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빈농사쟁이들
- 이어가다(1)
- 2011
-
- 빈농사쟁이들
- 비닐하우스 짓다(3)
- 2011
-
- 빈농사쟁이들
- 타라후마라 인디언 샌들 만들기(6)
- 2011
-
- 빈농사쟁이들
- 올해는 감자 듬뿍
- 2011
-
- 빈농사쟁이들
- 밭에 불(3)
- 2011
날이 맑아서 빨간 고추 널어 말리기 좋다.
호박이랑 박이랑 꼭지 떨어진 녀석들은 얼른 주워다가 얇게 썰어서 말린다.
말리면 꼬들고 달아진다.
데반은 지난 밤에 어두워서 다 못고친 자전거를 수리한다.
'정년퇴직교사 개집 짓듯'.
중얼중얼 긴사색 다시 중얼중얼
오늘은 밭에 남은 수수를 마저 베고 땅콩을 적당량 캐고 벼를 베어 세워두고 박을 탈 예정이다.
하나씩 터지는 목화솜도 따 올거고.
이런 거.
사진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베라 솜씨.
저녁 먹고 나서 이야기 하면서 솜 속에 있는 씨앗 뽑아 모으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목화가 뭐길래 그 멀리서
생 사람을 잡아다가 일을
시키구 그랬을까..."
"그르게..."
얼마나 서럽고 얼마나
그리웠을까.
"꽃부터 씨앗까지 다
예쁜게 목화인거 같아."
"응, 빨간 가지랑 잎도
이뻐."
"인도에서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물레가
있다던데... 여인들이
기도하듯이 계속
물레질을 할 수 있데."
"간디가 쓰던거랑
다른건가봐."
"목화솜을 뭉쳐서
작은 열쇠고리를 만들구
<빈농>이라고 써서
나눠 갖는거야!"
"팔아서 인도가자!"
"팔릴까?"
"땅콩은 언제 캐는걸까?"
"백과사전엔 구월말에서 시월까지 서리 내리기 전이라고 써있어. 가지가 시들어 마를 때 쯤이랄까."
"오늘이구나."
한 사람씩 이고 질 수 있을 만큼의 양을 뽑았다.
베라는 머리에 이고, 데반은 가방에 넣어 들고, 라봉은 어깨에 메고, 골룡은 품에 안고 땅콩뭉치를 들고 왔다.
말리느라 거꾸로 세워놨다.
어지러울거같다.
밭에 심은 수세미는 오이 만 한데, 밭에 심은 고구마도 듬성듬성 한데,
씨 떨어져서 절로 자란 마당 녀석들은 참 잘도 자란다.
둘 다 문 밖으로 나가 골목길에 접어들었고 앞으로도 갈 수 있다면 더욱 멀리 멀리 가보겠다는 자세다.
서리가 좀 늦게 내려주면 좋으려나...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