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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우리가 결혼한지 *0년이 되었다고 딸네가 제주도에 다녀 오라고 해서 잘 놀다 왔다. 이번 주말에는 꼬박 이틀간 오전부터 어두울 때 까지 열심히 농사 일을 해야 했다. 이번 주에 밭에서 할 일이 많아 걱정을 하는데 비도 오지 않고, 구름이 끼어 일하기는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아내도 따라 나선다. 지금 할 일은 모종 심을 밭이 다 준비되지 않아 밭을 만들어 모종을 심고, 싹이 나서 자라는 감자밭에 풀도 메어 주어야 하고 콩과 몇가지 씨앗을 심어야 한다. 4월 첫째 토요일에 심은 감자가 삭을 틔워 조금씩 자라고 있다. 남들은 튼튼하게 많이 자랐는데, 메마른 땅이라 그렇게 튼튼하지도 않고 걱정스럽게 자라고 있다. 그래도 약간의 감자는 캘 수 있겠지.
다음날 야콘을 심어야 하는데, 두 주 전에 심을 밭을 준비하다가 다하지 못한 야콘 밭을 만든다. 야콘 같이 키가 큰 작물을 심으려면 두둑을 높에 만들어야 하는데, 괭이로 흙을 파 올려 두둑을 만들기란 힘이 든다. 두둑을 만들면서 허리를 펴고 쉬기를 반복하면서 오전에 두둑 만들기를 끝냈다. 함께 일꾼으로 참여한 김선생은 지난해 가을에 심었다가 뽑지 않은 쪽파를 뽑아 그늘 아래서 다듬고 있다.
오전 일을 마치고 오늘은 둘이서 삽겹살을 구워서 김치와 맛나는 점심을 먹었다. 혼자 밭에 올 때에는 일을 해도 밥을 먹고픈 마음이 별로 없어 대충 때우기도 한다. 오늘도 그냥 따뜻한 물을 준비해 가서 어떻게 하면 되겠지 하는데, 집을 나서면서 부루스타를 들고 나온다. 그러면서 달랑 불과 후라이팬만 들고 나오는 모양으로 정신줄을 놓고 살고 있다. 다시 집에 가서 밥과 김치를 준비하고 돼지고기를 사고 맥주와 참외를 사와서, 오늘은 산 속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남은 밭에 야콘을 다 심으려고 하니 너무 많은 듯하여 콩과 결명자 수수를 좀 심을까 하고 밭을 추가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감자밭에 난 풀을 메어주고, 밭 두둑에 나와 있는 풀을 뽑아 주는 정도만 해도 날이 저문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시원한 그늘에서 한 숨 자던 김선생은 집에 빨리 가자고 한다. 가려면 걸어 내려가서 혼자 가라고 하니, 기다리다 어두워질 쯤 집에 왔다.
올해 심을 야콘 모종을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가격이 한 포기에 200원에서 부터 500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동네 모종상에는 보니 1,500원에도 팔고 있다. 상주 외서의 모종 농가에서 250에 200포기 구매했다. 덤으로 더 달라고 했더니 수십 포기를 더 넣어 주었다. 포트모를 가식모 같은 가격이 넉넉하게 구했다.
일요일에는 아이들 수 십명이 와서 우리 밭에서 야콘을 심기로 했다. 그러기에 야콘을심기 전에 물을 길어다 놓아야 할 것 같고, 미리 준비할 일 들이 있어 일치감치 밭으로 갔다. 지난 해도 5월 둘째 일요일에 아이들이 와서 고구마를 심었는데, 올해도 같은 날에 고구마에서 야콘으로 바꾸이었다. 짐승 피해때문에 바꾼 것이다. 물통으로 물을 실어 나르고, 시간이 좀 있어 얼마 정도 야콘을 심어 보는데 아이들이 몰려 오고있다. 버스는 아래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오는데 시끌벅쩍하다.
도시에서 있던 아이들이 도시를 벗어나 산 속으로 들어 오니 신이 났다. 군데 군데 작물들이 심겨져 있으니 조심하라고 해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즐거워 한다. 호미나 모종삽으로 모종을 심을 구덩이를 50cm 간격으로 파고, 그 위에 물을 가득 주고, 모종을 넣고, 손으로 흙을 덮으라고 하는데 제 각각이다. 호미로 두둑의 흙을 파 내리기만 하기도 하고, 간격이 맞이 않게 심기도 하고, 물이 흙만 조금 축이기만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아이들이 움직이다 보니 순식간에 다 심었다. 더 심어 보고 싶은 아이들은 심은데 바로 옆에다 한 포기 더 심어 보기도 한다. 다 심고 멀리서 보니 그런대로 어울리게 보인다.
이제 밭 일을 했으니 맛잇는 점심 시간이다. 선생님들은 반찬을 준비하고 벽돌을 쌓아 고기도 굽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금새 진수성찬이 마련되었다. 떡과 고기 빵 밥을 먹다보니 금방 배가 부르게 된다. 일찍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온 사방으로 뛰어 다니면 놀고, 실내에 들어가서 노는 등 군데군데 모여서 저희들 끼지 재미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시 아이들이 이런데 자주 와서 놀았으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사실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밭 일이 중요한게 아니고, 더 넒은 들어 나와 시원하게 막걸리 잔을 기울여도 좋을텐데, 여유들이 없다.
그렇게 뛰어 놀면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이 오래 있지 못하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과 생활을 해 본 시간이 별로 없는 나는 이럴 때는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잠시라도 밭에서 농사 일을 해보고, 앞이 확 트인 산 속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심었으니 가을에 거두는 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서리 올 즈음이면 추워서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흔적을 남겨 놓고 갔다.
아이들이 떠나고 해가 남아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밭 일을 계속한다. 수수를 심고, 결명자를 심고, 콩을 심는다. 씨앗으로 장에서 산 서리태를 물에 담구어 놓았더니 심으면서 보니 손에 까만 물이 든다. 씨앗의 여유가 있어 직파도 하고, 새가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네 철물점에 가서 모기장을 사서 한냉사를 만들었다.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상주의 사과밭 귀퉁이에 바싹 말라 있는 아주까리 열매를 따 왔는데, 그것도 심어 놓았다. 모종으로 사온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도 밭 한쪽에 조금씩 심어 놓았다. 밭 귀퉁이에 심을 호박 수세미 해바라기 등등만 심으면 밭에 심는 일은 끝이 나고 다 체워진다.
그러고 보니, 지금 밭에 심겨져 있는 작물이 감자, 생강, 쪽파, 홍당무, 야콘, 결명자, 서리태, 호박, 단호박, 옥수수,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해바라기, 아주까리, 수수, 수세미... 빠진게 있을것 같다. 채소류는 심지 않았고, 이 작물들도 수확해서 어떤 인연으로 누가 먹게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이제는 밭에 심겨져 있는 작물 사이로 자라는 풀과 싸움이 시작되겠다. 여러가지 씨앗과 모종을 심은 다음날 봄비가 내려주니 이제 작물들은 아주 잘 자라게 될 것이다. 훼방꾼 풀은 더 잘 자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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