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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4호> 공공부채가 급증한 진짜 이유

공공부채가 급증한 진짜 이유

 

 

공공기관 부채와 무디스의 위협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가부채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방송에서는 한국의 국가부채가 몇 퍼센트라는 이야기가 뉴스 자막을 통해 종종 보도되곤 한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한국 공기업 부채 증가를 두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경고를 날리면서 그리스, 스페인 등과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현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463조 5천억 원이고, 국가부채 규모도 420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국가부채의 경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8년 30.1%, 2009년 33.8%, 2010년 33.4%, 2011년 33.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공공기관의 부채의 경우 2011년에만 공기업 37억 5천억 원, 준 정부기관 24억 2천억 원이 늘어나 61조 원이 넘게 증가하는 등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2012년 4월 초 한국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a3'까지 내릴 수도 있다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고는 심상치 않은 지점이 있다.

 

공공기관 부채, 비효율 때문?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은 비효율적인 경영이다. 즉 민간부문보다 노동 강도가 떨어져서, 같은 업무량에도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노동자들에게도 고임금을 줘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등장했다. 소위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은 바로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제거하여 민간기업처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공기업 부채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공기업 부채는 2004년 말에는 83조 8천억 원이었으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7년 말까지만 해도 138조 4천억 원이었다. 근데 2011년 463조 원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면 경천동지할 큰 변화가 일어났거나! 특히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은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 하에 2009년 2만 2천 명이 감축되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자리는 비정규직이 채워나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공공부문의 비용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이 계속되어왔는데도 오히려 부채가 늘어난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부채의 빠른 증가는 무엇 때문인가?

 

부채증가, 진짜 이유

현재 전체 공공기관 부채 463조 5천억 원 중 부채액의 상위에 위치한 공공기관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 130조 5712억 원, 한국전력공사 82조 6639억 원, 예금보험공사 40조 4884억 원, 한국가스공사 27조 9666억 원, 한국도로공사 24조 5910억 원, 한국석유공사 20조 8000억 원, 한국철도시설공단 15조 5674억 원, 중소기업진흥공단 15조 1125억 원, 한국철도공사 13조 4562억 원 등이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 중 이들의 부채가 80%에 육박한다.

또한 2011년 증가한 공공기관 부채 61조 8천억 원의 경우에도 예금보험공사 13조 3천억 원, 한국토지주택공사 9조 원, 한국 수자원공사 4조 5천억 원, 한국전력공사 10조 4천억 원, 한국가스공사 5조 7천억 원 등이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 증가이유가 한 눈에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세종혁신도시, 미군기지사업, 산업단지개발 등의 국가정책 사업으로 부채가 7.4% 증가하였지만, 자산도 6.7% 증가하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4대강 사업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에도 영향을 미쳐 부채는 55.6%, 자산은 20.4% 증가하였다. 또한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부실저축은행 지원으로 인한 부채증가다.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해 낮은 요금과 더 안전한 노동현장을 위해 부채가 증가했다면 그것은 부채가 아니라 정부재정에서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권은 건설자본을 위해, 금융자본을 위해,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 관료들의 부정축재까지 배후지원하면서 돈을 써놓고 효율성 운운하고 있는 꼴이다. 그래놓고 부채 때문에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민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결국 자본을 위해 부역하는 자들의 초절정 사기극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민중이 희생을 강요당할 것이 아니라, 자본에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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