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붉은사랑님의 ["그" 포스터에 열받았던 이유] 에 대한 의견입니다.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근거하여,

노동자 혹은 투쟁의 주체를 남성화한다는 첫번째 비판에 동의합니다.



성소수자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좀 '아리까리하다'는 말.

 

이미 첫째 비판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여지는데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견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성애 중심의 가족주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동성애 등의 다양한 성정체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성애만을 보편적인 성정체성으로 인정해왔던 사회이기에

가족이 개개인의 생계유지를 위한 기본모델이 되고

그 생계의 부양을 남성노동자가 맡는 성역할 구분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만약, 여성 둘(혹은 남성 둘)이 벤치에 앉아있는 그림이었다면"

우리 결혼하자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았겠죠.

결혼을 바라는 것은 충분히 개별적일 수 있지만

결혼이 '모든 사람의 이상'이 되는 것은 분명한 정치성을 띤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터를 통해 이성애에 기반한 가족모델이 보편적 이상으로 다루어진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게 억압적입니다.

 

절박한 '방어'투쟁에 걸맞는 현실인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붉은사랑의 느낌-분노에 가까울 듯한-이 전해지기는 합니다.

포스터 자체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경고총파업을 선고한 후 민주노총이 보이고 있는 모습에 대한 느낌으로 읽힙니다.

저 역시 민주노총의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오늘 아침 버스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는데

이수호 위원장의 인터뷰가 나오더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노사정위 복귀하겠다면서

한편으로는 오늘의 총파업이 정당하다고 역설하는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현재의 비정규직 입법 관련 투쟁이 방어투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어에 충실하다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이미 작년에도 '개악저지'가 아닌

'비정규직 권리 입법 쟁취'라는 구호를 내걸자는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 포스터는 그런 면에서 더욱 나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비정규직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물러서지 않기 위한 투쟁에서도 우리가 나아갈 곳이 어딘지를 밝히려는 노력은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결혼'을 그 상징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포스터의 분위기가 투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라면 공감이 됩니다.

좀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죠.

 

마지막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합니다. ^^

정규직만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선 의제를 서서히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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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13:14 2005/04/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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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 글은 미류님의 [&quot;그&quot; 포스터에 열받은 &quot;둘째&quot; 이유에 대한 의견]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의미심장한 글이다. 그러나 우리는 본래 하나이다. 우리가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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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보네 2005/04/01 14:2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와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조리가 있을까!! 붉은 사랑님 글, 미갱님 글, 미류님글 보고 뭔가 마음이 뿌듯해졌어요.
    트랙팩 만들자고 해야지~

  2. rivermi 2005/04/01 17:0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자요~ 이래서 블로그가 좋다니까..

  3. 미류 2005/04/02 09:0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진보네를 뿌듯하게 했다니~ 정말 뿌듯합니다. ^^;;

    미갱, 마자요~ 미갱이 있어서 더 좋아요. ㅎㅎ

  4. 붉은사랑 2005/04/02 15: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무쉰, 트랙백까지...나두 그럼, 존대말..그새 존대가 어색해지다니..쩝..
    첫번째 '아리까리 부분'은 "결혼"자체를 내세운게 문제라고 이야기한 거죠. 성적 소수자들도 그런 결합은 가능하고,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하겠죠. 그러니까 여자 둘어었음 결혼이란 문구가 안들어갔을거라는게 아니라, "결혼"자체를 이상화하여, 목표화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제기를 한 것입니다.

  5. 붉은사랑 2005/04/02 15: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두번째는 지금 투쟁이 방어투쟁이어야 한다가 아니라, 핵심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위해서 하는 대리 투쟁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 자신의 문제라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대요. 정규직되면 결혼하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악법 통과되면 큰일인데.."라는 문구는 이 문제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로 나타낸다는 거죠. 이는 엄염히 비정규직 확산이고, 그것은 정규직에 대한 공격일텐데요..핵심은 민주노총이 이 포스터에서 보여주듯, 별반 투쟁할 생각이 이래저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해서요...쩝..

  6. 미류 2005/04/02 19: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ㅎㅎ 덧글에서까지 그럴 필요야~ ^^;;
    방어투쟁과 관련된 부분은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네 말처럼 "정규직되면 결혼하자"는 문구가 비정규직관련입법의 문제를 비정규직의 문제로만 한정짓는다는 문제는 분명 있지. 다만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호하는 입법을 쟁취하자는 주장보다는 정규직 되자는 말이 좀더 공격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7. 미류 2005/04/02 19:4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리고 '아리까리 부분'은 여전히 잘 모르겠는 걸. "결혼" 이 성소수자들의 당연한-결혼을 원하는 성소수자에게는- 권리가 되어야 하겠지만 "결혼 자체를 이상화"하는 인식체계가 이미 성소수자를 배제하고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어. "결혼"을 이상화, 목표화하는 것이 이성애자인 비혼여성에게도 억압적일 수 있는데 그거랑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

  8. 붉은사랑 2005/04/02 21: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음..결혼 자체가 이성애적 관계를 전제한다는 것?
    나도 아리까리를 풀 수 있길 바래. 나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