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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7호>고졸채용 확대를 말하는 MB가 반갑지 않은 이유!

고졸채용 확대를 말하는 MB가 반갑지 않은 이유!

 

 

기업은행이 텔러(창구직원)를 고졸로 뽑자, 등록금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로 곤경에 몰려있던 이명박 정권은 좋은 호재를 만난 듯, 공기업과 시중은행에 고졸 채용을 독려, 압박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안 해 본 것 없다’는 이명박은 “나도 상고 출신이다. (젊은 시절)내 소원은 월급이 많고 적고는 생각도 안하고 월급이 재대로 나오고 눈뜨면 일하러 갈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노동조건이 어떻게 되건 취업만 하면 된다는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청년실업에 있어 대졸자 뿐 아니라 전체 청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쇼에 가까운 최근 정부의 즉자적 대응이 못마땅한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위와 같은 기본발상이 대단히 현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고졸 취업자들은 계약직에 지나지 않고, 2년이 지나 다행이 계속근로를 하여도 정규직 직원과 다른 노동조건의 ‘무기 계약직’에 머문다. 운행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률은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값싼 임금의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공기업과 은행 등에 고졸의 취업기회를 늘리는 것 자체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선 이명박의 말처럼 노동조건의 향상을 전제로 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확대는 전체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존재하는 직장 내 학력의 차별을 해소 하지 않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된다’는 말은 허황된 사탕발림임에 지나지 않는다.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고 떠들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노선과 정책은 당장의 선거 당선과 위기 모면을 위해 대중을 기만하는 ‘대중기만 슈퍼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고졸직장인 10명중 7명 이상이 본인의 학력이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학력별 임금격차는 입사 이후에 더욱 벌어져 40-50대에 이르러서는 평균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임금 뿐 아니라 승진 등 인사 상의 차별과 제한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학력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것은 기업이며, 한국의 자본주의이다. 취업의 불안정을 알면서도 기를 쓰고 최소한 대학 졸업장을 쥐려하는 이유는 바로 자본이 학력 차별을 통해 인력 개발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할 뿐 아니라, 차별을 통해 노동자를 분리하고,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98년 이후 절대적 의제가 된 ‘일자리 확대’의 담론은 노동유연화의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노동자의 안정적 삶이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된다’는 주장 속에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면, 이것은 반사회적 발상이다. 학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기본적 삶이 보장되고, 각 분야에서 기여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는 다면 굳이 ‘고졸채용 확대’라는 정부 정책을 만들 필요도 없다. 학력, 교육의 문제는 노동의 문제이고 노동을 통해 온전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니. 학력 차별과 교육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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