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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과 타인주도 학습
자기주도 학습은 좋은 것이고 타인주도 학습은
나쁜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자기주도 학습이고
무엇이 타인주도 학습인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매우 드뭅니다.
왜 좋은 것이고 왜 나쁜 것인지조차도 우리는 분명히 알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타인주도 학습이란 타인이 학습을 계획하고 타인이 지식을 설명하고
주입한 내용을 얼만큼 습득하였는지 타인이 평가하는 학습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습자가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촛점을 두기보다는
타인이 가르치고 싶어 하는 지식에 중심을 두는 학습입니다.
그러니까 학습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성적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외적인 동기에 때문에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 타인주도학습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이란 자기가 학습을 계획하고 예측하고 실행하고
수정하고 검증하고 평가하는 학습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가 자신의 디렉터가 되고 메니져가 되어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행동하는 자기가 있으면 그런 행동을 내려다 보면서
전체적으로 과정을 평가하고 있는
또 다른 자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는 <메타인지 학습>이라고도 하고,
영국에서는 <셀프-디렉티드 학습>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깨달음의 학습>이라고도 말합니다.
단어는 다르지만 다 같은 내용입니다.
자기주도학습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각국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육입안자들이 고심을 하고 있느냐 하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지금,
자기주도 학습이 학습자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손쉽게 물고기를 잡아주고 수동적으로 받는 것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물고기를 잡도록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제8차 교육과정까지 개정을 하였습니다.
해방 후 여덟 차례나 교육과정을 개정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교과서를 개정할 때마다 모두 바꾸고
교사들에게 개정된 새교육과정의 교수방법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돈만 들고 혼란만 있을 뿐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나라 교육은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원인은 대략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교육입안자와 교육정책관료 간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교육철학을 세워 방향을 정했으면 그 방향으로 모든 내용을 바꾸어야 하는데
실제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른 걸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건축가가 설계를 모던 스타일로 해주었는데
집주인이 이발소 천장에 걸어두는 그림을 벽에 붙인다든가 하는 것처럼…….
제8차교육과정은 외국의 교육을 본 따서 자기주도학습을 강화하고
학습자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신장시켜
우리나라 인재양성에 기초를 다지겠다는 교육철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말썽을 빚고 있는 학력 평가를 위한 일제고사는 자기주도 학습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입니다.
즉 교수들로 구성된 교육입안자는 아주 좋은
자기주도학습으로 인테리어를 해주었는데
전문성이 없는 교육행정관료들이 타인주도학습의
대표적인 그림을 벽에 거는 꼴입니다.
둘째는 제 6차와 제 7차와 제 8차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경우 교육과정을 개정한 결과를 보면
기존의 교육과정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그 내용을 더 심화시키는 내용을 추가하는 형태로 개정을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부터 2학년까지는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개정안에서는
그 내용에서 아이들이 성취해야할 목표는 무엇이며
아이들마다 개인별 차이가 있으므로
성취단계를 세분화하여 추가하는 것입니다. 여기엔 결코 혼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제6차에서 제7차로 넘어갈 때 열린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아직 교실이 콩나물인 소도시 초등학교까지 그것을 들이밀자
일부 교사들은 7차 교육을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진통을 겪으면서 교실의 책상배열이 교탁을 바라보는 일제형에서
아이들 간의 토론을 유발하는 모둠형으로 바뀌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교실에 놓아둘 실물교구를 제작해주기 위한
교구제작모임을 꾸리기도 하는 등
고립된 교육이 넓게 열리고 개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제7차에서 제8차로 넘어가는 지금,
아이들의 개성과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일제고사를 강행하므로서 7차와의 연속성의 맥이 단절되고,
더 이상 열린교육은 닫힌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이유는 학습목표와 학습방법, 학습평가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습목표가 자기주도 학습력의 신장이라면 그 학습방법 또한
자기주도 학습을 유발하고 끌어내기 위한 기제들로 정교하게 교수되어져야 합니다.
즉, 지식을 얼만큼 수용하였는지 평가하는 일제고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얼마나 다양한 창의력을 보여주는지를 측정하는
수행평가와 같은 다양한 학습능력의 평가 방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해답을 가르쳐주고 얼마나 많이 해답을 맞추는지 측정하는
일제고사는 아무런 교육적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일제고사는 교육의 일관성을 결여하는 것으로서
학습자의 자기주도학습력과 사고력을 마비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이 좋아지려면 학부모와 교사와 행정가와 아이들이 협상하여
학습목표와 학습방법을 만들고 학습평가도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교육평가방법을 결정하는 것에서
교사들을 배제시키고 선생님이 관료들의 말을 안듣는다고
담임선생님을 학기 중에 교실에서 내쫓고,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하고,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아이들의 외침을 무시하면서 무슨 열린교육을 하고
무슨 자기주도학습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배제하고 위로부터 교육을 뒤바꾸려는 발상 자체가
현 정부와 교육행정관료들의 빈곤한 교육철학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글-하얀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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