딱 이 수준이다. '요새는 뉴스 다 포털사이트에서 본다더라... 우리도 포털하자.' 아니면 '에이 무슨 인터넷이야 대중투쟁이 최고지'

 

또 인터넷에서 진보정당의 열세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나오는 대답은 모두 '당 홈페이지 이렇게 바꿀게요'다. 사실 그들에게 보이는 인터넷은 '당 홈페이지'가 전부였던 것이 아닐까?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강세'가 홈페이지를 잘 만든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당이 당원들과 만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과 당 홈페이지가 포털로 전환하는 것은 무슨 관계인가? 누가 네이버 만나러 네이버로 접속하나? 포털과 네티즌의 관계는 서로 '만나는' 관계가 결코 아니며 그저 네티즌이 포털에 종속되어 있을 뿐이다. 당이 포털이 된다고? 방법은 두가지다. 당이 선정하는 사이트만 가도록 당원들을 교육/규제하던가, 아니면 당원들의 욕구를 모두 채워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대중화되거나. 둘 다 불가능할 뿐더러 실현된다 해도 당과 당원들을 만나게 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게시판이 어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일까? 게시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 그런데 게시판이 아니면 포털밖에 대안이 없나? 여기서 또다시 알 수 있는 것. 미디어환경은 급변하고 있는 데,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과 '포털사이트'밖에 없다.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표현방식, 소통방식, 담론의 생산, 유통, 소비방식을 그들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사실 게시판도 모르고 포털도 모른다. 포털, 뭐 나쁠 건 없다 치자. 그런데 그렇게 할 역량은 있으며, 투자할 생각은 있다는 것인가?

 

미디어의 '급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미디어'수준'의 강화 보다는 대중투쟁이 중요하는 건 정말 동문서답이다. 굳이 먼 유럽의 200만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월드컵, 미군장갑차, 대선, 탄핵 등등의 정국에서 200만이 '대중투쟁'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 그들은 그냥 모였나? 그들은 '급변'한 미디어의 결과 아니었던가? 인터넷/미디어 전력과 대중투쟁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정말로 심각하게 무감각하고 무지하다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래 민주노동당은 인터넷 상에서만큼은 제 1당이라고 자부하곤 했다. 그건 홈페이지 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 진보정당은 열세다. 그럼에도 아무런 전략, 아니 전략 이전에 아무런 고민도 없다.

 

아... 남 욕하는 척 하면서 자학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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