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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뒤아르의 회상_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던 대사는 마지막 시도로 아들을 불러 남자 대 남자로서 대화를 나눠보자고 제안했다
"에뒤아르, 이제 너도 네 삶을 책임져야 할 나이다. 네 엄마와 난 여태 가능한 한 참고 네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만, 이젠 그 터무니없는 화가의 소명 따위는 집어치우고 네 진로를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됐어."
"하지만, 아버지, 화가가 되는 것도 하나의 진로예요."
"우리가 너에게 쏟은 사랑, 훌륭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냐? 전에는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난 네 행동을 네가 당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구나."
"저는 부모님을 세상 어느 누구보다 사랑해요."
대사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애정 표현에는 익숙지 않은 탓이었다.
"그럼, 우리에 대한 네 사랑의 이름으로, 제발, 네 엄마가 원하는 걸 해다오. 그 그림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고, 너와 비슷한 부류의 친구들을 찾아보도록 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아버지는 절 사랑하시죠. 원하시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하신 아버지는 제게 풀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셨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제게 그런 걸 요구하실 수 없어요. 아버지도 제가 아무런 의지가 없는 인간이 되길 바라진 않으실 거예요."
"내가 말했지, 사랑의 이름으로라고. 내가 이런 식으로 너에게 말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만, 지금은 너에게 부탁을 해야겠다. 네가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랑과 우리가 너에게 쏟는 사랑의 이름으로, 집으로 돌아와다오. 물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그 말의 심오한 의미로도 말이다. 넌 지금 잘못을 범하고 있어.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다구.
네가 태어나고, 우린 우리 삶에서 가장 웅대한 꿈들을 키워왔다. 우리에게 넌 모든 것이다. 우리의 미래이자 과거지. 너의 조부모는 하급 공무원이었어. 외교관이 되기 위해,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난 사자처럼 싸워야만 했다. 그 모든 게 오로지 너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네가 좀더 수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어. 대사가 되어 서류에 처음 서명할 때 사용했던 만년필을 난 아직도 가지고 있다. 네 차례가 되는 날, 네게 물려주려고 소중히 간직해왔지.
우릴 실망시키지 말거라, 얘야, 우린 오래 살지 못할 거야. 네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걸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죽고 싶구나. 내가 부탁하는 대로 해다오. 네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하던 대로 행동해도 좋아."
(중략)
이튿날, 그들은 엉망이 된 에뒤아르의 방, 갈기갈기 찢긴 그림들, 시선을 하늘로 향한 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엄마는 달려가 에뒤아르를 품에 안고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뒤아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사랑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랑에 질려버렸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림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충고를 따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인간을 그 자신의 꿈에서 분리시키는 심연을 건너버려, 더이상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무대를 떠나버리는 것이 더 간단했다.
"제 생각도 박사님과 같아요. 저는 패닉 신드롬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이유로 이곳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직업도 남편도 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자신이 없다는 아주 추상적인 이유로 결국 이곳에 머물렀죠. 사실이예요. 저는 제 삶을, 또다시 하나하나 습관을 들여야만 할 새 삶을 다시 시작할 의욕을 상실했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기쇼크 ─ 죄송해요, 박사님이 원하시는 대로 TEC라고 해두죠, 시간표, 환자들의 히스테리 발작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의 규정은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이 서로 비슷해지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세상의 법들보다 견뎌내기 훨씬 쉽다는 걸 인정해요.
그런데 지난밤, 한 여자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어요. 흔히 들을 수 없는 훌륭한 연주였죠.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저는 그 소나타, 그 전주곡, 그 아다지오 들을 작곡하기 위해 고심했을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당시 음악계를 지배하던 사람들에게 그들이 만든 작품들 ─ 모두 유니크한 ─ 을 선보였을 때, 그들은 분명히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당했을 거예요! 난 누군가 제정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나서기 전에 그들이 맞닥뜨려야 했을 생활고, 쓰디쓴 모멸감, 그들이 창조해낸 새로운 하모니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이 보냈을 야유를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바로 이 생각이었어요. '저 곡들을 만드느라 작곡가들은 고통을 당했고, 저 아이는 자기가 곧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온 영혼을 바쳐 저 곡들을 연주하고 있어. 그럼 나는, 나 역시 언젠가는 죽을 목숨이 아닌가? 나 역시 내 삶이라는 음악을 저토록 역광적으로 연주할 수 있길 바라는데,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겨쳐버린 것일까?'"
이고르 박사는 입을 다물고 듣고만 있었다. 그 모든 반성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신을 갖기에는 아직 일렀다.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 내 과거 어딘가에, 내 것이기를 간절히 소망한 그 삶 속에, 저는 짐과 남편, 직업 ─ 해방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용기가 없어 벗어 버리지 못했던 ─ 이 있던 그 순간이 포로가 되도록 제 영혼을 방치했어요.
제 영혼은 과거 속에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이곳에 있어요. 저는 다시 이 몸 속에서 열기로 가득한 제 영혼을 느낄 수 있어요.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건, 삶은 저를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부추겼지만 정작 제 자신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걸 이해하는 데 삼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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