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0 18:54

땅에서 난 콩이랑 솜

 

 날이 맑아서 빨간 고추 널어 말리기 좋다.

 호박이랑 박이랑 꼭지 떨어진 녀석들은 얼른 주워다가 얇게 썰어서 말린다.

 말리면 꼬들고 달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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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반은  지난 밤에 어두워서 다 못고친 자전거를 수리한다.

'정년퇴직교사 개집 짓듯'.

중얼중얼 긴사색 다시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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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밭에 남은 수수를 마저 베고 땅콩을 적당량 캐고 벼를 베어 세워두고 박을 탈 예정이다.

하나씩 터지는 목화솜도 따 올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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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사진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베라 솜씨.

저녁 먹고 나서 이야기 하면서 솜 속에 있는 씨앗 뽑아 모으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목화가 뭐길래 그 멀리서

  생 사람을 잡아다가 일을

 시키구 그랬을까..."

 

  "그르게..."

 

  얼마나 서럽고 얼마나

 그리웠을까.

 

  "꽃부터 씨앗까지 다

  예쁜게 목화인거 같아."

 

  "응, 빨간 가지랑 잎도

   이뻐."

 

  "인도에서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물레가

  있다던데... 여인들이

  기도하듯이 계속

  물레질을 할 수 있데."

 

  "간디가 쓰던거랑

  다른건가봐."

 

  "목화솜을 뭉쳐서 

 작은 열쇠고리를 만들구

 <빈농>이라고 써서

  나눠 갖는거야!"

 

  "팔아서 인도가자!"

    

  "팔릴까?"

 

 

"땅콩은 언제 캐는걸까?"

"백과사전엔 구월말에서 시월까지 서리 내리기 전이라고 써있어. 가지가 시들어 마를 때 쯤이랄까."

"오늘이구나."

 

한 사람씩 이고 질 수 있을 만큼의 양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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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는 머리에 이고, 데반은 가방에 넣어 들고, 라봉은 어깨에 메고, 골룡은 품에 안고 땅콩뭉치를 들고 왔다.

말리느라 거꾸로 세워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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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러울거같다.

 

 밭에 심은 수세미는 오이 만 한데, 밭에 심은 고구마도 듬성듬성 한데,

 씨 떨어져서 절로 자란 마당 녀석들은 참 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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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문 밖으로 나가 골목길에 접어들었고 앞으로도 갈 수 있다면 더욱 멀리 멀리 가보겠다는 자세다.

서리가 좀 늦게 내려주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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