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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사람이 있다. 없다.

"월요일이 싫어"
"왜?" ....
햇볕이 잘드는 시골마을 골목길에서 어린 아이와 큰 언니가 나누는 대화다. 지난해 부터 일찌감치 강정마을에 들어와 지킴이 활동을 하다가 느즈막히 새로운 공부를 하러 마을을 떠나야 하는 언니를 보내야 하는 아이가 헤어지기가 아쉽고 싫어서 하는 말이다.

아낙들이 아침 일찍 작업복을 입고 바람에 날라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모자를 쓰고 일터로 나간다.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낮에는 계속해서 차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고 다녀간다. 저녁에는 생맥주 집에서 치킨과 함께 떠들썩하게 하루의 피로를 풀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에는 아직도 '점방'이라는 간판을 달고있는 자그마한 가게도 있고, 마당에 유자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린 집도 있다.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민박집도 있고, 신세대미용실도 보인다. 집집마다 노란 깃발이 휘 날리고 있다. 어떤 집에는 태극기를 달아 놓은 집도 있기도 하다.

주일날 아침에는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아직 예배당을 마련하지 못해 교인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어릴때 우리집 방에서 모여서 드리던 그런 소박한 예배다. 예배 전에 서로간의 근황을 나누고,예배 후에는 함께 둘러 앉아 밥상을 함께한다.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않은 모습이나  초대교회가 그랬을 것 같다. 종려주일에 강정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부른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나 주이 도움 받고자...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주소서' 찬송은 한동안 가슴 속에 맴돌 것 같다.

마을의 생명을 이어주는 생명수를 듬북 간직하고 있는 소沼가 있고, 그 물이 아래로 흘러 강정천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강정은 바닷가이면서도 물이 풍부해서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고 그래서 이름도 강江정汀이라고 한단다. 농사도 짓고 바다에서 고기도 잡으며 살면서, 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맞으며 지내오는 마을이다.
 
이런 마을에 새벽이나 낮에 시도 때도 없이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면 마을 주민들과 마을을 지키려고 전국에서 달려온 지킴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로 간다. 계속해서 그곳을 지키지만, 공사 차량이 들어가려고 할 때에는는 경찰이 많이 출동되어 역부족이 되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곳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녀간다. 마을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을 지키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도 많고, 아주 다양하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청소년, 청년,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 종교인, 직장인, 대학생, 농부, 정당인, 우파, 좌파, 시민, 전사, 인권위,  사회단체, 노조원, 기자,  평화시민, 촛불시민, 문화인, 예술인, 일본인, 외국인, 경찰, 잉여(?).... 여성들의 활동이 돋 보인다.

매일같이 구럽비 바위를 폭파하면서 들리는 굉음, 경찰과 부딪치면서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와 울음, 그리고 욕설들이 교차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겉으로나 속으로나 많이 상하고 멍들어 가고 있다. 태어나서 이제껏 살아온 마을과 터전을 빼앗기는 주민들의 가슴이 타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지킴이 활동을 하는 이들도 폭력을 당하면서 몸도 상하고 마음도 거칠어지고 상해가고 있다.

경찰도 마찬가지 일테다. 사람들을 억압하고 연행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킴이 어른들이 경찰에게 말한다. "우리는 너희들에게는 감정이 없다. 가끔 강한 저항을 할 때가 있더라도 그것은 공권력에 대한 항거이다." 경찰들도 수긍하고 있다. 그들과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눌 때 보면 그들도 희생자라고 보여진다. 우리가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하고, 잘 춘다고 하기도 한다. 풍물소리를 듣고도 흥겨웠다고 하기도 한다.

스스로 치유음악을 한다고 하면서 피리를 부는 봄눈별이 저녁 촛불집회때 인디안 음악을 피리로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고 "모두가 미쳐가고 있다"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다가 그냥 "힘내세요' 하고는 내려선다. 잠자기 전에 왜 그랬느냐 물으니 "낮에 경찰과 대치했을 때 경찰과 지킴이들의 눈 빛을 보았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서글펐다" 사실 그때 그도 목소리 높였다.


갑작스레 '미쳤다' 라는 말을 들었을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앞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몇 있었고, 목사님과 수녀님, 그리고 몇 사람이 그의 손을 잡아 주더라고 했다. 낮에도 그랬다. 정문을 지키면서 뒤에서는 마이크 소리가 크게 들리고, 소란한 중에도 경찰과 마주한 앞자리에서는 그는 피리를 계속해서 불었다. 피리 연주를 듣는 경찰의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주고 작은 느낌으로라도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슴에도.


싸움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우리 가슴의 응어리도 풀어주어야 하는 두가지가 동시에 필요한가 보다. 어디서나 개발 사업을 하면 얼마의 사업비를 들여 공사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편안함과 풍요로운 생활을 안겨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커고, 처음이다. 아니면 아시아에서  최고, 그것도 아니면 몇 번째라는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로 인해 삶을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누리며 살아가든 공동체 파괴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공동체파괴' 무엇과 바꿀수 없는 커다란 손실인데 말이다. 이는 수치로 표현할 수도 없고, 다시 회복하기도 힘든 일이다. 개발에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허황된수치만 있다. 결국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터전을 내어주고 쫓겨나서 이웃과 정을 나누지 못하고, 희망을 잃고 외롭고 살아가다 죽어간다. 개발은 자연 파괴 뿐만 아니고, 사람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새만금을 막으면서 계화도를 비롯한 바닷가의 어민들의 삶을 앗아갔다. 부안에 방폐장을 건설한다고 수 만의 군민들을 둘로 나누어 놓고, 공동체를 파괴시켰다. 평택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이 농사짓던 넓은 평야를 빼앗고 그곳에 전쟁하는 미군기지를 확장하고, 그들의 가슴에 갈기갈기 못을 박고 떠나 보냈다. 용산에서 소박하게 장사하면서 정겹게 살아가던 사람들을 죽이고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아직도 그들의 울분은 삭일수 없다. 가까운 곳 명동의 마리에서도,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곳의 철거촌에서, 4대강사업 현장에서.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에서도.

제주의 강정마을도 마찬가지이다. 군사기지 공사가 해군기지이든, 해적기지이든, 미군기지이든 아름다운 바다를 파괴한다. 군대는 없어져야 하고 평화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로 인해 쓸데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바다에 버린다. 그리고 아름다운 강정마을에서 정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을 삶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간다. 섬지방들이 육지와 달리 공동체가 더 강하고 그들의 공동체문화가 아직 더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임하셔서 군사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이로 인하여 시름을 앓고 있는 자연과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의 상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역사를 위하여 기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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