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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화는 계속된다

10/15, 2005

 

8.31 대책 그후: 부동산 신화는 계속된다


근대화가 시작된 이래 신화와 전설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에 재벌과 부동산에 관한 신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97년의 경제위기는 재벌의 ‘대마불사’신화가 한낱 전설에 불과한 것임을 가르쳐주었고, 이후 재벌과 노동자대중 모두에  상당한 학습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부동산의 경우 토지공개념 제도 시행과 경제위기 직후 된서리를 맞았으나 2002년부터 시작된 투기 광풍이 지속되면서 신화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상품을 투기 목적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상품은 필요하다면 즉각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은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은 교환을 통해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는 생산활동도 아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실거래 되는 신규물량이나 투기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거래 물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급증하거나 시중의 유휴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부동산 가격은 곧바로 급등하게 된다.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산보유계급은 지난 3년(2002-2004년)간 급속한 땅값 상승으로 매년 2,3백조원의 배를 불렸는데 이렇게 늘어난 불로소득 총액이 무려 8백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투기의 또 다른 특징은 전국민적인 머니게임화 현상이다. 복부인, 떳다방 같은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다 보니 뉴스거리에도 못미칠 정도다. 여기서 돌발퀴즈 하나. 이헌재, 이해찬, 이기준, 강동석, 김세호, 최영도의 공통점은? 정답은 옷벗은 사람들이다. 이렇듯 고위 공무원들의 투기 행태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2월에 공개된 공무원의 재산 변동 가운데 1위가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이었다고 한다.


<표> 고위직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이름

직위

부동산 투기지역

비고

이헌재

경제부총리

경기도 임야 1만7천평

전답 6천평

사퇴

이기준

교육부총리

아산시 6천7백평(기업도시)

서울 아파트 2채, 수원 건물

사퇴

이해찬

국무총리

대부도 683평

현직

최영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토지 14곳,

아파트 및 상가 5채

사퇴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

인천공항 부근 1118평

사퇴

김세호

건설교통부차관

서울시 장지택지개발지구 7백평

사퇴

홍석현

주미대사

경기 이천 4만5천평

경기 양주 3천9백평

사퇴

정문수

부동산정책실무기획관

청와대경제보좌관

철원 농지 683평

현직



청와대에서 보낸 스팸메일

며칠 전 메일을 검색하는데 한 통의 메일이 시선을 끌었다. 제목이 “부동산 투기 꼭 … …”로 여느 스팸메일과 다른 듯하여 열어보았다. 발신처가 청와대였다. 대충 내용은 이랬다.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다. 하지만 조․중․동 등 몇몇 꼴통 언론들이 8.31조치를 두고 세금 폭탄이니 경기위축이니 하면서 꼬장과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과표를 현실화 하는 등 강력한 개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확고히 잡을 것이다. 운운….

과연 그럴까?

국가 차원의 부동산대책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있었지만 그 어떤 정부도 제대로 시행한 적이 없다. 그것은 부동산투기억제특별법(1968), 5.29조치(1974), 8.8조치(1978), 9.27조치(1980), 5.8조치(1990) 등 과거의 대표적인 부동산 대책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의 토지투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 조치는 거의 ‘말로만 조지는’ 수준에서 무마되곤 했다.

이른바 ‘정부주도적 자본축적’ 과정은 재벌을 핵심으로 한 산업자본에 각종 개발이익을 안기며 초기 축적을 부여한 것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앞장서서 전국의 토지자원을 개발․공급해 온 주체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은 거의 경기부양을 위한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89년 주택 200만호 건설, 99년 주택 10만호 건설과 부양조치(부동산 전매, 양도세 허용) 등은 건설산업을 매개로 한 대표적인 경기부양 사례이다.


부동산정책은 경기부양의 불쏘시개

노무현정부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노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동산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잡겠다”고 외쳤고, 2003년 10.29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값과 땅값 폭등은 지속되었고, 전국민적인 투기 열풍은 식을 줄을 몰랐다.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세는 약간 강화하는 대신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추진한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택지 및 주택공급 의지를 초지일관 유지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지방에는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지정 등 지역균형발전을 빙자한 신지역개발 정책을 광범위하게 추진해 왔다. 요컨대 경기 위축을 우려한 정부는 처음부터 부동산투기 ‘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만 쏠려 있었던 것이다. 이미 오랜 저금리 기조와 함께 무려 수백조로 추산되는 유휴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유하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공급확대는 부동산 가격만 폭등시켰다.

정책실패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부는 또 다시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8.31대책이다. 지난 2월 판교대책을 시작으로 이십여 차례의 회의 끝에 쏟아낸 것이다.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이 대책이 부동산시장에서 씨알이 먹혔던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중의 땅값, 아파트값은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한 모습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 등은 “투기가 잡혔다”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그 대책은 시행도 되기 전에 벌써 후퇴 조짐을 내보이고 있다. 바로 열흘 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보유세 1.0%는 비젼일 뿐이며 강화 계획은 없다”고 초를 쳤던 것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보유세율은 현재 0.20%이고, 12년 뒤인 2017년에야 0.61%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1) 이 말이 사실이라면 보유세를 통한 자산재분배 및 투기의 제동장치 역할은 기대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세제 개편을 통한 부동산 대책은 까마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대책의 초점이 자산비보유계급이 아니라 자산보유계급의 보호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부동산불패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지가총액 및 지가상승률 추이

  자료: 통계청, 재정경제부


자산보유계급 대 자산비보유계급의 양극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적어도 십년 동안 잠자던 부동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였다(그림 참조).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자산보유계급으로 하여금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

이는 명백히 자산보유계급과 자산비보유계급의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를 확대재생산 시킬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올해 불로소득액은 약 347조원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2004년 1년간 전체 노동자 1천4백만명이 받은 임금 총액 324조원보다 많은 것이다. 또한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한 노동자 대중의 임금인상 압력은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부동산 거품의 방치 혹은 어설픈 억제는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3년째 진행중인 지금의 장기침체 국면이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산과 소비로 흘러가야 할 자금을 땅속에 묻어둔 꼴이기 때문이다.

8.31대책 또한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렇다면 부동산투기의 대안은 없을까? 핵심적으로는 토지의 공유 및 주택수 제한 등 부동산 소유의 사회화를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단계적으로는 공공임대 중심의 획기적인 주택공급, 1-2%의 보유세 강화를 통한 자산재분배 확대 등이 유효할 것이다. 또한 토지공개념2)의 일환으로 입법화했다가 지난 98년에 폐지한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등을 부활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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