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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함은 느림에서 온다. 느림은 관조에서 온다. 관조란 곧 감상이다. 그리하여 생활감상문.'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3/06  반 고흐의 라임색 (3)
  2. 2008/02/27  피할 수 없는 스피노자 (2)
  3. 2008/02/25  야채 식이요법 후 보식 시작
  4. 2008/02/12  계획만 잔뜩...
  5. 2008/02/09  서른셋의 설 연휴 (1)
  6. 2008/02/03  빨간 풍선 (1)
  7. 2008/01/28  지병[持病] (2)
  8. 2008/01/25  늦어진, 예정된, 계획하고 싶은.... 영화 및 전시 관람.
  9. 2008/01/23  내일이 두렵다.
  10. 2008/01/19  스피노자와 짐멜 그리고 벤야민, 게다가 레비나스 (2)

반 고흐의 라임색

2008/03/06 23:21 생활감상문

두 사람이 있는 농장, 오베르, 1890년 5~6월, 캔버스에 유화, 38 * 45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두 사람이 있는 농장, 오베르, 1890년 5~6월, 캔버스에 유화,

38 * 45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작년 가을부터 미뤄둔 반 고흐 전을 H양 덕분에 관람했다. 몇 달을 기다려준 친구에게 깊은 감사를.

전시(구성과 디스플레이 방식)는 좋았지만, 너무 유명한 그림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가슴이 떨리는 그런 감정은 별로 못 느꼈다.

(지난 번 오르세 미술관 전에서 <고흐의 방>을 볼 때도 별 감흥이 없었다. <만종>은 좋았지만)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추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이 그림은... 고흐가 자살하기 전 두 달여의 시간을 보낸 오베르에서 그린 것인데...

그 산뜻한 라임색이 맑고, 순해서.... 마음에 와 닿았다.

참신하다고 할까. 짙고 화려하고 충돌하는 색깔들이 아니라

다 같은 것들 안에서 다 다른 것들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세르가 말한 백색(분광 이전의 태양광선,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이

고흐에겐 자연의 빛인 라임/연두/초록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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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6 23:21 2008/03/06 23:21

피할 수 없는 스피노자

2008/02/27 00:18 생활감상문

회사에서 독선생님 모셔놓고 사내 스피노자 강좌를 연 지 어언 두 달...

 

지금 들고 있는 원고에도 스피노자가 나오더니...

(이건 하는 수 없다. 나름 미셸 세르.. 철학 책이니까)

 

지난 주에 H언니와 서울 시향 말러 공연 보고 그 집에 차 마시러 갔더니

<에티카>부터 들뢰즈 시리즈까지 스피노자 관련서가 책장 한 칸을 꽈악~~~~

그리고는 스피노자와 연애론을 한참 상담을 했고...

 

오늘은 지난 주부터 읽는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인간>에도 나오고 말았다.

겐자부로 할아버지가 60대 초반에...

이제 소설은 그만 쓰고, 스피노자 공부를 하겠다면서... 몇 년 놀았다 한다.  

뭐랄까.. 나는.. 겐자부로 선생의 문학 세계는 잘 모르지만...

뭔가 그 양반을 보면 느낌이 좋고, 그의 포스가 좋다.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그의 개인사, 그리고 일본인으로서의 역사.... 속에서

그가 형성해 온 생각들에 뭐랄까... 내가 조금쯤 공명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가 아무리 몸의 리듬을 바꾸어 정신을 개조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고는 하나...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스피노자를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자꾸 여기저기서 나타나다뉫....

피할 수 없는 건 즐기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건만....

굳이 피하려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왜 이러나.. 이 사람... 그런 생각이 든다.

 

벌써 이런 현상을 인식하고 말았으니.. 우연이 필연이 되면....

연애가 되는 그 현상이 나와 스피노자 사이에 벌어지게 될까?

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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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00:18 2008/02/27 00:18

야채 식이요법 후 보식 시작

2008/02/25 12:39 생활감상문

먹는 걸로 다이어트를 하는 건 상당한 극기심을 요구하는 일이라서...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였지만... 작년 11월 이후 시작된 우울증이랄까...

그 한 요인이 외형상으로든, 아니면 몸이 무겁고 귀차니즘을 부르고...

그래서 제대로 된 요리 안 하고, 외식이나 (탄수화물 중심의) 간단한 식사로 때우게 되고..

그래서 몸에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부족한 헛헛함을 또 주전부리로.. 때우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 싶어서.....

1월부터 야채 식이요법을 준비했다.

 

이것은 일종의 준-단식 요법인데,

단식은 아니고.... 주식을 삶은 감자/고구마/단호박 등으로 하고,

부식은 당근, 오이, 삶은 브로콜리, 토마토, 기타 생야채를 간을 안 하고 먹는 거다.

물과 차는 넉넉히 마시고.

가벼운 산보 정도의 운동도 해줘야 한다.

 

보통 5~15일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정해서 할 수 있다.

 

이번엔 15일이 목표였고.... 헬스장까지 동반으로 끊어서 시작했는데...

 

내용을 따지자면...

시작 전에 싱겁게 먹고, 음식을 줄였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전에 아이스크림이니 짜장면이니 명절 음식이니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시작했다가

금단 현상이랄까... 식이요법에 집중이 안 되어서 참 혼났다.

(날짜를 길게 잡은 것도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중간에 발렌타인 데이 빙자해서 초콜릿도 몇 개 집어 먹고,

칼슘 섭취한답시고.. 하루에 마른 멸치도 20마리쯤 씹어 먹고(이게 염분 섭취건만),

무기질 부족하면 안 된다고 파래김을 하루 10장 이상 구어서 과자 먹듯이...

(6시 이후 뭐 먹으면 안 되는데... 거의 밤 10시쯤에 김 먹기T T)

입맛이 당긴다고... 김치니 다른 음식들을 씹기만 하고 가마우지처럼 뱉어내기까지....

(이러다 거식증 걸리는구나... 하는 위기감이 살짝- -;;)

앗! 회사에 선물로 고급 과자 들어왔다고 몇 개 집어 먹기도 했다.

 

이런 식이었으니 체중 감량이 순조로웠을 리 없다.

1주일은 빠지는 듯싶더니 나머지 기간은 계속 정체.

기운 없다고 운동은 자꾸 빼먹었으니.... 쩝쩝...

 

그러나 여하간 보름은 채웠고.... 어젯밤부터 주식을 미음으로 바꾸는 보식을 시작했다.

(보식은 미음, 묽고 간 안 한 죽, 묽은 죽, 진한 죽으로 이어간다.

반찬은 되도록 간을 안 한 야채나 나물 중심으로 먹는다.)

 

점심까지 먹느라 구워놓은 고구마에, 먹던 대로 생야채까지 곁들여서

현미를 곱게 갈아 끓인 미음을 반 공기 먹었는데....

7시까지 식사 모두 마쳤는데.... 도무지 소화가 안 되는 게다.

10시부터 졸음이 와서 11시에 누웠는데...

12시까지 눈만 말똥말똥.... 결국 소화제를 먹고 30분 후에야 잠이 들었다.

 

쌀...이라는 게 참 의외로 소화가 안 되는 식량이었다.

현미라서 더 그런가? 소화가 천천히 될수록 다이어트엔 좋지만....

한 끼에 현미 미음 반 공기만으로도 식사가 되다닛....

 

아침엔 미음 반 공기로 충분하더닛....

점심으로 미음 반 공기와 군고구마 반 개, 방울토마토 5개를 먹었더니

속이 또 빵빵하다.

미음만 먹어야 하나 보다.

 

보식은 밥을 안 먹은 기간만큼 해야 한다고 한다.

즉 보름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엔 잘 버틸 수 있을까?

마감도, 보식도, 운동도... 잘해 보자.

이번엔 보식 끝나도... 소식과 운동이 함께하는 독~한/순~한 생활로 돌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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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2:39 2008/02/25 12:39

계획만 잔뜩...

2008/02/12 22:25 생활감상문

M선배의 백일몽을 들을 때마다... 난 내가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계획만 잔뜩 세우며 설레어하고... 근본적인 변화 자체는 두려워하는 이 며칠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계획, 즉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상상...만으로만 즐거울 뿐인 게지.

실제로 바뀔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처럼.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기는 귀찮은 거고...

예쁜 옷을 사입고 돌아다니고 싶지만, 그를 위해 운동하러 가는 아침은 힘들기만 하고....

훌륭한 편집자가 되고 싶다고... 작년 한해 그리 떠들어 놓고는 요사이는 그저 일드에만 빠져 있다.

 

흘러갈 만큼 위치에너지가 충분히 고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던가. 흐르는 물만이 그 에너지를 간직할 수 있는 건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그저 한평생 굳세게 하라는

이순재 할아버지 말씀처럼?

 

사람은 쉽사리 변하는 게 아니라며 늘 변화하려고 조바심내는 나를 비웃던

Heon's가 떠오른다. 그렇다. 난 늘 조바심 내다가 금세 지치곤 했다.

 

내용 없이 형식으로만 남은 인간이 되고 싶다던

어처구니 없는 자신감은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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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22:25 2008/02/12 22:25

서른셋의 설 연휴

2008/02/09 23:22 생활감상문

화요일 오후 2시에 퇴근하여....

은행에 들러 명절비 입금하고(상여금 미리 당겨서 노트북 샀으니 얼른 입금)

병원 들러 침 맞고 시장 봐서 귀가. 

마침 집에 있던 유진양과 떡볶이 해먹고 로맨스 소설 두 권쯤 다운받아 보고....

한밤중에 기무라 타쿠야의 <프라이드> 시청 시작.... 새벽 4시까지 5회 보고...

 

수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침 먹고, 설겆이 하고... 차 한잔 마시고

6회부터 11회까지 봐주시고... 세탁기 돌리며 샤워하고 빨래 널고 서울역 가서 기차 타고 시골행.

가자마자 신랑 골랐냐는 할머니 말씀(치매이신 할머니 1분마다 반복 재생..) 피해

방으로 도망가 <황금어장> 관람.... 취침..

 

드디여 설날 아침인 목요일

전에는 시골 가서 그런 적 없는데.. 모든 의욕 상실...

요리도 하기 싫고, 청소도 하기 싫고... 상 차리기도, 빗자루질도.. 입으로만 나불나불... 다 동생들 시키고...

보자마자 시집 안 가냐, 시집 안 갔냐, 내년엔 여기서 보지 말자....

구석에서 설겆이, 그리고 또 쓰러져서 자다가....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신다는 작은 엄마 말씀에

오후 네시 후닥닥 일어나 도망치듯 천안역 도착.

추위에 떨며 용산행 급행 지하철 기다려 타보니...

스트레스, 기름진 음식, 뜨거운 방바박에서 찬바람에 덜덜 떤 효과로 급체에 급두통...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두통약 먹고, 토하고, 손 따고, 다시 두통약 먹고,...

유진의 조언대로 핫팩을 배에 올려놓고 겨우 한 숨 잠들다.

 

이번 가을은 나름 전환기로 잡아두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내년 설 연휴부터는 미리 다녀오고....  달러 빚을 내서라도...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친구들과 전화로 공유하다.

 

금요일...

마땅히 재미있는 영화도, 외출할 의욕도 없이....

속은 여전히 아프고... 혼자 죽 끓여먹고, 고구마 쪄먹고...

설겆이 쌓아놓으며.... 딱히 보고 싶은 일드도 없이...

<프라이드> 덕분에 급 빠진.. 기무라 타쿠야 관련 정보나 탐색...

실생활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은 량의 로맨스 이미지를 충전하다 보니...

현실에 대한 무기력증이랄까...

평소 직장 생활 성실히 하는 나도 이런데....

진짜 은둔형 외톨이 되는 것 별로 어렵지 않겠구나라는 위기감.

 

해서.. 토요일...

귀찮다는 마음으로 오전에 가기로 한 병원도 빠진 채....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는 아버지 전화도 시큰둥하니 받아놓고...

 

겨우겨우 희연양과 미뤄둔 고흐전 관람하러 가보니

사람이 가득... 전시 관람은 포기. 3년간 소원해온 <유림>에서 냄비우동 먹기만 실현.

정동스타식스에 <라듸오데이즈> 보러 가니... 상영관 잡는 데 실패했는지 5시에나 시작한단다.

길 건너 커피 마시러 가는 길에 보니

미로스페이스에서 볼까 하던 <크.레.이.지> 상영...

2시간 후로 표 끊어놓고.... 일조각 1층에 있는 <커피스트>로 이동.

커피 마시며 이 사람 저 사람 집적집적 전화하기..

다들 어찌나 바쁘신지 전화 받는 사람 반도 안 되더군. 흑.

 

영화는 매력있었고... 이런 영화 보다 보면 확실히...

뭐랄까... '다른'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살아나면서 극장에 자주 가고 싶어진다.

영화 끝나자마자.... 구로 집 가자는 유진양 전화...

허둥지둥... 집으로 오다.. 끌려옴. 아.. 식이요법 할 것인데.....

가서... 엄마가 푹 고아놓으신 우족탕 마다하고...

신선한 김치와 나물에 비벼서 한 그릇 뚝딱..

그리고.... 엄마가 직접 만드신 인절미와 배.... 얌얌...

 

자고 가라는 아버지 뿌리치고 얼릉 유진양 차로 돌아와...

식이요법 준비로다... 설겆이 한 판, 냉장고 청소...

당분간 못 먹을 김치는 유진에게 양도.

신 김치와 고등어 한 토막 끓여 김치찌개...

더하기 멸치볶음까지... 냉장고 청소와 유진양에게 반찬 만들어주기....에다 우유 반 통까지 써비쓰로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티비를 뒤적뒤적...

개봉한 지 정말 얼마 안 되는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

내가 이걸 누구랑 봤더라? 근데 왜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잠깐 중간에 보는 데 갑자기 눈물이 아릴까? 오다기리 죠가 갑자기 결혼해서?

아니면.. 영화 볼 때는 그의 미모만 보였는데, 갑자기 영화 줄거리를 생각하니

뭔가 뭉클하고 답답한 거 같다.

 

여전히 철없이 보낸 이번 연휴 때문일까?

내 마음은 예전과 같은데... 아무것도 같을 수 없는...

결국 어떻게든 변해야 하는.... 그 느낌이 이 영화에서 와 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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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9 23:22 2008/02/09 23:22

빨간 풍선

2008/02/03 23:36 생활감상문

 

1월 29일의 영화.

 

작년 부산영화제 때는 혼자 졸면서 봤고.....

(예매 안 하고 내려가 거의 현장 티켓 교환으로 보고 싶은 영화 잘 봤다.)

졸았던 게 좀 아쉬웠던 터라.. 그리고 기억이 잘 안 나면서도 느낌이 좋았던 터라...

맥스무비에서 강냉이 써가며.... 강냉이 응모까지 총 6회를 응모해서 당첨.

(물론 개봉하면 돈 내고 봐도 되지만, 웬지 시사회 당첨되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간만에 유진양과 극장에 갔다.

 

일상, 파리, 허우 샤오시엔, 줄리에트 비노쉬.... 등 이 영화에 꽂힐 만한 코드는 많았지만...

무엇보다 <카페 뤼미에르>를 보고 내가 어딘가에 썼던 그 말이....

그런 마법이 또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카페 뤼미에르..에서 일어났던 그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이, 그저 바람이 불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햇볕이 비치고, 잠깐 낮잠을 자고... 그런 사이에 삶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삶은 결심이 아니라, 아주 조그만 방향성에 의해 바뀌는 것인지도, 발견하는 것인지도.

뭐 그런 것들.... 독하지 못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라서.

나도 그런 에너지를 받고 싶던 것이라.... 그런 환타지가 필요했던 게지.

 

카페 뤼미에르의 환타지가... 주인공의 임신을 부모님이 말없이 이해해 준다던지...

그저 친구였던 남자가 자길 정말 아껴준다는 걸 발견한다던지...

아무렇지도 않게 다큐처럼 표현해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면.....

 

빨간 풍선에서는 빨간 풍선의 시점, 즉 전지자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시점을 동원해서

이건 판타지야...라고 말해 주고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같지 않니? 빨간 풍선이 네 옆을 좇아 다닌다고 상상해 봐.

얼마나 신날까... 외로운 풍선이 너에게 놀자 하네. 살라살랑.

사는 게 외롭지. 다 혼자 해야 하지? 잘 모르겠지? 그래도 살아야 하지?

그래도 넌 잘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뭐 그런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마법이 지금 내게도 필요하다. 내게만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두 번째 볼 때는 눈을 부릅 뜨고 봤고...

졸렸던 머리가 맑아졌고. 역시 행복했다.

 

한위원 가서 침 맞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간 덕분에

엉치는 계속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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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3 23:36 2008/02/03 23:36

지병[持病]

2008/01/28 13:50 생활감상문
지병[持病]
[명사]오랫동안 잘 낫지 아니하는 병.

 

10대 후반 이후에는... 30분 이상 책을 보려 하면...(로맨스나 추리소설, 환타지소설 제외)

눈이 따끔거리고 머리가 아프고 졸음이 왔다.

그런 채로... 공부는 대충대충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게다가 부모님 등골 빼먹으면서 대학원까지.

논문을 쓰다가는 알았다. 나는 난시였다. 진작에 안경을 써야 했던.

안경점에 안경 맞추러 갔는데, 안경을 썼으면 공부를 훨씬 잘했을 거란 말에...

수준은커녕 장수도 못 메꿔서 헤매던 논문학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T T

난시는 나의 지병이었다.

 

그렇게 안경재비 생활을 5년쯤 하는 중에...

나의 또 다른 지병이었던 과체중을 억수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어느 정도 해결했다.

체중 문제가 해결되었다 싶자, 매년 초 결산하는 퇴직금을 들여 난시를 수술로 해결했다. 

이젠 길에서 버스 번호판도 잘 보고, 멀찍이 있는 간판의 전화번호까지 잘 읽는다.

 

그런데 난시 수술을 예정해 놓고... 경미한 교통사고에 걸렸다.

아니... 과로로 인해 피폐한 몸에 교통사고가 지나갔다고 해야 할까.

흔적은 희미했지만, 통증은 오래 갔다.

후유증을 빌미로 나는 회사를 휴직하고, 결국 퇴직했다.

작년 한 해... 라식 수술비를 제외하고도 병원비가 200만 원을 넘어...

의료공제를 총 450만 원어치나 신청했다.

(사고 직후 보험회사에서 처리해준 의료비가 얼마인지는 확인도 안 했다.)

 

연초까지 한약을 대놓고 먹었고, 빡센 마감을 하고 여기저기 몸이 곪았다는 느낌은 왔고....

블로그가 처음 시작될 무렵의 패닉 상태가 지나갔을 때도...

사고 부위는 대체로 멀쩡했다. '내게 필요한 건 약간의 잠뿐이야.'

하지만 오판이었다. 잠을 보충하고, 정신을 되찾고, 블로그질에 빠지고...

매주 이틀 저녁을 스피노자/벤야민 강좌에 바치고... 피곤하다고 요가 수업은 계속 빼먹고...

마침 한의원은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

 

교정지 분량에 압박 받아서 다이어리에 교정을 열심히 보자고 계획을 세울 정도인지라

매일 출근과 동시에 그날 볼 분량의 교정지를 세놓고 하루를 시작했다.

(안 쉰 건 아니다.. 하다가 땡땡이 나면 또 블로그질하고 서핑하고....

계속 앉아 있는 자세를 유지한 게 문제였다.)

그리고 열흘째, 엉치 부위의 근육이 뭉쳐서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한의원에서 내부 수리가 끝났다는 단체 문자가 왔다.

다음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점심 시간에.

주말엔 빨래 한 번, 청소 한 번 하고.... 내처 누워 있었다.

누워서 자고, 누워서 TV 보고, 누워서 노트북으로 일드 보고....

(잠시 딴 길로 새자면... 타마키 히로시의 신작 <사슴 남자> 볼 만하다>.)

누워서 밤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오늘도 점심 시간에 병원에 갔더니.... 내일도 오란다.

가끔은.... 병원에서 날 안 놔준다는 생각도 들고....

인생 열심히 살려고 하면 늘 몸이 태클을 거는구나.

난 이렇게밖에 안 되는가.. 하는 패배주의도 빠지고...

(나보다 더 예민하고, 더 아픈 사람들도 뭔가를 이루며 잘만 살건만..)

그래도 몸이 하는 소리를 잘 들어야지.. 싶기도 하고.....

 

힘들다고 운동을 빼먹었더니.... 체중은 불고...

그래서 더 아픈 듯도 싶고.. 결국 당장의 컨디션보다는

좀더 깊숙한 데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결국 내 지병이란.... 의지박약인가?

 

이러면 또 결론이 너무 계몽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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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13:50 2008/01/28 13:50

늦어진, 예정된, 계획하고 싶은.... 영화 및 전시 관람.

2008/01/25 00:00 생활감상문

벌써 몇 달째 대기시켜 둔, 설렘과 함께 기다린, 전에 보았지만 또 보고 싶은, 웬지 안 보면 후회할 듯싶은, 극장에서 보고 싶은, 위로가 필요해서, 환타지를 갖고 싶어서, 한번 볼 때는 졸았지만 그래도 뭔가 여운이 남아 또 한번 보고 싶은, 마지막으로 이런 이유 말고도 뭔가 내 꽈다 싶은...... 등의 이유로 보고 싶은 전시와 영화들.

 

오랜 경험의 결과 전시와 영화가 그나마 친숙하다.

연극이나 여행은 가면 좋은데, 굳이 찾게 되지는 않고.....

준비성 없는 내겐 이 정도면 충분할 듯.

무주도 가자는 팀이 두 팀이나 되고, 명절도 끼어 있고, 2월엔 마감도 있지만....

그래도 막간을 이용하여 놓치지 말고 봐주자. 리스트업을 해야 그나마 절반은 넘길 수 있다.

  

전시

반 고흐전 : 서울시립미술관, ~3월 16일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 예술의 전당, ~2월 27일

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 : 일민미술관, ~2월 3일

 

영화

안경めがね

굿나잇the good night

6년째 연애중
뜨거운 것이 좋아

라듸오 데이즈

붕대클럽The Bandage Club

빨간풍선Le Voyage du Ballon Rouge

카페 뤼미에르Cafe Lumiere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Ambitious / Les Ambitieux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Celine et Julie vont en bateau /Celine and Julie Go Bo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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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5 00:00 2008/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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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두렵다.

2008/01/23 02:21 생활감상문

어젯밤에... 결심했었지. 내일 하루는 정말 열심히 충실히 살아야지. 밀린 일 따위는 만들지 말아야지.  그리고 오늘 하루 열심히 일했다. 써달라는 글쓰기도 땡땡이 안 치고 출근하자마자 마무리했고, 교정도 열심히 보았고, 책 제목회의 전에 아이디어도 냈고, 회의도 열심히 했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을 갈까. 아님 야근을 할까. 아냐, 집에 가서 쉴까?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은 거절하면 안 되겠다 싶은 뭔가 급박한 목소리.

"오늘 나랑 만나줘."

 

그리고 술자리. 내 수다스러움이 도움이 되는 1, 2차...편하게 속 이야기를 할 만한 3차.

간만에 진탕 취해서 들어와.... 그러고도 바로 안 자고 왜 컴퓨터를 켰을까?

벌써 블로그 중독증?

 

내일 역시 열심히 충실히 밀린 일 없이 살아야 할 날인데.... 저녁엔 사내 강의도 있는데....

이 취기가 어떤 숙취로 나타날까. 내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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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2:21 2008/01/2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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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짐멜 그리고 벤야민, 게다가 레비나스

2008/01/19 11:05 생활감상문

          

유럽에 얼마나 많은 유태인이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난 골수 시오니즘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한다만....

생각해 보니... 요새 내 철학적(?) 혹은 학문적(?) 삶의 배경....에 깔린

유럽 사상가는 유태인이더라...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는 건 귀찮아서 안 하기로 하고.....

여하간....

 

한때는 하버마스 할아버지와 돌아가신 부르디외 선생을 추종하여....

오염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만드는 지식인이고자 잘난척하거나

장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가 가진 상징자본이 뭔지 열라 활용하거나....

뭐 그런 짓도 했다만........

 

타고난 성격이 심약한지라... 나이가 들면서

덕이 어쩌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쩌고... 또 그런데 물들어서.....

요새는 성찰이 어쩧고... 경험이 어쩌고........

그러다 보니...... 또 스피노자와 짐멜 그리고 벤야민, 게다가 레비나스....에 관해

읽은 책을 떠올리고, 또 그런 강의를 듣고 있더라.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렇게

착하거나/특이하거나/예민하거나/경계에 있는 인간이 될 듯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극한에 도달하는 경험을 한다거나

남이 뭐라건 나만의 스타일을 주장할 강인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얻었다면....

그것은 아마 "스타일"을 가지고 나에게 타인을 초대하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에게 잘 보이는 게 아니라.....

그와 링크하기 위해... 나를 매력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단 그 매력이란 꾸밈이 아니라 정말 내 형상, 즉 내 생김새여야겠지.

 

요새 듣고 있는 벤야민 강의에서... 샘이 어느 스님한테 들은 말이라며 전하길....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은 표면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요.

그러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삶이 달라집니다. 전과 같이 살 수는 없지요."

 

다만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혹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한번 물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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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9 11:05 2008/01/19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