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라는 착각

"비극 혹은 운명의 인과율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타자와 동일자의 차이가 언제나 ‘내적인 차이’라는 점이다. 양자의 존재는 단순하게 분리될 수 없으며, 그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동일성이란 과정으로서 차이화(differentiation)가 가져오는 상대적인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기자신과 내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타자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가 곧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타자의 존재가 억압될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파괴될 수는 없으며 다시 돌아와 동일자의 뒷덜미를 잡아채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와 분리 가능하다고 믿었던 타인의 존재(‘주체’란 이러한 착각을 우리가 이름짓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가 사실은 동일자 자신의 내부를 항상 이미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비극적인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그들이 모종의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에 도달함으로써 일방성 없는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우뿐이다."

 

- 최원, 「비극: 테러, 이라크, 미국」, 『사회진보연대』 2003년 4월호(강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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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대목.

강마에는 자신의 주체를 위협하는 감정, 곧 정념(passion)을 어떻게 맞이할까.

이성보다 감정이 더 우월하다는 흔해빠진 낭만주의로 전락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두 가지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덜 흔할 것도 없는 절충주의로 미끄러지지도 않으면서,

이 문제를 다루는 다른 방법을 이 드라마가 보여 줄까?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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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08/11/01 03:32 2008/11/0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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