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노위 정세와 전망 초점> ASEAN을 중심으로 한 G2의 패권 경쟁 가속화

ASEAN을 중심으로 한 G2의 패권 경쟁 가속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급속한 쇠퇴, 그리고 미-중간 전략경쟁의 심화 등이 역내 안보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의 갈등 양상은 최근 ASEAN을 배경으로 하여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월 미국 국방부에서 발표한 보고서와 6년 만에 개정한 일본 국방요강 모두 중국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2011년 호주와 군사협력 강화방안까지 발표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경제적으로 TPP에 참여하면서 ASEAN과의 경제협력 강화 움직임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이러한 관여전략에 대항해 ‘진주목걸이 전략’을 비롯해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강화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해 선택적 대응을 하고 있다. ASEAN지역에 관한 중국의 개입은 중국의 외교전략으로서 ‘평화로운 발전론’ 및 ‘조화로운 세계론’인 “화평굴기(和平屈起)”를 표방하는 가운데, 경제적 종속을 가속화 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즉,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높여, 안보적 마찰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남중국해의 자원을 둘러싸고 과거 중국에게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ASEAN 회원국들이 중국과의 군사적 마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 편으로는 ASEAN 지역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대리전의 양상으로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나타나는 중국과 ASEAN의 자원전쟁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국방장관회의(ADMM+)가 5월 28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안보를 논의하게 될 이번 회의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지역 8개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상안보와 국제테러 퇴치 등 공동 관심사를 집중 협의했다. 이는 미국의 대 아시아 중심 전략 강화 움직임과 맥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세안 일부 회원국들과 중국 등 6개국이 얽혀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는데, 중국과 필리핀이 지난 5월 29일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대치사태와 관련해 상호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과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국방장관회의(ADMM+)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양자회담을 열어 공개 비난과 행동 수위 자제, 평화적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대화창구 유지 등 3개항에 합의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분쟁이 고조되는 이유는 매장되어 있는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유의미성이 그 원인이다. 남중국해에는 원유(300억t)를 비롯해 천연가스(16조㎥), 우라늄(60억t) 등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중국경제주간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잃는다면 천연가스 총자원의 3분의 1가량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남중국해의 중남부지역은 매장 및 채굴가능 천연가스가 남중국해의 53%,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필리핀은 현재 스카보러섬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안에 있다며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중국도 최근 남중국해 자원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이달 초 자체기술로 제작한 심해 석유시추선 ‘해양석유(海洋石油) 981호’를 투입해 심해 석유시추에 착수했다. 한편,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해상운수의 요충지로 통행 선박이 수에즈운하의 3배, 파나마운하의 5배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 대만도 원유수입의 80% 이상을 이 노선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이 곳 지역의 분쟁이 가속화 될 경우, 극단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남중국해의 자원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중요한 원유루트라는 점은 이곳의 전략적 유의미성을 한층 강화시킨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충지에 대한 미국의 관여전략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에서 거론한 필리핀을 비롯하여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도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제도), 시사군도(파라셀 제도) 영유권 및 자원개발 분쟁이 그것인데, 중국경제주간에서는 남중국해 지역의 천연가스 규모의 2/3(채굴가능 기준)가 분쟁지역에 있다고 있다고 이야기하듯이 그 규모는 상당하다. 베트남 등 5개국은 최근 30년 사이 외자도입 방식으로 자원개발에 나서 이미 남중국에서 1,380개의 유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이들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응은 미국의 자본과 안보적 지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페네타 미 국방장관이 ADMM+ 회의 직후인 3일 베트남과 인도를, 뎀프시 합창의장이 필리핀을 각각 방문한 점은 이를 더욱 의심케 한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최근들러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하였으며 페네타 국방장관이 또 다시 베트남에 방문한 것이다. 페네타 장관은 풍꽈잉 타잉 베트남 국방장관와의 논의자리에서 “양국 간의 관계를 다음 단계로 격상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태 지역으로의 해군전략 집중 방침을 언급하며 “미 해군 함정들의 깜라인만 접근이 양국관계를 이루는 핵심요소”라고 지적했다. 깜라인만은 베트남전 당시 전투기와 수송기, 병력집결지 역할을 했던 미군의 3대 핵심 전략기지 중 하나로, 최근 들어 중국과 아시아국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와중에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만약 베트남에 미국의 군함접근이 허용될 경우, 미국 함대가 중국의 턱밑까지 들어오게 된다. 사실상 작전 범위 안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소홀했던 미국의 대 ASEAN 전략은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G2, 중-일 대리전의 양상도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국과 ASEAN,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동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고조되고 있다. 올해 9월 중국과 일본의 수교 정상화 40주년이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은 점점 더 전면화돼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들인 후더핑(胡德平)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 5월 28일 예정된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을 비롯해 앞서 지난 21일에는 중국 군부 실력자인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일본 방문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달에는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상무부총리의 일본행이 이미 백지화됐다. 이 밖에도 지난 2월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일본 나고야 시장의 난징대학살 부정 발언을 시작으로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매입 추진 계획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에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부상은 일본에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는 점을 강조해왔으나, 실제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TPP 참가 협상, 주일미군 재편 등 미-일 관계에만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과 중국의 감정이 결정적으로 충돌하게 된 계기는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정 간 충돌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도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사실상 외교공백 상태를 이어왔다. 이들의 갈등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과 함께 동북아의 안보 불안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센카쿠 열도를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표현했는데, 일본 우파는 이를 중국위협론으로 인식하며 ‘보통국가화’를 위한 근거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 일본의 우파들은 중국이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을 현행 헌법으로 보고 대대적인 헌법개정 움직임과 함께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본 언론의 ‘방위성 보고서’에 대한 보도는 실질적인 갈등의 전면화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다시 예고할 경우, 일본이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한반도 서해의 공해상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만약 자위대가 이지스함을 서해에 배치하게 될 경우, 주변국 반발과 동북아 긴장 고조는 불 보듯 뻔하다.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의 미사일(로켓) 발사 예고가 있을 경우, 그 궤적을 더 쉽게 탐지할 수 있게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발사 지점의 주변해역'에 배치하는 걸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은 “보고서는 이지스함 배치 지점으로 서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있으나, 방위성 관계자는 '주변해역은 서해를 뜻한다'며 '서해 남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나카 나오키 방위상이 28일 승인한 이 보고서는 조만간 총리관저와 최종 협의를 거쳐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중국 주변 국가들에 대한 외교강화 움직임을 보이며, 미국과 함께 ‘중국봉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일미군 재편을 통해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넓힌 데 이어 미국과 함께 인도, 버마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협력을 가늠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미국과 중국, 즉 G2체제의 전략적 경쟁의 가속화와 함께 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중심의 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2020년까지 자국 군함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오는 2020년까지 미국 군함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6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패네타 장관은 또 이 지역에 배치된 항모를 최소 6척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특히 태평양 지역에 해군 함정과 구축함, 잠수함, 연안 전투함 등 군함의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능력이 더 뛰어난 함정들도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대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페네타 미 국방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함께 아태 지역 안보 전략의 핵심(linchpin)이자 우선순위”라며 중국에 대한 경계와 한-미,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 대한 중국의 대응

 

물론 중국도 이에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다. 미국의 대 아시아 태평양 집중전략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파네타 미 국방장관과 같이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한 중국 군사과학원 런하이취안(任海泉) 부원장은 패네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겁내지도 말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서도 안 되며 최악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누가 나를 침범하면 나도 반드시 그를 침범해야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처럼 중국의 국가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상대가 공포를 느끼도록 반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여전략에 대항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다지고 있다. 지난 4월 러시아와 함께 산둥성 칭타오 주변 해역에서 해군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을 비롯하여 6월 8일부터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된 SCO 회원국들과 함께 반테러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6월 5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협력을 약속하며 ‘전면적이고 대등한 신뢰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공동 성명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우호, 이해, 상호 신뢰, 평등 호혜의 정신에 따라 양국 국경지역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는 우선 접경에서 양국 군의 합동검사,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군사력 감축조치, 경계하천 항해, 접경 환경보호 조치 등이 포함되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의 관여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협력으로 이해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방의 공백에 틈을 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전략도 가늠하고 있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샹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담 중 따로 만나 안보 협력을 포함하여 양국 유대관계에 관한 광범위한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은 아프간을 안정시키려는 최근 십년 동안의 국제적 개입의 대부분 기간에 경제적 관계에만 한정하는 등 아프간에의 정치적인 관여는 수위를 매우 낮춰왔었다. 최근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군사적 개입을 마무리하고 아프간 안보를 현지 인력에게 이양하려는 상황에서 중국은 몇몇 지역 강국들과 함께, 아직 이슬람 반군에게 침략당할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에 점진적으로 개입을 넓히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만약 중국의 영향력이 중앙아시아까지 확대될 경우, 이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외연적으로는 중국은 미국과 최대한 마찰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서도 UN 안보리 상임이사회에서 보여준 중국의 태도는 기존의 그들의 태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더욱이 차기 중국의 대권인 시진핑의 미국방문에서도 이는 분명히 각인되었다. 경제적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최대한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간의 협력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은 불투명하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미 전략적 패권 경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