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네 번째 영화. 10년동안 쓴 육아일기

19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7/08
    밥이 문제가 되다니...(10)
    하루

밥이 문제가 되다니...

이제 하늘은 혼자서 집으로 온다.

앵두가 잠들고나면 어쩔 수 없지만 깨어있는 경우

집 앞에 나가서 기다리곤 하는데.

언덕 밑에서 하늘이 보이면(아주 작아도 참 잘 보인다 ^^)

뛰어가는데 어느 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던 하늘이

날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뒤에 오던 남자애 둘이서 놀렸다고 한다.

"야, 앞에 가는 인간아~~" 어쩌고 저쩌고 했다는데

무서웠지만 꾹 참고 오다가 날 보고 울음을 터뜨린 거다.

 

후문에서 큰 길까지 400미터 정도 되는 골목길이 있는데

아이들로 복작이는 등교길과는 달리 사람이 많이 없다.

사람 한 명 없이 휑한 경우도 여러번 봤다.

그래서 우리가 하늘에게 요청한 건 누구랑 같이 오라는 거였다.

 

처음엔 같은 건물에 사는 I였다.

그런데 저번 주 어느 날, i가 하늘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단다.

하늘은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내가 장화를 신어서 걸음이 느려서 그런 걸거야. "라며

다음날부터는 꼭 운동화를 신어야겠다고 했다.

다음 날엔 집앞에 나와있는데 i가 혼자 오더니 날 보고 말했다.

"하늘은 늦게 올 거예요. 밥 늦게 먹어서 벌로 청소해요"

어쨌든 30분 넘게 기다린 것같다. 그 날도 하늘은 혼자 왔다.

하늘은 또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아침에 E한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안된대.

 Y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다른 반 친구랑 같이 가야 해서 안된대"

나-그럼 Y한테 셋이 같이 가자고 하면 안 돼?

잠시 생각하던 하늘-Y친구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

다시 곰곰히 생각하던 하늘-내가 한 번 더 알아볼께.

 



만약 나라면 "나랑 집에 같이 가자"라고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안돼.너랑 같이 갈 수 없어"리고 말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같은데 하늘은 씩씩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끝난 하늘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데

어떤 아이가 "하늘아 안녕~!" 하고 지나갔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같은 반 친구 B라고 한다.

"집에 오는 길이 같으니까 B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때?"

 

어쨌든 다음 날 하늘은 아주 기쁜 얼굴로

자기가 밥 다 먹을 때까지 B가 기다려줬으며

앞으로 매일 같이 다니기로 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런데 어제, 또 집앞에서 하늘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골목길 앞에 서 있는데

한참만에 혼자 타박타박 걸어왔다.

하늘은 날 보더니 웃으면서 뛰어왔다.

그러면서 또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오늘은 밥을 남겨서 벌로 청소를 했는데 B가 약속을 잊어버렸나봐.

어디갔는지 안 보여.그래서 혼자 왔어"

 

정말 밥이 문제로구나.

밥을 조금 먹는 하늘에게 "밥을 조금만 받으면 되잖아" 그랬더니

식사도우미들이 그렇게 부탁을 해도 밥을 많이 먹어야한다고 많이 준단다.

(6월까지는 엄마들이 가서 밥을 펐는데 7월부터는 키큰 아이들이 한다)

 

몇 번이고 부탁을 잘 해봐.

늦게 먹어서 청소하고, 남겨서 청소하고....매일 청소하면 힘들잖아~

(하늘은 청소하다보면 밟힌다고 이제 치마는 안 입는다)

그래서 오늘은 가서 잘 얘기해보겠다고 하던데.

 

어쨌든 적응하느라 애쓰는 하늘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밥 때문에 매일 청소를 해야하는 하늘이 안쓰럽기도 하다.

밥이 문제라니....

하늘에겐 이렇게 밥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차곡차곡 쌓일 거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