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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39호> 노동운동 - 새로운 발전전략과 주체형성을 준비할 때!

노동운동
새로운 발전전략과 주체 형성을 준비할 때!

 

 

 

“지금 현장 노동자들이 좌절하고 있다. 정치에서도 노조에서도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SJM 노조투쟁에 열심히 연대하고 있는 금속노조 활동가가 한 말이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은 노조가 완전히 후퇴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도 보수화되고 있다. 대다수 산별노조도 거의 망가졌다. 그나마 민주노총 내에서 금속노조가 버텼는데, 금속노조마저 심각한 상황이다. 갈 때까지 간 상황이다.” 그는 “지금 대선이니 정치세력화 얘기를 해봐야 현장 노동자들의 냉소만 더 커질 것이다”고 했다. “그게 아니다”고 그 자리에서는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었다.

 

 

정치와 노조에서의 좌절과 냉소
 

확실히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숱하게 얘기되어 왔다. 어쩌면 이제 그 ‘위기’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자본이 정권의 비호 아래 직장폐쇄와 용역깡패를 동원하며 노조와 노동자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하고 유린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 금속노조의 핵심사업장에서 금속노조 탈퇴 주장을 하는 어용노조에 대다수 노동자들이 가입하고 있는 현실, 부품사 핵심노조를 깬 후 결국 그 탄압의 비수가 완성차 노조와 금속노조 전체를 향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함께 힘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민주노조의 마지막 교두보이자 투쟁동력인 금속노조가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도 있는 현실, 그래서 이른바 ‘민주노조’와 ‘노동현장’의 실상이 그 바닥까지 드러나는 이 현실이 ‘위기’의 마지막 모습일 지도 모른다.
민주노조운동의 이러한 위기가 최근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위기‧실패와 맞물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노동운동 발전의 한 시기가 그 아래(현장)로부터의 동력을 소진하고 역사적 역할을 마감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87년 이후,
노동운동 동력의 소진과 마감?

 

그래서 이제 ‘노동운동 발전전략’과 ‘이념’에 대해 다시 전면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당면한 현안투쟁에 손을 놓자는 것이 아니라, 그 현안투쟁이 가져가야 할 전망을 새롭게 찾기 위해. 지금 시도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시도를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시도가 과거의 모습을 무의미하게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치세력화에 대해 백날 얘기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현장과 민주노조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라는 탄식에 대해, “정치세력화해야 민주노조와 현장이 다시 설 수 있다”고 대립하여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민주노조가 무너지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와 역사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민주노조운동과 현장동력의 복원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과 어떻게 맞물려가야 하는지, 이제 본격적인 논의와 실천을 시작할 때이다. 

 

 

80년 이후,
민주노조 운동 ,정치세력화를 총괄 평가해야

 

이 논의를 민주노총 출범(1995년) 이후로 한정하지 말고, 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30여 년 역사로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운동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세력화문제까지 포함하여, 노동운동 발전전략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80년대 급진적 정치운동의 실패와 90년대 민주노조의 발전에 바탕한 노동운동 발전전략(진보정당운동과 산별노조)의 위기 모두를 포괄하는 평가 속에서, 그 성과와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운동 발전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노동운동(민주노조, 현장,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위기는 사실 노동운동 이념과 이론의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 대해, 노동운동의 총체적 발전방향과 방안에 대해 이론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 노동운동에 대한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긴장관계는 깨져버렸다. 이론은 이론가들만의 문제로, 실천은 활동가만의 문제로 따로 놀았다. 

 

 

주체와 전망, 전략, 이념을
새로 세워야

 

이제 노동운동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점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자본의 통제에 완전히 갇혀버리면서 무력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2008년 이후 세계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다가올 계급대립의 격화를 예비하며, 노동운동은 어떤 준비를 할 지, 그 ‘주체’와 ‘전망’, ‘전략’, ‘노동운동의 이념’을 시급히 세워내야 한다.
1980년대 초반~중반이 1987년을 예비하지 못함으로써, 87년 체제에서 노동자계급이 계급적 헤게모니를 구축하지 못했던 경험을 넘어서야 한다. 1996~97년 총파업투쟁에서의 후퇴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를 전면화시켰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지난 30여 년간의 성과에 바탕하면서도 동시에 그 양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질적 재편과 도약을 준비해야 나가야 한다.

 

박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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