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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주간 초점>시국선언과 대학생 공동행동, 2012년 학생운동의 지표를 보여주다

시국선언과 대학생 공동행동, 2012년 학생운동의 지표를 보여주다

 

 

BBK 사태와 그로 인한 정봉주 의원의 구속, DDOS 테러에 대한 청와대 개입의 증거 등 잇따른 지배계급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대학사회에서 시국선언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서울대를 시작으로 카이스트와 고려대에서, 뒤이어 12개 대학이 모인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파급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선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선거권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으로 훼손됐다.”고 밝히면서, 특검 구성과 연루 정치인과 정치조직의 심판 등을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월 말에는 학생정치단체들과 신임학생회들이 함께 ‘교육투쟁 승리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을 구성하여 일인시위와 삼보일배, 투쟁문화제 등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였다. 시국선언만큼의 대중적 힘을 가지고 진행된 투쟁은 아니었으나 새로 당선된 학생회들이 공동의 투쟁을 결의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교육투쟁의 의제들을 다시금 꺼내어 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현재 대학사회에는 두 가지 흐름이 병존하고 있다. 민주주의 질서의 붕괴에 대한 분노로 발생한 시국선언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등록금 문제와 대학교육의 문제를 대중투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향들의 발생원인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갈 곳 없는 분노’, 시국선언 열풍

 

시국선언 열풍의 기저에는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대한 강력한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 BBK, DDOS 테러와 같은 지배계급의 비리로 인해 대중적 분노가 모아지고 그것이 시국선언이라는 형태로 실물화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일면 긍정적인 정치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국선언 흐름 뒤에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한국 정치 지형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이명박 정권은 끝내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 하고 정권 말 레임덕에 처해 있으며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의 세력들이 등장하며 대중의 정치적 대안인양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민참여당이라는 신자유주의세력과의 정치적 야합을 통해 탄생한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들은 복지 포퓰리즘과 인물정치로 총·대선을 돌파하려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정치전략으로 무장했지만, 현실 정치 구도에서는 ‘진보 대 보수’, ‘민주 대 반민주’라는 정치적 외피를 쓰고 선거를 통한 MB심판론으로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BK와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DDOS 테러 사태가 터져 나왔고, 경제위기 국면에서 축적된 대중의 분노가 선거민주주의라는 왜곡된 민주정치의 프리즘을 통해 시국선언이라는 형태로 실물화된 것이다. 이처럼 시국선언 열풍의 뒤에는 통합진보당을 포함해 제도정당들의 총대선 승리를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방향성을 상실한 대중의 ‘갈 곳 없는 분노’가 존재하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 대학생공동행동

 

최근 교과위에서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등교육예산에 2천 5백억 원을 추가투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확충된 예산은 장학기금 확충, 교육인프라 구성 등에 쓰이게 되기 때문에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한편 서울대가 법인 서울대로 공식 출범하면서 법인화 추세의 물꼬를 텄으며 동국대와 한신대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들은 학과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효율성과 수익성의 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교육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 공동행동’은 ‘등록금 문제 해결/국공립대 법인화 중단/대학 구조조정 저지’라는 세 가지 기조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한시적이고, 비교적 소수의 투쟁이었으나 시국선언이라는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공동투쟁의 흐름이 구성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반값등록금 투쟁이 사그라들면서 정부의 고식지계식 해법만이 난무할 뿐, 투쟁주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재한 학생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2011년 학생회 선거를 통해 좌파학생회의 세력이 이전보다 강해진 상황에서 침체되어 있는 등록금 투쟁을 다시 준비하기 위한 공동행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두 번째로, 4·11 총대선과 11월 대선이라는 정치일정 속에서 교육문제가 대중투쟁의 결집으로 외화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라는 우려지점이다.

 

시국선언 열풍이 갈 곳 없는 분노라면, 대학생 공동행동은 작지만 대학생들의 대중투쟁의 불씨를 다시금 지펴내고 부르주아 정치일정에 구속되어 움직이는 학생회가 아니라, 자기 투쟁의 요구를 스스로의 실천으로 만들어 나가는 운동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실천이다.

 

2012년 학생사회는 어디로?

 

급변하는 2012년 정세 속에서 학생사회는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시국선언과 대학생 공동행동을 통해 기본적인 예측을 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시국선언과 같이 반MB 민주주의를 지향으로 삼는 운동의 양상들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학생운동 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운동들은 결국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과 주요 진보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반MB 야권연대의 승리를 위한 선거운동에서의 표몰이로 수렴될 것이다.

 

한대련으로 대표되는 학생운동 내 우파세력은 현재 시국선언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 않다. 현재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회들이 대부분 비운동권 경향의 총학생회들이고 그 정치적 행보가 민주통합당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 시기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는 반MB 연대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관계형성이 이루어질 것이며, 한대련은 더 ‘대중적’이고 ‘유연한’ 정치적 행보를 택하면서 비운동권 총학생회들을 흡수하려는 시도들을 펼쳐나갈 것이다.

 

좌파 학생운동단체들과 학생회들이 구성한 공동행동과 같은 흐름 역시 강화될 것이다. 물론 학생 좌파운동이 스스로 블록화한다고 해서 학생 좌파운동 내의 정치적 차이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대중투쟁의 고양이라는 핵심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이상, 대학생들의 사회적인 투쟁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것이고 이는 3~4월에 어떤 투쟁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정리하자면, 2012년은 어떤 방식으로는 대학생의 정치활동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여줄 것이며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가 각급 학생정치조직과 대중단위의 핵심적 임무가 될 것이다. 이 속에서 사회주의 학생운동은 반MB 선거심판론으로 대학생들의 정치활동이 수렴되지 않도록 하고, 교육투쟁 의제들을 매개로 광범하고 급진적인 대중투쟁으로 조직하는데 선두에 서서 활동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정당인 민주통합당, 진보정당이 아니면서 진보정당을 참칭하는 통합진보당, 의회주의·개량주의 진보정당운동이 아닌,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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