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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커.

향린교회가 내년이면 창립한지 60년이 된다. 60주년을 맞아 그간 지리멸렬하게 끌어오던 분가교회를 창립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분가교회에서는 어떻게 예배하고 교회를 만들어갈지 도움이 될까 해서 분가에 참여할 씨앗들이 다른 교회를 방문하여 예배를 드리며 그 교회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하였다. 623에 강남향린, 걷는, 나들목, 퀘이커를 방문하기로 하고 흩어지는데, 의외로 퀘이커에 간다고 하여 따라 나섰는데 예상외로 많은 열 명이 함께했다. 걷는교회를 가고 싶기는 한데, 퀘이커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아 함께 했다.

 

가는 시간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가는데도 시간이 넉넉치 않아 늦는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바쁜 걸음으로 언덕 길을 올라  예배처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땀이 흐르는 중에 빠른 숨을 고르면서, 조용히 앉아 묵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가서 앉았다. '퀘이커 예배모임에 처음 오셨습니까?' 라는 안내문을 나누어 주어 먼저 읽어 본다. 

"환영합니다." " 퀘이커의 예배 모임은 고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요한 기운에 젖어들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힘씁니다."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한 모든 이들을 의식하고자 힘쓰며, 공통의 목적으로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 "기다림과 경청은 함께 나누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신조를 암송하지도 찬송을 부르거나 정해진 기도문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누군가가 마음에 예배를 깊고 풍성하게 해줄 메시지가 불러일으켜졌다고 느끼면 고요를 때뜨려질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말 할 수도 있고, 기도도 할 수 있으며 적합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있습니다." "퀘이커 예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고요 속에서, 자기 일상의 경험을 넘어서는 깊고도 강렬한 사랑과 신뢰의 영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진실로써 강해지기를 갈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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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숨이 가쁘고, 예배가 어찌 진행되는지 몰라 눈을 감고 숨 죽이고 묵상을 이어갔다. 창 밖에서는 새소리도 들리면서, 한 참 시간이 흘러 회중 중에 목소리를 낸다. "도전을 해 보지도 않고 우울해 하는 경우가 있다. 3km의 수영을 도전하면서 처음에는 걱정되고 힘들었으나, 500m 정도 지나니 안정되며 계속할 수 있었다. 도전해 보면 된다."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었다. 서울 하늘에 비행기가 함부러 날 수 없는데,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국가 안보로 몰아가고 있는 현 상황을 생각해 본다." "6.25가 내일인데, 남과 북이 평화협정을 맺어 이 상태를 끝냈으면 좋겠다." 다른 말씀도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전'이란 말이 일상적일 수도 있는데, 내게 필요한 말이 아닌가 한다.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라면 확실치 않을지라도 도전을 해 보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나도 도전해 보지도 않으면서 우울해지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있으니 회중에게 던지고 싶은 말고 있는듯 하다. '말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이렇게 말을 줄일 필요도 있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나 스스로도 필요한 부분이다. 예배때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기도와 설교를 듣는 시간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기도도 하는 것이 아니고 듣는 기도가 되고, 설교도 정세나 세상살이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경우도 있어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은 적다.

 

고요 속에서  한시간 정도 지나니 작은 종소리와 함께 일어나서 모두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면서 예배는 끝이 난다. 우리와, 더 많은 서울모임 분들이 참석하여 방안에 가득했다. 어른 분들이 많고, 외국 여성도 있으며, 40대가 막내라고 한다. 수박과 차 다과를 하면서 소개를 하면서 친근한 대화를 이어 나간다. 평소에는 점심을 식당에서 먹는데, 인원이 많아 김밥과 떡을 사 와서 맛있게 먹는다. 옆에 앉은 어른은 강정에서 오랜동안 삼보일배를 하시던 선생님이시다. 퀘이커나 생명평화결사 성생님들의 뜨거운 평화운동을 이해하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존경한 마음을 가진다고 하면서, 지금은 그런 활동이 필요한 때 인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함석헌 선생님과 노장에 대한 말씀을 해 주신다.

 

산 밑에 너른 마당이 있고, 새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집이 탐스러워 우리집이면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을을 내려오다 체화당에 들러서 차를 한잔씩 하면서 오늘 예배의 이야기를 나눈다. 다들 새로운 체험이었고, 좋았다. 앞으로 가끔씩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한다. 약간은 힘들다든지 어색하다는 표현이 있을줄 짐작했는데, 그런 표현을 자제했는지는 몰라도 호의적인 말을 해 준다. 퀘이커가 근본적이고 금욕적인 그런 분위기는 아닐까 했는데 그러지 않다고도 한다. 아는게 많고, 말이 많은 시대에 이렇게 가끔씩 자신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멀지 않은 곳에 봉원사가 있다. 헤어지고 아직 가보지 못한 절이라 다녀왔다. 절을 가는 산 중간에 약간의 틈만 있는 곳이면 농사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에게는 경작본능이 있다. 봉원사에는 커다란 프라스틱 용기에 연을 심어 절 곳곳이 연으로 가득하다. 일요일 오후에는 천도제를 지낸다고 법당에서는 많은 이들을 망자를 보내드리는 제를 지난다. 영산제를 드리는 봉원사이기에 여러 스님, 악사와 춤꾼이 참여하여 더운 날에 오랜 시간을 천도제를 지내고 있다. 명부전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을 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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