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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대안

지난 며칠 동안 몹씨 힘들었다.

년말까지 일을 마쳐주어야 하고 돈도 받아야 했었다.

남편과 나는 밥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로 다투었다.

항상 그랬던 내용이지만 대화의 결말은 언제나 미궁으로 떨어졌다.

무언가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내가 맞추어주지 않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나는 왜 그런 기준에 내가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문제는 서로 힘이 드니까 차근차근 대화를 하기 보다는 화부터 났다.

나는 밥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불평등이 억울했다. 

그래서 2010년 1월 1일부터 남편이 담배를 못끊으면 집안일을 6개월간 남편이 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신년 초 담배를 끊느라 몹씨 신경이 과민한 남편은 밥을 안준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들은 이런 아빠의 모습에 몹씨 화가 났는지 왜 짜증을 내느냐며 아빠에게 달려들었다.

위기 촉발이 아닐 수 없었다.

상황은 극에 치달았고 두 사람을 말릴 수 없는 나는 방을 나왔다.

얼마쯤 지났을까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녁밥을 먹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어머니가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을 했다.

'결혼하고 나도 하루 세끼 밥을 내가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힘겨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집안일을 전혀 안해 본 공주가 결혼을 해서 매일 자신이 밥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겠느냐고 질문했다.

모두 나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아들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뜻밖의 제안은 이런 것이다.

아침밥은 아빠가 하고 점심밥은 엄마가 하고 저녁밥은 자신이 하겠다는 내용이다.

남편은 이 내용을 수용했다.

그래서 며칠전 부터 우리집은 아들이 저녁밥을 차린다.

차려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온가족은 화기애애하게 웃음꽃이 피어난다.

정말 뜻밖의 대안이었다.

비로소 나는 집안의 노예가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우리 아들 어떤 여자가 데려갈 지 모르지만 무지 복받은 여자일게다.

얼굴도 정말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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