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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지난 주에 그룹홈 선생님께서 초롱이 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분이 전화를 하셔서는 개 잃어버린 거 맞냐고 확인하시면서몇가지 정보를 주셨는데

우리가 개를 잃어버린 3월말쯤에 동네에 새로 들어온 개가 있다고....

그래서 선생님이 다녀오셔서 전해주신 말씀이

마루밑에 들어가있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개가 맞는 것같다 하셨다.

일요일 저녁, 설레는 마음으로 그 얘기를 들은 후 우리는 강화로 왔고

월요일에 남편이 그 개를 보러갔다.

우리 초롱이는 배에 지도같은 큰 점이 있다.

털 색깔이나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만 많이 변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체크포인트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만약 초롱이가 맞다면 데려올것인가, 말것인가도 논의했다.

만약 초롱이가 그 집에서 귀염받고 잘 살고 있으면

아직 어린애가 다시 집을 옮기면 또 힘들어질 것같아서 그냥 그집에서 키우게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보신용으로 키운다면 돈을 주고 사오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월요일저녁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니....

용모를 확인할 것도 없이 성별이 다르단다.

성별이 달라질 일은 없으니 우리 개는 아닌 것같았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식용말고 반려견으로 잘 살고 있기를.

 

초롱이가 돌아오면 목욕도 시키고 진드기약도 발라주고

개집 말고 울타리같은 걸 쳐서 개장같은 걸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아쉽다.

잘 살아라 초롱아.

 

하루에 8시간 정도씩 쉬지 않고 편집을 하고 있다.

가장 복잡했던 2부를 대충 끝냈다. 2부만 1시간 40분이라 전체는 얼마? 좀 심난했지만

어차피 밑그림이니까. 첫번째 가편집은 꼼꼼히 꼼꼼히 미련이 남는 것들을 싸안아 가는 거니까...

스스로에게 이런 저런 위로를 하며 강화로 왔다.

허리가 너무 아파 의자를 바꾸면서 쓰던 의자를 팔까 생각했지만

어떤 사람이 사러 온다고해놓고 다음날 길도 안물어보고 "지금 출발할께요~"라고 말해서

"길 모르시잖아요?"하고 물었더니 잠시 후에

"죄송.문자 잘못보냈습니다.다른 거 샀습니다' 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예의없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다시 그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한다.

그런데 오후 4시경이 되면 발이 저려온다.

편집에 몰두하다보면 시간이 금새 가니 휴식을 취하지못해서 생기는 일인 듯하다.

스트레칭에 대한 검색을 해서 그림에 나오는대로 한번 따라해보니까 한결 낫다.

이제 내 몸도 예전과 같지 않으니 알아서 잘 챙겨야겠다.

 

1부와 3부는 할 얘기가 명확해서 앙상해질 우려가 있고

2부는 좋은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촬영을 잘했다는 말은 아님)길을 잃기 딱 좋다.

7월 30일 가편집 시사회, 라고 써붙여놓고 이제 3분의 1을 했으니 괜찮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역시나 한 컷 한 컷, 한걸음 한걸음 앞만 보고 열심히 가야만 한다.

틈틈히 상상을 한다.이번 작업이 끝나면 뭘할까. 그 생각을 하면 피곤이 날아간다.

일단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 

예전에 인권운동사랑방에 잠시 머물 일이 있었는데 그런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이 작업을 붙들고 있었다.

 

주말마다 강화에 와서 김을 매고 작물들을 돌보다보면

자연에게도 고맙지만 농부들에게도 고맙다.

생산력의 발전이 나와 같은 나머지 직업을 가능하게 했으니까.

땡볕에서 김을 매고 비바람 속에서 작물들을 보호해가며 그렇게 생산한 곡식들을

먹고 사는 나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수많은 땀방울들의 토대 위에서 나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니

기생인간이 되지않도록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내 일을 해야한다.

 

나는 좀더 가볍고 유연해지고 싶다.

보육노동자들을 돕고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작업이 5년이나 묵어버렸다.

대추리도 용산도 4대강도 나는 거들 짬을 못내고 있다.

가볍고 날렵해지고 싶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 끝내야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직까지 지치지 않았으니까.

 

보충촬영에 쓰일 책을 구하러 도서관에 갔는데 책은 없었고

귀한 시간 쪼개서 간 김에 책을 빌렸다.

책에 빠져들면 안되는데...하는 걱정을 하면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아이들이 숙제를 하는 동안 틈틈히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정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를 잘 하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리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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