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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99% 세상을 가져라 OCCUPY WORLD

 

99% 세상을 가져라 OCCUPY WORLD


분노가 행동으로

지난 15일 세계 80여개국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그 양상과 규모는 저마다 다르다 하더라도 가장 신속하고 열렬한 국제행동이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인민의 멋진 세계적 화답이다.
불과 한 달 전 9월 17일 소수의 사람이 월가에 집결했을 때 국제 가십기사로 다루어졌던 ‘월가를 점령하라’시위가 한 달 사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분노가 국제적 행동으로 전화되기까지 짧은 시간인 것 같으나 그 휘발성은 이미 노정된 것이다. 2008년 증폭된 자본의 위기는 이미 유럽의 재정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인민을 위협하였고, 전 세계적 저항은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국제 공동행동 제안 이전에도 길게는 몇 천 킬로를 걸어 ‘분노한 사람들’이 유럽 각지에서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로 향하고 있었다. 세계는 그야말로 체제에 대한 분노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세계적 저항은 자본주의와 대의민주제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고, 분노의 화염은 좌충우돌하며 근본적 문제로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의 균열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등에서의 투쟁 등과 비교하면 미국의 투쟁이 세계적으로 신속히 확산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 운동적 성숙과 무관하게 미국이 차지하는 국제적 위상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와 세계적 수탈로 자국 인민의 불만을 무마하였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인민에게도 수탈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장 보수적인 미국 인민의 저항은 자본주의 역사적 승리 선언이 백일몽에 지나지 않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아래로부터 발화되고 있다. 현재의 저항 동력이 오바마의 정치농간에 포섭될 지, 아니면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갈지는 지금 국면에서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금융자본을 비롯한 전체 실업, 주택, 의료 등의 사회문제가 쉽게 봉합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자본주의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고서 불가능한 현실

미국 시위가 세계로 번지는 한 달 사이 놀랍게도 주류 언론조차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고 있다. 물론 초점은 금융자본의 ‘좀 과한’ 탐욕이다. 이는 전체 자본주의는 충분히 교정될 수 있는데, 그동안 금융자본을 너무 풀어줬다는 정도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중은행의 2조 원 가량 순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말고 사내 유보금으로 적립하자고, 정부와 한 목소리를 낸다. 이미 확산된 분노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국한하려 한다.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고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의 대상을 제한하려하하니 시중은행에서는 “영업성과가 나쁠 때는 나쁘다 타박하고, 많이 벌면 많이 번다고 타박한다”고 투덜거린다. 왜 나만 가지고 난리냐는 것이다. 문제를 모두 금융자본에게 떠넘기려는 자기모순이 그들 내의 이전투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찌되었든 상황은 바야흐로 방어하건 공격하건 누구든 자본주의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상을 다 가져라

순식간에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점령하라”. 한국의 인민은 어디를 점령해야 하는가? 여의도에 가야하는 것인가? 아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는 상징일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분노의 일차적 표적에 지나지 않는다. 월가를 넘어 각지로 점령의 표적은 확대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촛불항쟁과 희망버스 등으로 미국 인민의 투쟁과 다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인민도 곧이어 깨닫게 되겠지만, 거리를 점거하는 것만으로는 ‘점령’의 이상을 성취할 수 없다. 인민이 취해야 할 곳은 따로 존재하는 일부분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철저히 작동되고 생생하게 발현되고 그래서 대다수 인민이 고통받는 바로 이 세상 전부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이미 우리의 점거의 구호이며, 더불어 “실업 없는 세상, 부채 없는 세상, 야간노동 없는 세상”은 점거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 거리만이 아니라 공장과 학교도 거점이 되어야 한다. 99% 인민이 점령해야 할 것은 1%가 점령한 세상이다. 1%의 세상이 자본주의이고 99%의 세상이 사회주의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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