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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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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움도

하루님의 강한 의지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적 카드는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힘!!

 

나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듯.

비겁해지고 싶지 않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듯.

격려해주신 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것은 지나갈 테니까.

중요한 건 나중에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뭐 그런 문제일 것이다.

 

익산에서 미디어교육의 스승을 만나고 기분좋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제의 책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9년에 장애인, 이주민, 새터민( 이었던가?)

암튼  '소외계층' 운운하는 미디어교육교재 발간사업이 있었고

집필 의뢰를 받았으나 거절했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넘겨받은 것까지 안다. 

몇달 후, 지역에서 강의가 있어서 갔는데

마침 같은 건물에서 그 책의 발간 기념회같은 게 열리고 있었고

거기에 장애인 파트는 빠져있었다.

포기했나 싶었다.

 

그런데 나왔었나보다. 2009년에.

나는 2년이 지난 후에야 그 책을 보았고

그 책 중간에 내 글이 4페이지에 걸쳐서 통으로 담겨있는 걸 보았다.

도대체 이건 뭔가....

'참조'라는 이름으로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참조'가 아니라

통으로 베껴놓은 거였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애초에 내가 경고했던 부분은 '미디어교육'에 대한 거였다.

내가 집필을 거부한 이유는 이전에 미디액트에서 만든 책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때 말했다.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의 문제다"라고.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영역에서 수년간 활동을 해온 미디어교사들이 있는데

또한 그모든 과정을 계획하고 나를 훈련시켜준 사람들은 바로 미디액트 선생님들인데

내게 새로운 책의 필자가 되라고 하는 건

나를 통해 미디액트의 성과를 가져가는 것과 다르지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나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에 집필을 맡게 된 선생님께 내 생각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러니 선생님,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라.

만약에 선생님이 하신 일이 아닌, 다른 이들의 성과를 언급하게 된다면

정확하게 명시를 해야 한다. 난 연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건 예의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미디어교육 관련한 부분은 검토도 하지 못했다.

언뜻 뒤적여보다 '미디어읽기' 부분에서 내 글이 통째로 들어있는 걸 보고나서

다시 그 책을 보는 게 괴롭다.

토요일 저녁부터 내내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숙제를 위해 책을 보다가도

잠시라도 몰입이 약해지면 어김없이 틈새로 책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끈적끈적한 잠 사이사이로 정신이 들면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와 같은 원망이 든다.

 

조금이라도 예의를 갖췄다면 내가 이렇게 속상하지 않을텐데.

내가 그렇게 힘주어 경고를 했음에도 그런 행동을 하다니

내가 우스워보였다는 건가?

그래 한 번 해보자는 건가?

 

문제가 된 글은 2003년에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발간하는 '현장특수교육'에 보냈던

'영상세계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이다. 

이 글과 관련해서는 비슷한 일을 참 많이도 당했다.

2006년에도 강의를 갔다가 황당했던 적이 있었고(http://blog.jinbo.net/rmlist/607)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에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올라왔길래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이 글은 아주 단순하다. 감독은 왜 영화 속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등장시켰나?

그 이유를 따져보며 장애인식이나, 장애 있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알아보는 글이다.

얼마 전에 KBS의 담당PD가 '견강부회'라고 말했던 바로 그 작업이다.

1주일에 한편, 혹은 두 편의 영화들을 보고, 잠깐이라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등장을 하면

앞뒤 맥락을 따져보며 '왜 저 순간에 등장했을까?'를 한 번 생각해보는 거다.

이 작업에는 통찰력이나 지식보다는 정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이어폰을 낀 채로 작은 모니터로 영화를 보곤 했었다.

그렇게 영화가 한 편 두 편 쌓이면서 어떤 경향을 알려줬고

나는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그게 경향 안에 있는 건지, 새로운 경향인지를 따져보곤 했었다.

4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이지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영화를 봐야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지,아닌지는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그런데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이 상황에서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 이름도 쟁쟁한 00대학교 교수와, 박사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직함을 가진

그 사람들하고 내가 지금 싸워야하는 건가?

 

내가 지금,

강화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내가,

<아이들> 상영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가,

하은 한별이 문제지를 채점해야 하는 내가,

문자와 문자 사이에서 헤매느라 숙제를 제 때에 못해서 밤을 새는 내가,

이 문제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거야?

 

당신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화가 나. 너무...

한 번 생각에 빠져들면 그 화를 감당할 수가 없다.

.....정말 너무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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