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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필요해. 한국 경제 이제 진짜 위기다.

오늘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아이파드(ipod)로 미국의 경제 관련 라디오 프로를 들었다. "Market Place" (http://marketplace.publicradio.org/~라고 매일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에서 파드캐스트(podcast)로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서 들을 수 있다.  어제 방송을 듣는데 데이빗 프럼(David Frum)이라는 보수논객의 코멘트 하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이 사람은 보수논객으로 최근에 "Comeback: Conservatism That Can Win Again."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책제목을 번역해 보면 "컴백(복귀): 다시 승리할 수 있는 보수주의여"쯤이 될 것 같다. 오늘 코멘트의 제목은 "Wage stagnation is the real problem"("임금 정체가 진짜 문제다". http://marketplace.publicradio.org/display/web/2009/01/21/pm_wage_stagnation/)였다. 보수주의 경제 논객의 입장에서, 공화당과 보수주의가 실패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2007년의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7년전보다 거의 늘지 않았다는 것이란다.

흠.... "실용 보수"를 제창하는 이명박 정부는 "임금 삭감"을 전제한 "일자리 쪼개기" (우석훈씨가 쓴 말 같은데 맘에 든다)를 떠들고, 왠지 이명박의 "보수"가 뭔지 제대로 헷갈린다. 미국 보수하고는 결이 틀린건가? 헐헐. 재개발과 살인진압으로 사람들은 죽어나가도 삽질의 한길로 매진하는 이거는 무시기 주의 경제 정책이라고 불러야 하나. 최소한 미국식 보수는 아닌갑다.

제목과는 다르게 서설이 길었다. 그렇다고 전혀 주제와 관계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 드디어 지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마이너스로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이따구로 확 내려간 것은 세계 경제의 위축이 예상을 뛰어넘고 따라서 수출이 대폭감소한 것이 주원인인 것 같다. 내수도 같이 주저앉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부터 금융위기 이야기 다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아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이거 작년말에 있었던 금융위기가 다시 오는건가? 해외에서는 그럴수도 있다는게 대세가 슬슬 되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위기의 진원지는 지난번과는 달리 투자은행이 아니라 상업은행이다. 미국 같으면 투자은행을 샀던 상업은행이나 기존에 부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부실이 밝혀진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모기지와 파생상품의 부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아서 금융위기가 재연될 위험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실물 경제가 꼴아박는 상황이라 이에 따른 새로운 부실의 등장이 한층 위험을 높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아주 아주 잘나가는 엄청나게 큰 기업 몇개 빼고는 요즘 기업들이 돈을 빌리려면 15% 정도 이자 줘야 한단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고금리 내는 것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들었다. 왜 이리 금리가 높으냐고? 은행은 돈 빌리려고 하는 기업들이 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에서 우리 경제성장률 마이너스로 한참 꼴아박은 것 이야기했다.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도 많이 부도날 거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당연한 거고. 다행히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 금융은 그런 상황까지는 가질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업들 부도나고 하면 우리나라 금융이라고 해서 멀쩡할지 자신할 수 없다. 기업 부도와 개인들의 전세 대출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면 금융위기 상황 올 수도 있다.

뭐 우리가 IMF를 겪어봤고 작년의 미국 금융위기를 봐서도 잘 알고 있지만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 경제가 통째로 주저앉을 위험이 커진다. 영국이나 유럽은 아예 은행들을 추가적으로 국유화해서라도 이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붕괴는 막으려고 한다. 미국은 워낙 국유화에 부정적이라 현재는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 자산만을 사들이는 배드뱅크를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배드뱅크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면 미국도 국유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요 며칠 미국와 유럽의 은행들 주가 확 꼴아박았다. 자산의 부실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국유화를 생각하니, 이제는 은행이 더 이상 돈장사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국가 기구가 되는 것이라 이윤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으니, 사실 은행 주식은 주식 시장에서 가치는 빵원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단돈 얼마라도 건지려고 팔아재끼고 있다. 그러니 주식이 폭락을 안 할 도리가 없다.

자 이제 실물경제의 위기로 시작하는 진짜 위기는 한국에서 이미 시작이 됐다. 어떻게 이 춥고 어두운 시절을 서로 보듬고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희망을 만들어 갈까? 나는 당장 이명박의 토목 공사에 돈 쏟아붇기를 그만두고 중산층이하의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직접 돈을 쥐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업급여 제대로 주고, 재교육 기회 주고, 배고프고 아프게 하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이참에 문제 생기는 은행 있으면 이번에는 국민 세금 넣어서 부실자산 갚아서는 딴 나라 투기 자본에 떠안겨주는 일은 하지말자. 국유화해서 은행 통해서 서민들, 중소기업들에 돈을 주자. 그리고 지금 부자들과 대기업 주머니에 있는 돈을 빨리 줄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들과 대기업 주머니를 적절히 줄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집짓기, 땅파기를 헤대다가는 경제는 축소되는데 황당하게 집값, 땅값은 오르는 황당한 상황이 오고 다른 물가들도 상승하는 정말로 요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산층이하는 들어오는 돈은 줄지, 언제 짤리지 모르지 하는 상황인데 집값 오르고 물가 오르고 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중으로 죽게 생겼다. 부자와 대기업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면, 최소한 그들이 가진 돈이 집투기, 땅투기로 몰리는 것이라도 막아야 한다.

개념 없고, 사람에 대한 예의도 없고, 경제는 쥐뿔도 모르는 이놈의 정부만 쳐다보다간 다 죽게 생겼다. 어찌 어찌 나 혼자 잘 해서 살아왔다고 쳐도, 이번 위기에는 그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것도 희망이라면 희망일까? 혼자 잘난척 산다는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을 죽여놓고도 말로라도 죽어간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나누는 척이라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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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반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명박은 역시나 삽질로 경제 살리자고 나섰다.
촛불 정국에 놀라고 나서는 열심히 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을 족치고 있다.
공정택은 얼씨구나 전교조 교사들을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자르고 있다.

여론조사들을 봐도 이런 행태에 대해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다.
이명박의 삽질 경제가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치를 외면한다.

이것이 가장 큰 불행이고, 우파 사회 개조 프로그램에 반격을 가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한계다.
민주당은 누구나 다 죽었다고 한다. 뭐 확인 사살을 하자면 재보궐 선거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완전 몰락하는 것을 재확인하면 되기는 되겠지만, 그걸 확인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나 있을까?

90년대초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나름 운동권도 많고 하던 시절에도 이해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에 통탄을 하고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외치던 시절이 있다. 그때는 민주당도 건재해도 그랬다. 지금은 도대체 한나라당이라는 꼴통당 빼고는 당이라고 칠만한 당도 없는 시절인데 왜 이리도 정치세력화에 대한 목소리가 안 들리나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 꼴통이지,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도 힘도 없고 신뢰도 안 가지. 정치라는 것에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나도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정치 행위가 투표다. 몇년에 한 번 투표장 가서 도장 하나 찍고 오면 땡이다. 그런데, 투표조차도 점점 더 안하게 된다.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고, 신뢰를 보낼 정치세력이 없으니 당연하기는 하다. 예전 같으면 여당이 마음에 안들면 내용이 어쨌든 야당 찍는다는 생각이라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여전히 촛불을 이곳 저곳에서 정기적으로 밝혀 들고 있는 분들이 있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하지만, 가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이 조금만 있으면 이명박의 실정에 다시 지난 4월, 5월처럼 촛불이 대거 모일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희망 사항"이 당연한 현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난 촛불 정국이 시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조직 (특히나 정치 세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촛불의 힘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려고 했다면, 촛불 집회에 함께 했던 이들이 그 힘을 가지고 기존의 조직으로 또는 새로운 조직으로 모이고 이들이 정치적인 세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뭐 단기간에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고 하지만, 기존 조직들이 일정 정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과 조직 능력이 있었다면 그런 일들은 막으려고 해도 자연적으로 일어났어야 한다. 솔직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라도 촛불 집회에 담겼던 희망을 담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 없이는 아무리 이명박이 삽질로 경제를 망가트리고, 우파 사회 개조 프로그램으로 신자유주의 플러스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도 사람들은 저항이 아니라 기권을 하는 것을 계속 선택할지도 모른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고, 비전도 없고, 설득할 능력도 없어서 정치 세력을 못 만든다고 하는 사람들 많이 봤다.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정말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차고 넘칠 정도로 만나봤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어도 정말 사람도 없고 비전도 없는 상태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패배의식 밑에는 함께 토론하고 계획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의 기억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떨쳐버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이명박과 우파 사회 개조 프로그램에 대한 반격은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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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G20, FTA->DDR

지난 15일 세계 20개국의 정상들이 모여서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누구도 위기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모인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미국과 극소수의 소위 경제 대국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 질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일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 진영에서 보면 아직도 각국의 정상들은 세계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이러한 불신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면 이제까지는 미국이라는 유일의 초강대국을 중심으로한 세계 체제였는데, 그 핵심 국가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1월이면 대통령이 될 미국의 오바마는 G20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 각국의 벗어날 생각인 것이다. 위싱턴에서 그렇게 요구하던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충실했던 각국은 그렇게 주장해온 미국에서 비우량주택대출로 경제가 휘청하더니 자신들의 경제까지도 후퇴를 겪게 만든 미국을 더 이상 리더로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각국이 제살길 찾아 알아서 경제를 운영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G20에서 결정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올해말까지 WTO 도하개발 라운드(Doha Development Round, DDR)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세를 낮추는 대신에 세계 경제에서 다자주의가 다시 강화될 것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지는 DDR에서의 논의의 진전을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그간 FTA 등을 통해 자신들의 실패한 정책을 일부 국가에 복제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다자 무역 협상에서 자신들의 제도와 정책을 채택케 하려던 정책도 이제는 미국 내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DDR의 진전을 어렵게 하던 인도 등도 참여 의사를 강하게 표하는 등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G20가 이전까지의 G8을 중심으로한 세계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 구제 강화와 세계 경제 논의에서 다자주의의 강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점은 상당히 커다란 변화를 경제에 가져올 것 같다.

뭐 이명박은 미국과 FTA 빨리 해야 한다, 금융 산업 규제 완화해야 한다고 떠들면서 G20에 갔다와서는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남겼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뭐 보호무역은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하니 그걸 자신들의 성과라고 하는가 싶다.

미국과 FTA 체결해 놓고 DDR에 가서는 입 다물고 앉아 있는 한국의 대표단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 뭐라고 생각할지는 아직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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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자. 미 대선. 경기 후퇴. 진보신당

제목이 완전 뒤죽박죽인 것은 요게 요즘 내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는 단어들이라 그냥 쭉 적어봐서다.

요즘 일하고 있는 단체 (아는 분은 다 아는)에서 국제회의를 준비하느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 있는 활동가를 초청하는데 아니 요구하는 서류는 왜 이리 많으며 공증까지 받으라니, 완전히 아시아인은 불법 이민자나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 같다. 이래서야 어디 한국이 아시아의 일원이라고 떠들고 다녀봐야 욕만 먹지 않을까?

미 대선 선거날 내 옆지기의 미국 친구들은 모조리 휴가 내고 차로 동네 사람들, 아는 사람들 투표장으로 실어나르는 엄청난 선거 열기를 보여줬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내가 알기로도 항상 6:4 정도로 공화당이 우세한 소위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였다. 이거 왠걸 어제 다른 주 다 개표 끝나도 아직까지 미확정으로 계속 뜬다. 한밤중까지 49.xx % 대 49.xx %로 완전 팽팽.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현재는 50% 대 50%로 나온다.표수는 약 1만 3천표 정도 오바마가 더 받은 것으로 나온다. 아마도 재검표하고 있을 듯도 하다. 옆지기가 아는 친구들이 이메일로 후레이를 외친다. 한번도 공화당을 못 이겨본 한을 이번에는 거의 푼 것이나 다름 없어서 인가보다. 옆지기한테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별 큰 차이 없는데도 뭘 그리들 좋아할까하고 말해보는데, 옆지기 말은 거기 사는 사람들은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단다. 뭐 나도 매케인보다는 오바마가 낫다 싶다.

미국 증시는 다시 급락을 했다. 서비스업의 고용 상황이 나빠진 통계가 나온 것 때문인 것 같다. 경기 후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지만 경제학자들은 보통은 GDP(가계 소비 + 기업 투자 + 수출 + 정부의 재정 지출)가 축소되는지와 고용이 줄어드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보는 것 같다. 뭐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미국의 뉴스를 살펴보면 GDP 중에서 가계 소비 특히나 내구재 (차, 세탁기 같은 거) 소비가 크게 둔화하고 있단다. 미국의 경우 고용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데 이쪽 상황도 나쁘다는 통계가 나온 상황에서 경기 후퇴의 징후는 완연한 것 같다. 사실 이제는 경기 후퇴는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우리 나라도 소비가 줄어들고 있고, 고용 증가폭도 둔화되고 있으니, 이제는 경기 후퇴의 시기를 살아남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제일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누군가에는 대책 안 서는 어둠 같은 시절일 것임을 말할 필요도 없겠다.

세상은 변하고, 아직도 위기에 발가벗긴 채 내던져진 사람들은 많고, 욕 나오는 상황은 많은데, 진보신당은 왜 이리 진도가 안 나가는지... 희망이 필요한 시기에 희망이 되기보다는 정체된 듯한 느낌이 든다. 답답하기도 하다. 가장 답답한 것은 도대체 정당이라면서 누구를 자신들의 지지자로 삼을 것인지 그 대상을 분명히 하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것, 이들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식, 이들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나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당원 되었던 당직자가 되었던, 정책 연구자가 되었던, 정치적 협상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었던 자신들이 누구를 만나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구체적인 사업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연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총선이 끝난지 7개월이 다 돼간다. 무엇이 정당을 가능하게 하는지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걸까 아니면 당의 의사결정 구조나 집행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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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불황의 시작점에 벌써 벼랑 끝에 선 삶들이 있다

기륭전자의 투쟁과 이에 대한 탄압 소식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이 기륭전자 조합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는 주변 곳곳에서 보고 듣는다. 이미 붕괴 직전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딸이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왔다. 같은 방과후 교실에 다니다 보니 잘 아는 이웃이다. 들어보니 부모 모두 이제 직장도 없이, 있는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것 같다. 원래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터라 모아둔 돈이 있을 것도 아니다. 얼마나 이 가족이 버틸 수 있을까? 암울하기만 하다. 몇달이 지나면 아마 그 얼마 안되는 전세 돈을 빼서 월세로 옮겨야할지도 모른다. 전세 돈으로 또 얼마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쩔지 감히 상상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미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도 무참한 상황이긴 하지만) 장기 불황의 시작에 들어섰다. 부의 양극화, 내수의 몰락,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의 거품 붕괴는 단기간에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문제다. 사실 요즘 주식의 거품 붕괴를 보며 공포에 떠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이며 주식은 극히 일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동산 거품이 이제 제대로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진짜 거품 붕괴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야한다.

자산 거품의 붕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와 같이 경제 전체가 불황에 빠지는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이미 가진 것도 없고, 장사를 할 밑천도 없고 (사실 지금 장사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돈 빌리기도 어렵지만 시작을 해도 망하기 십상이다) 적은 임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현금 가진 사람들만 살아남을 힘이 있다. 경제가 다시 팽창하는 시기가 와도 이들이 집중적으로 부를 다시 가져게 된다. 새롭게 형성된 부가 우리 이웃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나는 이런 많은 서민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이들이 조직을 이루는 것뿐이라고 믿는다. 정당에 가입하고,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과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당과 노조도 신뢰의 대상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몇년에 한번씩 있는 선거가 유일한 민주주의 참여 장치에 불과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조직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삶은 혼자서 지고가야 할 짊이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개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기껏해야 허리띠 졸라매고 예금이라도 하거나 보험 하나 들거나 아니면 빚을 내서라도 집장만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게 전부다. 이렇게 개인으로 존재하는 우리가 환율을 어쩔 수도 없고,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이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당과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이미 있는 정당과 노조를 다 때려부수어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깊고 암울한 시대의 초입에 우리는 발을 들여놓았다.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많은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말을 잊게 될 것이다. 대단히 고상하고 정교한 이념의 문제가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당과 노조가 진정 누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인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고상한 이념이 아니라 도대체 누가 그 조직의 구성원이 되고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이것에 모든 상상력과 실천력을 모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가 더 늦어진다면 더 많은 개인과 가정, 공동체가 파괴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번도 겪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사방에 비명소리가 가득한데,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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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권을 신청하고 돌아오면서 든 생각

오늘 지난 연말에 만기가 된 여권을 대체할 여권을 신청했다. 이제는 다 전자여권만 발급이 가능하단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전자여권을 보고싶다는 열성적인 권유로 신청을 하기로 했다. 여권 사진 이만원, 여권 신청비 오만오천원, 이리 저리 오가며 교통비 한 삼천원 쓴 것 같다.

전자여권에는 교통카드가 되는 신용카드처럼 칩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는 여권에 있는 정보들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정부는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려면 필요하고 여권 위조 및 변조도 막는다고 하면서 선전을 해대는 모양이다. 음.... 뭔가 좋은 이야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여권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출국할 때 내가 거주하는 주소, 이름, 생년월일 쓰고 입국할 때 입국하는 나라에도 똑 같은 정보 쓰고 입국허가서 하나 받아두면 급할 때 연락하는데도 두 나라 모두 가능할텐데 무엇하려고 여권을 이리 비싸고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남?

내가 혹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탈세를 하고 도망가거나 아님 다른 나라 들어가서 나쁜 짓이라고 할까봐일까? 그런데 그것하고 여권하고는 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권 보면 내가 어떤 의도로 출국 또는 입국하는지 알 수가 있나? 여권에 아무리 자세히 나에 대해 써놓았다고 해서 내 속마음을 알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불법체류자를 막고 테러리스트를 막겠다는 생각인가? 흠... 여권이나 비자로 이런 것들을 막을 수 있나? 이방인은 다 잠재적으로 나쁜 사람들인가? 이슬람 국가에서 오면 다 잠재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라고 보아야 하나? 솔직히 여권이나 비자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을 더 확산시키는 이차적인 용도 외에 근본적으로 불법 체류나 테러를 막는 방법이 아니지 않을까?

여권의 위·변조를 걱정하는 그 속내에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은 이 세계의 불평등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크게 존재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에 생기는 것 같다. 이방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뺐고, 복지 예산을 축내고,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이 생각이 너무나 우숩다. 솔직히 지금 당신과 함께 생활하는 직장 동료가, 옆집 이웃이 당신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뺏고, 당신에게 돌아갈 복지 예산의 일부를 떼어가고, 당신에게 당장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할 가능성이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올 어느 '이방인'보다 훨씬 높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다고 내 직장 동료나 이웃과 나를 구별지울 신분증 제도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지 않지 않는가. 아니 나아가서 내 것을 내 이웃과 직장동료가 뺐어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를 내 문제라고 보통 생각하고 풀려고 노력하지 않나 싶다.

전자여권이 도입되도 여권의 위·변조는 끊이지 않을 거다. 힘들어진다는 것은 위·변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늘어난 비용을 벌기 위해 또 돈을 모을거다.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아니다, 단지 여권 위·변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주머니가 조금 더 두둑해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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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를 노트북에 깔고 나서 좋아진 점들

지난 주에 드디어 내가 쓰는 노트북에 우분투(ubuntu) 배포판의 리눅스 운영체제를 깔았다. 예전에 깔려고 하드디스크를 한 40기가바이트 정도 비워두었다가 까먹고 있다가 거의 반년이나 지나서야 깐 셈이다.

예전부터 리눅스를 많이 썼던 관계로 윈도우냐 리눅스냐를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깔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내 노트북이 소니꺼고 리눅스 까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날 잡아서 깔아야 할 것 같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까먹은 거다. 데스크탑 컴퓨터 같은면 예전에는 리눅스하고 궁합이 잘 맞는 컴퓨터 부품을 사서 조립을 하고 깔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미 모든 부품이 다 들어가 있는 노트북은 가끔 설치하다보면 사운드나, 그래픽 또는 네트워크 같은 것이 제대로 동작을 하질 않거나 설정을 여기 저기 파일을 열어서 고쳐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니 노트북은 보통 다른 회사 꺼보다 좀 특이한 부품이나 기능이 많아서 예전부터 리눅스를 깔아서 몇 가지 기능은 포기하고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왠걸 우분투 설치 씨디 이미지를 받아서 USB 메모리로 옮겨서 부팅을 하고 설치를 한 번 쫙하고 추가 드라이버 몇 개 깔고 나니, 사운드는 설치하자 마자 완벽 작동 (소리 잘 나고 녹음도 잘 되고), 불루투스도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바로 작동, 내장 카메라도 정상 동작 (스카이프 화상 전화도 된다는 거... ㅎㅎㅎ), 무선 LAN도 바로 작동, 그래픽은 추가 드라이버 까니깐 완전 작동 (3D효과 주니깐 창들이 움직일때 막 출렁거리게도 할 수 있고 재미남)... 전원 관리 (슬립과 하이버네이션, CPU 클락 조정) 다 오케이. 예전 같으면 하루 잡아먹을 설치가 왠걸 한두시간에 끝. 그것도 머리 아프게 이리 저리 파일마다 설정 바꾸는 것도 거의 없고 정말 이리 설치가 편한 세상이 오다니... 흑흑흑.... 리눅스를 쓴지 거의 15년이 되어가지만 이리 훌륭할 수가 있단 말인가... 네트워크 프린터 설정도 그냥 몇 몇 마우스 클릭 콕콕 해주면 땡. 한글도 패키지 몇개 깔아주니 잘 된다. 하여튼 감동 만빵이었다.

설치에서 감동 먹은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썼다. 하여튼 한 1년 반만에 다시 리눅스를 주 업무용 컴퓨터에 깔아 쓰는데, 원도우 쓰다가 리눅스 쓰면서 좋아진 점을 적어 본다.

1. 부팅 시간이 엄청 짧아졌다. 원도우는 비스타였는데 부팅하고 로그인해서 처음으로 브라우저를 열거나 문서편집기를 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5분 정도다. 그런데 우분투 깔고 나서 걸리는 시간은 대충 감으로 봐서 1분 정도다.

2.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의 기동 시간이 짧아졌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나 오픈오피스 프로그램이 뜨는 속도가 한 두배정도 리눅스가 빠른 것 같다.

3.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줄었다. 원도우에서는 보통 특정한 기능을 원하면 일단 인터넷을 뒤져서 괜찮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다시 그중에 무료인 것을 다시 찾아보고 몇개 비교해 보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다운로드 사이트로 가서 파일 다운로드 받아서 깔아보고 잘 돌아가는지 확인을 하고 사용을 하게 된다. (가끔 동작을 잘 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런데 리눅스에서는 패키지 관리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기능을 검색해고 거기서 관련 있는 몇개 프로그램을 찾아서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각각에 대한 평가와 비교를 살펴보고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앞의 패키지 관리 프로그램에서 설치를 선택하면 설치를 자동으로 해준다. 설정만 해두면 운영체제만이 아니라 이런 응용프로그램도 자동 업데이트 관리자에서 일괄해서 알아서 업데이트 알려준다. 운영체제 따로 응용프로그램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고 프로그램 검색과 설치에 드는 노력이 확 줄었다.

4. 보안과 바이러스, 불법 복제 등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다. 우분투와 같은 리눅스 배포판은 나름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 관리가 되고 있고 해서 업데이트 관리자만 잘 돌려주어도 (뭐 알아서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이 확인해주니깐 별도로 신경 많이 쓸 것도 없다) 원도우 쓰는 환경보다 훨 마음이 편하다.

뭐 대충 이정도가 이주일만에 느낀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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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여름의 추억을 담은 대둔산 사진

8월 15일에 대전 근방에 있는 대둔산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비가 엄청 내린 상황에서 찍었는데, 산 올라갈 때는 고생스럽더니 지금 보니깐 왠지 또 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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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영, 한재각, 이재영씨,쌩유!

오늘 아침 여느 날처럼 주로 가보는 뉴스 사이트를 보면서 글 세편에 눈에 콕 들어왔다.

한편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한귀영 연구실장이 프레시안에 쓴
"취임 6개월, 'MB 공세' 성공할까? "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정책센터의 한재각 연구위원이 레디앙에 쓴
"노조, 기후변화 대응 못하면 당해 이명박식 '녹색성장' 일자리 줄여"이고

마지막 하나는 레디앙의 이재영 기획위원이 레디앙에 쓴
"'반독재 국민전선'에 반대한다"라는 글이다.

한귀영씨는 이명박의 올림픽 폐막 즈음해서 이명박의 공세적인 정책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 특히나 부동산을 통한 보수와 중산층의 결집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고, 한재각씨는 이명박의 녹색성장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노동조합이 녹색 전환에서 자신들의 비전을 갖지 못하면 고용 의제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이재영씨는 민주노총의 반독재 국민전선 식의 대응보다는 물가와 비정규직이라는 문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세편의 글은 현 정세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 경제적 의제를 정치적 의제로서 해석해내는데 성공한 글 같다. 사실 뜬금 없는 독재 타도보다는 이런 중요한 의제를 해석하고 제시하는 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그것도 몇 번의 서핑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좋은 글을 읽었다는 점에서 횡재한 느낌이다.

시간이 별로 없는 분들에게 굳이 꼭 읽었으면 하는 순위를 추천한다면 한재각, 한귀영, 이재영씨 글의 순으로 추천한다.

세분 모두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바란다. 세분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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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은 누가 팔아먹었는가?

지금 한창 KBS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이 상정되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저지를 위해 연일 KBS 앞을 밝히고 있다.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들어 글을 쓰게된다. 이명박 정부의 끊임 없는 상식 밖의 행동에 열 받아서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지금 현 사태에서 KBS 사장의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있네, 이사회에 있네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화가 나고 답답한 것은 이놈의 촛불에 끼어 앉아 있는 민주당 의원 나부랭이들과 소위 언론 운동을 한다는 몇몇 이들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모습 때문이다.

지금도 KBS 앞에서 촛불을 지켜온 많은 시민들은 아마도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텨온 것일거다.

그런데, 정말 골 때리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을 주장하는 우익 집회 참가자들도 공영방송 회복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지금의 KBS는 노빠에 의한 노빠를 위한 (뭐 좌빨들도 묻어서 가는 거겠지만)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어서 이렇게 좌빨과 노빠들에 장악 당한 KBS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그것이 공영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도대체 '공영방송'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갖다부쳐 한 정권의 방송 장악을 지지 또는 찬성하는데 써먹는 코미디를 발생시킨 원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그들이 바로 민주당이고, 소위 언론운동을 빙자해 권력에 몸을 맡겨온 일부 인사들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시민운동이 그리고 민중운동이 소위 문민 정부를 거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그리고 "민주화"가 되는 동안 공영방송은 어때야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나 싶다. 말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만 그들 또한 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에 독재 정권들만큼이나 원했던 것 아닌가 싶다. 뭐 시민운동이나 민중운동의 다수가 아무리 소위 '민주화세력'이 집권을 하였다고 해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니 그들이 권력의 방송에 대한 탐욕을 직접적으로 같이 갖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다수는 방관과 무지로 "공영방송"이 "민주화세력"의 방송 장악을 방기하였을 것이고, 소수는 권력의 일부로서 "민주화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라 방송, 신문,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일에 앞잡이 노릇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단 2, 3년전이라도 공영방송의 재정 구조, 사회적 역할, 문화적 다양성, 여론의 다양성 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기준을 마련하고 공영방송의 체제를 개혁했었다면 아무리 이명박이라도 어떻게 대통령이 한 나라의 공영방송을 제맘대로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우익들이 공영방송 회복 같은 말 같지도 않은 구호를 버젓이 내걸 수 있었겠는가.

민주당 의원들 다수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집권 하고 다수당인 상황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게시물 삭제 등의 임시조치를 법률에 담았다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명박의 삽질도 애교로 보인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 운동가"는 아마도 이명박을 저 70년대에서 살아돌아온 군부독재의 망령쯤으로 몰아부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명박이고 그놈의 언론 운동가들이 바로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그들보다 약간 더 마초적이고 약간 더 눈에 보이는 폭력을 선호하는 차이 뿐이다. 노무현 시절에도 노무현과 친하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지금의 이명박만큼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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