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마음. 뒤틀림.

1.

어렸을 때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야뇨증에 시달렸었다.

 

원래 틱 장애나 ADHD나 자폐 증세가 나타나야 하는 환경이었지만 그간 키워놓은 나의 공상과 엄마의 필사적인 자식보호로

 

거진 이틀 걸러 하룻밤마다 이불에 침대에 방바닥에 지리는 것으로 액땜할 수 있었다.

 

물론 위의 세 방해꾼들이 내게 찾아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지금도 그들의 잔재에 조금씩은 영향을 받는 중이다.

 

그래도 정말 엄청난 문제로까지 심화될 수 있었던 증상들이 약간의 말 꼬임과 가끔씩 나타나는 '준'자폐?? 로 끝난 건 정말 다행이다.

 

 

 

2.

나름 가까웠던 지인들 중 중학교 1학년 때 한 명, 2학년 때 한 명, 3학년 때 두 명이 죽었다.

 

슬픈 것에 눈물을 흘릴 수 없게 된 트라우마는 2학년 때 찾아왔고, 현재 통합실조증이라 불리는, 더 대중적인 용어로는

 

정신분열증이 될 나의 제일 큰 문제는 1학년 여름방학의 초입부터 내게 굴레를 씌웠다.

 

정신분열이라 하면 영화 아이덴티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텐데, 사실 schizo.의 범위는 진짜진짜 넓다.

 

존 내쉬처럼 사람이 보이는 경우가 흔하지만, 내 증상은 내가 쓰레기같은 현실 상황에서 도피하고자 불려놓은 상상력에서 기인했다.

 

초기엔 사촌 형의 환청이 들리고 꿈에 자꾸만 나타났다. 무섭고 다급해진 기분의 내 마음은 돌파구를 찾았고,

 

어린 시절부터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 세계는 점점 커지고 커져 거울 너머의 다른 세계마저도 잠식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멘토와 일련의 긍정적인 사건들 덕분에 눈길 닿는 모든 곳에서 글자가 피어나고 상이 일그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죄다 환상임을 인식하고 있다 뿐이지, 이게 완치될 증상은 아닌 걸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약간 융화되었다 뿐이지, 내 Fantasie는 그대로 주변을 맴돈다.

 

 

 

1번이든 2번이든, 피할 수 없는 것들은 끌어안고 가는 게 상책이다. 걷다 보면 대안이 생각나겠지.

유일한 불만은 이제 점점 외로움의 쓸쓸한 온도를 체감하는 11월인데 무게를 덜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거.

아니,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내가 남한테 짐 싣기가 미안하고 또 두려워서 손을 못 뻗치겠다.

이 사람이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쓸데없이 맡긴 건 아닌가?

내 또 다른 면을 봐 버린 저 사람이 나와 떨떠름한 관계가 되어버리면 어떻하지?

무관심한 척 귀찮은 척 하지만,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마저 떠나가버리면 난 아마 주저 않고 뛰어내릴 거 같다.

그래, 애정결핍 또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부작용 발생도 추가하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