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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파업] 바다에 빠진 태극기

부산을 다녀 왔다.

 

고향마을에서 어릴때 한 마을에서 같은 또래로 자란 친구들이 이제는 여러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서 어릴때의 삶을 함께했던 동무의 정을 잊지 못해 지난 91년에 모여 지금까지 일년에 몇 차례씩 모여 얼굴을 보고 소식을 듣고 노는 시간을 가진다. 

 

떨어져 살아온 시간이 길어 생활과 생각의 차이가 존재 하지만, 한 동네에서 발가벗고 지내던 추억으로 다 무마되는것 같다. 사실은, 번거럽고 참석하고 싶지 않을때도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가게 된다. 그리고 사회 친구들 같으면 이런저런 이해타산을 많이 따지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런것 없이 모두들 주장없고 이해하며 지내게 된다.

 

올해 첫 모임은 부산에서 해돋이를 보자고 하여,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숙박 예약이 힘들어 취소할까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여관을 예약하고 먼 길은 나섰다. 두세명이 빠진덕에 좁은방으로 인한 불편은 덜게 되었다.

 

부산을 자주 갈 기회가 없기에 일찍가서 을숙도를 거쳐 자갈치 시장을 둘러 보았다.

을숙도는 춥고 배가 고파 자세히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개발로 인하여 자연상태는 많이 훼손되어 있는듯 하고, 인공으로 습지를 만들어 놓아다는 에코센터에 가니 그래도 철새들이 많이 와서 노닐고 있었고, 습지의 여러 생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새해 첫날 아침에 해돋이를 본다고 남들은 아침 6시도 되기 전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떨면서 나가는데, 따뜻한 방안의 온기를 벗어나기 싫어 7시나 되어 나가 보니... 수 만명은 될듯한 사람들이 해수욕장에 가득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를 차려 놓고 지방관리들과 정치하는 인간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었고, 천막에서는 따뜻한 떡과 차를 나누어 주고 한해 소망을 적어서 하늘 높이 띄우라고 소지종이와 풍선을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7시 40여분 되어서 검은 구름 속에서 해가 비추이면서도 쉽사리 뜨지 않아 약각의 시간이 지체되어 광안대교 위로 해가 떠오른다. 해수욕장에 모인 군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면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기도 하고, 소망을 적은 소지종는 새끼줄에 매달기도 하고, 풍선에 달아서 하늘 높이 날리기도 한다.

 

해가 뜨면서 태극기가 그려진 커다란 연을 하늘 위로 날리는데 하늘로 좀 올라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닷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뒤 이은 생각에 바닷물에 빠진 태극기 사진을 하나 찍어 두고 싶어 찍을려고 보니, 태극기는 흔적없이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새해 첫날 첫 시간에 우리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기원하며  태극기 연을 띄웠을텐데.....

준비가 소홀했을까? 연을 날리는 사람이 잘 못 한걸까? 바람이 도와 주지 못해서 일까?

일부러 빠트린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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