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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를 떠나 안동을 향해 가다가
청량사 아래 정자에서 하루 묵을까 싶어
매화산에 올랐더니만,
야영금지, 취사금지란다.
약해진 마음에 근처 민박집에서 하루를 잤다.
빈농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다행히 산골민박 아저씨의 허허 하는 웃음과 싼 가격에
다친 자존심을 쓰다듬으면서
거저 주시는 밥을 다 받아 먹고
다음 날 아침 청량사에 올랐다.
주지스님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돌을 올려 메고 지었다는
아름다운 이 곳에서도
우리의 관심사는,
'공양 시간이 언제일까?'
먼 길 가야하는 우리 사정 관계 없이
늦은 공양시간에 입을 댓 발 세우고 우리는 내려왔다.
절밥은 포기했으니 공짜 차는 꼭 마셔야 한다.
'내버려둬' 라는 큰 글씨를 세우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분의 집.
(사진은 찻집 앞에 식신이 꼬깃하게 서 있는 모습.)
그날 밤 걸어서 도착한 마을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거기에서 마을 회관을 빌려 잤다.
아침에 퉁퉁 부은 발을 커다란 냄비에 담그고 있다가 할머니들에게 혼났다.
깨끗하게 씻어놓고 나왔다.
왜 미처 생각 못했을까......
죄송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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