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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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마르티나가 우리 집에 왔다. 방년 18세의 스위스 학생인 그녀와는 지난 번 교황반대 시위를 함께 나가게 되면서 친해졌다. 

안티고네와 나는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데, 어쩌면 그녀 안에 우리가 서울에서 함께 지냈던 해방전선의 10대들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어권 스위스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마르티나는 아마도 그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권리와 방법을 알고 있었다. 세계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또래의 친구들이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가는 것과는 달리 그녀는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대학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에게 커다란 혜택이 있고, 단 두달만 일하면 일년 학비를 벌 수 있음에도 말이다. 

안티고네와 함께 마르티나에게 두리반과 명동해방전선, 그리고 희망버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리가 놀란 건,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매우 빠르고 매섭게 그녀가 우리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세계에 대한 매우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결코 지역적이기만 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해 - 그녀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시스템 역시 근본적으로는 대의적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 즉 '민중 없는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는 거의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권리와 사상을 누군가한테 맡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체제는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란 언제나 '민주화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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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1 01:36 2011/10/21 01:36
Posted by 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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