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21호>OCCUPY WALL STREET 현실과 나아갈 길은?

 

OCCUPY WALL STREET 현실과 나아갈 길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운동이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소규모의 캠페인은 9월 26일 경찰의 진압을 거치며 급속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10월 5일의 전국적 대규모 집회를 거쳐, 10월 15일에는 전 세계 1,500여개의 도시에서 공동행동 시위가 진행되었다.

 

악마가 있다면 주소지는 바로 월스트리트일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사정과 요구는 다양하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오직 1%의 부자만을 위하고 있다는 것과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1%에 의해 착취당하는 압도적 다수, 바로 99%라는 것만이 시위대의 단일한 정체성이다. 그들이 폭로하려는 것은 금융자본주의의 탐욕이다. 또 리더가 없는 저항운동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주요한 타겟으로 삼고 있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일자리의 감소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학자금 대출, 그리고 의료비용의 급등이다. 

미국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9%이며, 파트타임 노동자와 구직을 포기한 자들을 포함하면 16.5%에 달한다. 임금은 1년 전에 비하여 2% 삭감되었다. 2009년에 학자금대출을 상환했지만 2010년에는 상환할 능력이 되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들만 320,000명에 달한다. 이는 2009년에 비해 33% 증가된 수치이다. 가족건강보험의 1년 보험료는 올해 9%가 인상되어 처음으로 15,000 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16%의 인구는 아예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에 9%의 인상을 걱정할 필요조차도 없다.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에 광범위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이처럼 광범위한 삶의 파탄 때문이다.

반면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며, 전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은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거대 민간은행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구제 금융을 지원했으며, 2차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투입된 유동성 자금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미국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대중의 직접행동

이전에 미국 노동조합 집회의 참가자는 거의 다 조합원들뿐이며, 와서 듣고 말하고 노조깃발을 흔들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집에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노동조합원들이 아니었다. 노조 티셔츠는 잘 보이지 않았고, 개인들이 집에서 만들어 온 피켓들이 훨씬 많이 보였다. 퇴근시간 이후 많은 참가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000여명의 시위대는 대중집회를 개최하여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교차하는 지점까지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전진하기로 합의한다. 한 블록 밖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까지 행진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대오는 뉴욕 경찰의 진압에 의해 흩어졌고 작은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연행되고 경찰의 탄압에 맞선 이 싸움은 이렇게 전국적인 점거 운동에 불을 붙이게 된다.

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며 경찰의 잔혹한 폭력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사회적 문제만큼이나 집회시위의 권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극복되어야 할 것들

시위대는 매일 총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목적의 실현에 집중된 민주주의를 집행하기보다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는 총회 그 자체에 속박당하기 시작했다. 시간 낭비라며 총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완전합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소수 그룹이 동의해주지 않아 결정되지 못하는 사안들도 있다.

예를 들어, 위생팀이 휴지통 구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총회는 ‘공정무역’ 상품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휴지통만 구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위생팀은 우선 벼룩시장 사이트를 뒤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핸드폰을 잃어버린 조직팀 활동가에게는 새 핸드폰 구입비용으로 200달러를 지급했다. 이번에는 ‘공정무역’ 핸드폰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리지 않았다. 시위대의 큰 자산이었던 총회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는 운동은 공식적인 요구안을 내걸지 못하고 있다. 토론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시위대에 그러한 공식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이처럼 대중의 자발적인 결집에 의하여 시작된 운동은 정밀한 요구안에 근거하기보다는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실천을 통해서 더욱 많은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바로 시위대의 이름에만 달려 있는 ‘점령’이 아니라 실제로 점령하는 것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공식성은 투쟁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요청될 것이며, 대중의 지지로 부터 권위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의 국면에서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에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계급이 합류하고,  금융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미 청원을 넘어선 99%의 다수가 할 일은 1%의 독재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문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