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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차베스는 혁명가인가

차베스는 혁명가인가


 

어제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에드윈과 차베스 정권에 대한 토론을 하였습니다. 버스가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 사이에 저희 바로 뒤에 있던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계속 말을 거는 바람에 토론이 시작되었지요. 우리가 서로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는 그 아저씨가 저희한테 술주정을 하지 않았거든요. 흐..
 
그 시작은 어제 블로그에 올렸던 거리의 노점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거의 한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토론이었지만, 논쟁꺼리는 거의 없었으니 한번 요약해보기로 하지요. 주제는 차베스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베스가 집권한지 5년이 넘었지만 빈민들은 여전히 물건을 팔기 위해 찻길에서 경찰에 쫓기면서 위험한 곡예를 해야하고, 몇가지 개혁적인 미션이 실시되기는 했지만 빈부격차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베네수엘라의 경제 시스템은 아직도 자본주의에 머물러 있습니다. 만일 차베스가 현재 이 나라에서 근본적인 생산시스템의 혁명적 변혁 없이 미션들만을 계속 늘어놓게 된다면, 그 최고의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마도 북유럽의 사민주의 시스템을 만드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가 현재까지 국유화 한 것은 석유 정도이며 그것은 본래부터 헌법에 명시되어있던 사항입니다.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국가 주도의 지원사업정도이지 노동자통제 아래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산시스템이 아닙니다.






시내에 가면 선정적인 광고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고, 까라까스 시내의 차까오 지역에 가면 다른 선진국들의 부자들보다도 더 화려하게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부자들을 여전히 만날 수 있습니다. 차까오는 한국의 강남과 거의 흡사한 동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그 거리에 있는 화려한 쇼핑몰에는 비싼 수입품들이 가득하고(우리나라의 롯데 백화점 보다 대여섯배는 고급스럽고 더 큰 백화점이 거기에는 몇개씩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 못지 않게 깨끗하며, 그 지역 경찰은 모두 초급 대학 이상 출신자들로서 다른 선진국 못지 않게 친절합니다. 그들이 부자들을 위한 안전한 거리를 만들고 있지요. 거기는 까라까스 시내에서 유일하게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지역입니다. 이 부자들은 이 나라 대부분의 빈민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차베스와 빈민들이 다 죽어 없어져야 할 인종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이 '혁명'이 시작된지 5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차베스는 스스로 사회주의적 혁명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렇게 선전하고 있지만, 과연 그가 정말로 사회주의적 혁명가인가 하는 것에는 자꾸 의심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가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진행하는 정책들은 사실 거의 혁명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미션들이 진행된다면 정말로 감동의 도가니겠지만, 그 미션들을 '혁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근본적인 변혁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은 분명히 혁명이 아니라 점진적이며 개량적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는 미션들은 생산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되도록 하는 근본적인 변혁이 아닐뿐더러, 분배에 있어서도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정도의 혁명적인 분배정책의 변화는 아직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혜적인 분배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차베스는 혹시 남미의 역사에 여러번 등장했던 포퓰리스트가 아닐까 하는 것이 에드윈과 제가 차베스 정권에 던지는 의문입니다. 에드윈에게 현재 이 나라에서 운동의 주류는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에드윈은 서슴없이 '차베스이즘'이라고 하는군요. 후후..


 
에드윈은 한편으로 혹시 차베스가 히틀러와 비슷한 선동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당도 아니고 1인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으며, 모든 정책은 선동적인 연설을 통해 발표되고.. 군중은 차베스를 연호하고..
 
또 에드윈은 멕시코에도 한때 차베스와 아주 흡사한 대통령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스스로 사회주의라고 밝히며 민중을 선동하고, 현재 베네수엘라의 미션과 흡사한 몇개의 개혁프로그램을 내놓고, 대중들은 거기에 환호했지만, 결국 그는 자본주의자였다는 거지요. 뒤로는 수많은 자유주의 정책이 지나갔지만 민중들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는 이야기도 더합니다.
 
차베스 정권에 대한 영어로 된 대부분의 자료는 두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는 차베스의 정책에 대한 찬양이며, 다른 하나는 그를 군부 독재자로 부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자료만으로는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저히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차베스 정책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앞으로 차베스 정권에 대해 각국에 소개할 일이 있을 때에는 그 양측면을 모두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또한 함께 공유한 결론이었지요. 그리고 에드윈은 차베스에 대한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칭 차비스트입니다. 후후..
 
 
이 토론 덕에 하루종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보냈는데, 그 토론 내용을 독일에서 온 그리스 아가씨 이레네에게 들려 주었더니 이레나는 아주 명쾌하게 결론 짓더군요. "도대체 너는 왜 차베스가 뭔가 바꿔주기를 기대하는 거야? 언제 혁명이 위에서 내려온 적이 있었나? 경제 시스템은 차베스가 아니라 민중들이 바꿔야 하는 거야. 혁명은 절대로 위에서 내려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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