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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바보야!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위기야

 

바보야! 문제는 금융이 아니라 실물위기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세계증시 폭락 등으로 세계 경제는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금 국내 경제의 상황도 세계 경제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작년 이명박 정부가 ‘2007-9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할 때만 해도 국내 시장은 그 주장의 옳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시작된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증가, 주식폭락 등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국내 경제도 예외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대체로 30%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 비중과 높은 단기 외채 비중 등으로 인해 항시 불안정성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세계경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이러한 불안정성은 더 커질 것이다. 지난 8월 초 외국인 투자자가 10일 동안 5조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만을 봐도 이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밖에도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저축은행 사태이다. 올 들어 저축은행 16곳이 구조조정 결과 영업정지를 받았다. 이 중 자산규모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 11곳이 자산규모 상위 30위 이내였다. 피해규모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아직 또 다른 6곳의 저축은행의 생사가 확실하지 않다. 만약 추가적으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고, 이 사태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이어질 경우, 위기가 제1금융권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증가되고 있는 가계대출(올 상반기만 2조3천여억 원 증가)과 감독당국에 대한 예금주들의 불신, 전체 금고 1천464개 중 108개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 등이 거론되며 위기설에 휩싸였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위기설과 관련해서 금융위원회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다음 단계로 우리가 시장안정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라는 발언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지난 10월 5, 6일 이틀 동안 새마을금고에서 1조2천억 원 이상의 예금이 인출돼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대안으로 금융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2007-9년 세계경제위기 때도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금융규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외쳤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도 투기성 자본거래를 제한하고자 ‘토빈세(금융거래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고삐 풀렸던 금융자본들에게 다시 고삐를 매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다가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자본주의의 생명줄만 연장해주는 꼴이 된다. 왜냐면 대다수의 금융규제 강화론자 주장처럼 현재 세계경제의 위기는 단지 금융위기도 아니고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금융부문은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물에 있다. 즉, 자본들의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하여 수익성이 떨어지면 자본들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금융부문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투기의 증가, 자산가격 거품 형성, 민가소비 감소, 가계대출 증가 등). 2007-9년 세계경제위기도 그렇고 지금의 위기도 그렇다. 단지 어디서 분출하느냐만 다를 뿐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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