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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건

갑작스레 엄마 집에 가게 되었고 누군가 버린 3단 서랍장을 주웠다.

사실 내가 주운 건 아니고 내가 그걸 갖고 싶어하니까 남편이 내켜하지 않다가 차에 실어주었다.

일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신성우의 노래 <꿈이라는 건>을  들었다.

 

식구가 많아서 나만의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만의 방을 가지고 싶어한 적도 없다.

난 귀신이 나올까봐 혼자 있는 게 무섭다. 

가끔이라도 혼자 집에 있다보면 옆에 누가 있는 것같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ㅡ.ㅡ

간절히 바라던 잠깐의 독립 때에도 내겐 고양이들이 있어서 혼자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출장을 가게 되면 엄마집에 가서 같이 잤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그 조그만 아이가 위안이 되어 둘이서 잤었다.

 

98년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 명이서, 세 명이서 한 책상을 썼었다.

99년 파견갔다 돌아오니 널찍한 회의용 탁자를 넷이서 나눠썼다.

하나 둘씩 떠나가고 사람보다 책상이 더 많아졌을 때에도 

이상하게 내 자리는 항상 전화가 자주 있는 사무국 옆자리였다.  

두 번의 복귀 때마다 항상 내 자리는 전화기가 있는 곳이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전화기가 없는 구석자리에 배정을 받았다.

호흡기 상태가 너무 안좋아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니 이리로.... ^^

 

집주인의 횡포로 독립이 실패로 돌아간 후 책잔치를 했었다.

살던 사람들이 이사나가 텅빈 옆 사무실에 책들을 쭉 늘어놓고서 아무나에게 가져가라 했다.

그 뒤로 책은 사지않았고 사더라도 다른 이에게 선물했다.

그러고도 쌓이는 책들이 있어서 남편 사무실 빈 책꽂이에 꽂아두었었는데

이번엔 한 권씩 한 권씩 갖다놓는 중이다.

짐을 풀다 보니 이젠 정말 떠나거나 쉬는 일 없이

이렇게 이 곳에서 오래 지낼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몰랐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꿈이 있었던 것같다.

늦은 밤, 누군가 버린 3단 서랍장을 싣고  오면서

덜컹일까봐 손으로 꼭 잡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의 책장.

 

 

동작도서관이 몇달 째 휴관중이다.

그 전에는 먼저 책을 읽은 후 다시 보고 싶은 책만 몇 번 생각하고 사곤 했는데

휴관 덕분에 그냥 사게 되었다. 그런 것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선물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표지를 광고지 같은 걸로 쌌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책 제목이 보이는 건 좀... 불편해서.(누가 날 보지도 않지만 ㅋ)

예전에는 편지를 쓸 때에도 끝까지 꽉 채우고,

한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다른 책은 절대 보지 않았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

예전엔, 예전엔, 예전엔....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았다.

먼저 책을 읽다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첫번째 책을 밤을 새서라도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으나

이젠 영화를 보다가도 집중이 안되면 그냥 끈다.

그냥 어느 순간 내 시간이 소중하니까, 그리고 나도 책이나 영화 정도는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

누군가 열심히 정말 열심히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썼다 하더라도

그건 당신 사정이고 나는 좀 편하게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지영의 책은 스무살, 서점 점원을 할 때 그 때 욕을 하며 봤던 거다.

선배 책장에 꽂혀있길래 언제 한 번 다시 볼 계획으로 갖다 놓았다.

다시 그 책을 보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20년 전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20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궁금하다.

 

그래도 지금은

써야할 글이  있어 이러고 있다.

글이 너무 안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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