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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

2003년에 촬영했던 테잎들을 다시 보는데

거기 나오는 하늘이랑 지금 내 옆에서 혼자 소꼽놀이 하는 앵두랑 많이 닮았다.

닮은 것뿐 아니라 하는 행동도 많이 비슷하다.

베개를 배때라고 한다든지, 아픈 데를 짚으면서 아야, 아야 하는 것도.

 

가장 기분좋은 발견은

나는 첫째인 하늘에게 잘 못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항상 미안했는데

촬영본 속의 나는 하늘에게 지극정성이라는 점이 나름 위로가 되었다.

촬영본이라는 게 그 시간의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 위로가 허약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하늘에게 늘 느껴왔던 미안함이 약간은 가벼워진 느낌.

 

어제 <앞산전>을 보고, 만나고 싶었던 김지현감독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그래서 좋았다.

만들고 싶은 영화, 닮고 싶은 영화를 만난다는 건 쉽게 만날 수 없는 행운이다.

 

나는 절제를 배우고 싶고

좀 쿨해지고 싶고

좀더 단순해지고 싶다.

쉽고 단순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하고 있고.

 

마음을 어지럽히던 몇 개의 응어리를 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그것을 자꾸 들여다보고 힘들어하고 

그 응어리와 관련된 사람과 대면해서 풀어보려 했었는데 항상 안좋았다.

어제 오늘 자꾸자꾸 마음으로 외쳤다.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자. 더 멋지고 재미있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더 멋지고 재미있었던 일은 하.은.별.과 함께 노는 것.

새로 구한 pc300으로 그 애들을 담는 것.

마법천자문 ds의 낱말읽기 7급까지 따는 것.

앵두와 함께 소꼽놀이를 하는 것.

뭐 그런 것.

동작도서관 휴원으로 책을 못 빌렸었는데 재미있는 소설 빌리는 것도 괜찮을 것같고.

 

잠깐 마음을 놓으면 다시 그 응어리로 돌아와있는 나를 느끼며 또 주문을 외우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성찰 아닌 집착은 하지 않는 것.

지금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것.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응어리는 풀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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