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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2호> 희망광장,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공황기 자본 1-10-100 구조조정 프로젝트
작년 한 해 동안, 정리해고로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0만3,000명으로 치솟았다. 폐업이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까지 더하면, 무려 100만 명의 비자발적 퇴직자가 2011년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본가들은 한 해 동안 10만 명의 정리해고와 100만 명의 폐업, 도산 등 구조조정 퇴직자를 양산하는 “공황기 1-10-100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더 이상 노동강도 강화나 전환배치 등 일상적 구조조정만으로는 만성화된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자본이 해고와 위장폐업, 해외매각 등 본격적으로 노동자계급의 목줄에 칼끝을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무수히 잘려나간 해고노동자들의 빈자리는, 노동기본권을 말살당한 채 상시적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됐다. 그렇기에 22번째 정리해고 희생자의 죽음 앞에 또다시 분향소를 지켜야 하는 쌍차 동지들과, 1,600일 가까이 거리농성을 계속하며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다!”라고 절규하는 재능 동지들의 투쟁은 다른 듯 닮아있다. 해고와 비정규직은 한 줌 자본가들이 자신만의 잇속을 위해, 착취와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이윤 중심의 체제가 낳은 쌍생아이기 때문이다.

희망버스, 텐트, 뚜벅이 그리고 광장
지난 십 수 년간 자본이 탄압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는 동안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자 운동의 대응은 대단히 수세적이었다. 작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이 ‘희망버스’ 운동을 통해 사회적 연대의 힘을 실로 오랜만에 집중시켜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이후 ‘희망뚜벅이’와 ‘희망광장’으로 이어지면서 대중조직 지침에 익숙했던 투쟁방식을 넘어 밑으로부터 자발적인 연대와 사회적 힘들을 모아나갔다. 또한 희망뚜벅이에서 희망광장으로 이어지는 투쟁사업장들의 연대와 투쟁은 뿔뿔이 흩어져 각개 약진하는 싸움이 아니라, 다소 어렵더라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자 했던 매우 중요한 실천이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희망광장투쟁은 야권연대에 올인했던 대중조직들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의존 않고 독자적인 투쟁의 전망을 주체들 스스로 만들어 나갔다는 점에서 정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새로운 도약
투쟁사업장들과 함께 했던 제운동세력들의 ‘선거에 종속되지 않는 계급적 연대와 단결’이라는 소중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희망광장운동은 해결해야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고와 비정규직에 맞서는 공동투쟁은 거시적인 목표이고 개별사업장의 현안요구는 부수적 과제로 인식되는 상호 괴리문제다. 그러나 양자의 문제는 따로 떨어진 요구가 아니다. 해고투쟁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공장에서 쫓겨난 모든 노동자들의 원직복직과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투쟁을 호소하고 투쟁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든 사내하청노동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공동투쟁을 호소하고 동시에 현장 투쟁을 조직해나가야 한다. 이 문제가 중장기적인 법제도 투쟁과 당면한 단위 현장의 문제로 분리 되버리는 순간 공동투쟁은 ’당위‘만 남게 되거나 투쟁사업장의 문제는 개별화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적 투쟁의 가능성은 다시 먼 미래의 일이 돼버리고 만다.
아마도 새로운 희망광장은 이처럼 불리한 여건을 딛고, 더 많은 투쟁사업장들과 함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대중투쟁의 잠재된 역동성을 자극할 것이고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역시 지침에 근거한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파업이 아니라 공식체계 지침에 갇히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총파업이 가능할 것이다.

임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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