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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운하 강변에 산다. 이 동네 이사왔을 때부터 산책하면서 지상층 창가에 나와 있는 고양이들과 "나는 이 동네에서 살길 원한다" 같은 문구가 써 있는 창문을 계속 주목하고 있었는데 오늘 뉴스에서 다뤄주었다. 원래 사회주택으로 지어졌던 이집을 주택회사가 소유한 뒤 세입자들을 내 쫓고 건물을 개조해서 자가주택으로 팔려고 한다. 다른 세입자들은 이미 다 포기하고 나갔고, 이 할머니 혼자 남아 있다. 이 할머니 집의 동쪽 창문은 세입자에 속한 게 아니라 건물 전체의 것이라서 주택회사가 떼 갔다고 한다. 지금 이 할머니과 고양이들은 동쪽 창틀을 투명비닐로 대충 막아 놓고 살고 있다. 산책하다보면 이집 고양이들을 종종 만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물론 베를린의 주택관계는 서울에선 상상할 수 없는만큼 세입자 친화적이고,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리에 따라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일정 면적 이상의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할머니의 경우도 많은 이들이 응원하고, 연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 이 집에서 또 멀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는 코트부서 토어의 집합주택 세입자들도 매주 토요일 데모를 벌이며 "동네에서 계속 살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여기는 베를린 도심에선 보기 드문 고층 아파트촌이 있는데 주로 6-70년대에 터키계 노동자들이 유입될 때 주거지로 지어진 사회주택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클러버들을 중심으로 소위 뜨는 곳이 되었고, 주택회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월세를 올렸다. 많은 터키계 사람들이 사실상 자신들이 나고 자라며 일구어 온 이 동네를 떠나 더 외곽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주택임대 제도는 대부분 영구입대주택제도와 비슷하게 되어 있다. 특정하게 제한된 목적으로 주인이 집을 이용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세입자는 한 번 계약으로 거의 오르지 않는 월세를 내며 계속 한 집에서 살 수 있다.(심지어 집이 낡거나 고장이 발생하면 월세가 떨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그 '목적'을 만들어 내기란 부동산 자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테고, 특히 매각된 도심지역의 구사회주택들이 주택투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처럼 아예 동네 전체를 밀어버리는 식의 개발은 여기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재개발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던 동네 바깥으로 밀려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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