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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8
    공영방송은 누가 팔아먹었는가?(5)
    바람-1-9

공영방송은 누가 팔아먹었는가?

지금 한창 KBS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이 상정되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저지를 위해 연일 KBS 앞을 밝히고 있다.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들어 글을 쓰게된다. 이명박 정부의 끊임 없는 상식 밖의 행동에 열 받아서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지금 현 사태에서 KBS 사장의 해임권이 대통령에게 있네, 이사회에 있네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화가 나고 답답한 것은 이놈의 촛불에 끼어 앉아 있는 민주당 의원 나부랭이들과 소위 언론 운동을 한다는 몇몇 이들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모습 때문이다.

지금도 KBS 앞에서 촛불을 지켜온 많은 시민들은 아마도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텨온 것일거다.

그런데, 정말 골 때리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을 주장하는 우익 집회 참가자들도 공영방송 회복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지금의 KBS는 노빠에 의한 노빠를 위한 (뭐 좌빨들도 묻어서 가는 거겠지만)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뀌어서 이렇게 좌빨과 노빠들에 장악 당한 KBS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그것이 공영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도대체 '공영방송'이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갖다부쳐 한 정권의 방송 장악을 지지 또는 찬성하는데 써먹는 코미디를 발생시킨 원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그들이 바로 민주당이고, 소위 언론운동을 빙자해 권력에 몸을 맡겨온 일부 인사들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시민운동이 그리고 민중운동이 소위 문민 정부를 거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그리고 "민주화"가 되는 동안 공영방송은 어때야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나 싶다. 말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만 그들 또한 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에 독재 정권들만큼이나 원했던 것 아닌가 싶다. 뭐 시민운동이나 민중운동의 다수가 아무리 소위 '민주화세력'이 집권을 하였다고 해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니 그들이 권력의 방송에 대한 탐욕을 직접적으로 같이 갖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다수는 방관과 무지로 "공영방송"이 "민주화세력"의 방송 장악을 방기하였을 것이고, 소수는 권력의 일부로서 "민주화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라 방송, 신문,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일에 앞잡이 노릇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단 2, 3년전이라도 공영방송의 재정 구조, 사회적 역할, 문화적 다양성, 여론의 다양성 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기준을 마련하고 공영방송의 체제를 개혁했었다면 아무리 이명박이라도 어떻게 대통령이 한 나라의 공영방송을 제맘대로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우익들이 공영방송 회복 같은 말 같지도 않은 구호를 버젓이 내걸 수 있었겠는가.

민주당 의원들 다수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집권 하고 다수당인 상황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게시물 삭제 등의 임시조치를 법률에 담았다는 것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명박의 삽질도 애교로 보인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 운동가"는 아마도 이명박을 저 70년대에서 살아돌아온 군부독재의 망령쯤으로 몰아부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명박이고 그놈의 언론 운동가들이 바로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그들보다 약간 더 마초적이고 약간 더 눈에 보이는 폭력을 선호하는 차이 뿐이다. 노무현 시절에도 노무현과 친하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지금의 이명박만큼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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