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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9
    왜 이명박은 상식을 거부할까?(3)
    바람-1-9

왜 이명박은 상식을 거부할까?

 지난 대선은 과거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던 사람 중에서도 다수가 이명박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고 민주당은 완전 개차반이었으니 뭐 당연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이렇게 기존의 지지 성향의 여부와 상관 없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정치현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을 찍겠다는 이들과 이야기할 때 솔직히 별로 흥이 나질 않았다. 나조차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여서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래도 진보정당 찍어야 복지국가 흉내라도 내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하는 수 밖에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박정희 독재 시절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조금은 그런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그렇게 절실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는 박정희 시절과 지금은 사회·정치·경제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북핵 문제와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에도 무지하게 힘들 것이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쉽사리 다른 사회 영역에서 급격한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부시 정권 임기말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도 이미 2007년 대선 전이었고, 2003년부터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동산과 주식의 거품의 붕괴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도 이미 2006년 10월경이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국제 유가도 끝 모르게 오르고 있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석유의 공급 측면에서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유가 상승 국면인 것도 이미 명확했다.

나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지 않을 성 싶은 사람들에게 2007년 대선은 북핵과 세계 경제 침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인 대안을 가진 정권을 뽑아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뭐 내가 보기엔 이런 분들 대부분은 이명박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더 많은 것을 따지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이명박의 대선에서 보여준 최소한 이미지는 구체적인 대안은 없어도 이런 명확히 주어진 위기 상황에서 소위 "실용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왜냐면 이 두 가지 도전 앞에서 실패한다면 그 정권이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여지 없이 내 이런 '상식' 수준의 기대를 깨버렸다. 아집과 아마추어 정신 그리고 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은 국가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것조차 무시하게 만드는 것인가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대선 시기 이명박 캠프는 젊은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들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는 눈을 씼고 찾아봐도 없었다는 점이다. 시대에 뒤쳐져 버려진 사람들의 귀환 내지는 유령의 귀환이나 될 법한 인사는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예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를 보면서 봉숭아학당이라고들 했는데, 딱 그 수준이었다.

솔직히 이명박 정권은 이미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지지를 회복하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럴 능력도 사람도 없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문제는 이런 이명박 정권을 거치고 나면 더 많은 국민들이 정치가 쓸모 없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기업에 가지 공무원을 하거나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도 더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딱 민주노동당이 몰락한 이유와 동일한 연장 선상에 있다. 소위 지도부는 상식을 거부하고 능력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배제되고 떠나면서 정치는 더 깊은 실패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형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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