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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지고, 해는 뜨고...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에 오대산을 올랐다.
 
서울을 밤에 출발한 버스는 진고개에 도착을 했으나, 시간이 너무 일러 버스 속에서 기다리다가 6시가 되면서 노인봉을 향해 산을 올랐다. 차에서 내렸던 사람들이 다시 올라와서 하는 말이 바깥 온도가 -20이고 체감온도는 -30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라고 한다. 걱정이 되어 평소 쓰지 않던 모자를 쓰고, 찬바람을 맞으면 기침이 나올 것 같아 마스크를 하고 산을 오르는데 추위와 산바람이 대단하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부터 산 아래에서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이 날아갈 것 같다.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라고 하듯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뚫고 산을 올라야 한다. 폐 타이어를 활용해서 만들어 놓은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숨이 차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아 조금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계단 길을 벗어나니 수북하게 쌓인 눈 속으로 먼저 간 발자국들을 따라 오르게 된다. 달빛과 눈빛이 교차되고, 얼굴이 가려져 좁은 시야로 길을 분간하기가 어렵고, 숨이 더 막힌다.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마스크 위로  올라오니 눈언저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살을 에는 밤 고통 받는 밤 차디찬 새벽서리 맞으며’ 노랫말이 뒤이어 입에서 맴돈다. 숨쉬기가 힘들어 마스크를 벗으니 마스크는 금방 꼬들꼬들하게 얼어 버린다. 산을 내려오는 것은 걱정이 없는데, 오르는 것은 걱정도 되어 먼저 출발해서 쉬어 가면서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눈 속에서 오르막길을 벗어나니 능선을 따라 산을 오르게 되는데, 길이 평탄하여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노인봉 정상 까지 2.4km라고 했으나, 노인봉 까지는 힘 들이지 않고 금방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의 바람은 산을 올라올 때의 바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고 사나왔다. 팔레스틴 평화집회에 갔다가 얻어서 배낭에 메달고간 'free palestine' 깃발도 바람에 날라 갔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깃발이 바람에 의해서 다시 되돌아오기는 했지만. 워낙 추워서 전화기도 사진기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산을 오르면서 내내 길을 밝혀주던 보름달도 해 뜰 시간이 되니 서쪽 하늘로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7시 40분 가까운 시간에 동쪽 하늘에서는 해가 뜨기 시작한다. 해 뜨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환호하면서 소원을 빌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전문가인 땅의사람은 보름달이 넘어 가는 장면과 해돋이 장면을 같이 찍기도 했다.

 




 

아래 산장에서 싸 가지고 온 도시락을 풀어서 아침을 먹게 된다. 김밥에 따끈한 죽이 있고, 라면을 끓이고 고기와, 술 까지 곁들인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하고 나니 배도 부르고, 추위도 가시니 평안하다. 오늘 따라 가장 푸짐하게 먹은 것 같다. 매번 조금만 싸 가지고 가서 푸짐하게 얻어먹는 것이 미안함으로 남는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길은 걱정이 없다. 올라 올 때에는 간신히 올라 왔지만, 내려갈 때에는 여유가 있어 자세히 보니, 눈이 제법 많이 쌓였다. 사람이 밟지 않은 눈 속에 들어가 보니 30cm 정도는 충분히 발이 빠진다. 우리가 올라올 때 고생했던 눈 쌓인 오르막길은 썰매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작년 1월에도 그랬지만, 미리 준비해 온 비닐 비료포대를 엉덩이에 깔고 앉아 눈썰매를 타는데, 타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워한다. 나도 비료포대에 앉아 한번 타 보는데, 아주 쉬운 것이 아니어서 조금 내려가다가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우리는 정상을 올랐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버스를 타고 온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저들도 새벽부터 집에서 출발을 했으리라 본다. 우리는 주문진 위의 바닷가인 남애 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다를 구경했다.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라고 하는데, 멀리서 밀려온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회를 곁들여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 이번 산행은 걱정보다 가장 편했고, 여유가 있었으며, 가장 잘 먹은 산행이다. 7년 동안 수고한 등반대장 후임에 새로운 등반대장이 일을 맡게 되었다. 앞으로 많은 수고가 있을 터인데, 이제껏 수고하고 앞으로 고생을 할  모든 손길에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해와 달을 찍은 사진을 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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