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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여러분.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bg098d057fM

 

안녕하세요,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두물머리라고 부르는 흙과 나무와 풀과 꽃과 벌레와 새입니다.
내 입가에는 언제나 푸르른 강물이 넘실거리고,
내 두 눈에는 늘 여러분이 가득하답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빛이 나고 있는 순간, 순간마다
나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아닌 또 하나의 계절을 품게 됩니다.
바로 ‘겨운’이라는 계절이지요.
힘에 겨운, 눈물겨운...

나는 솔직히, 여러분이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합니다.
나는 다만, 이 ‘겨운’이라는 계절을 느낄 뿐입니다.
술잔에 비친 여러분의 절망과 눈물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었고,
격렬하게 누군가와 몸싸움을 하다가 종내 절규하는 여러분을 본 적도 있었고,
밤이 깊도록 무거운 목소리로 회의를 하는 여러분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이 웃으며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도 보았고,
한데 모여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함께 식사하는 모습도 보았으며,
그늘에 드러누워 아이처럼 잠 든 여러분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나를 매만지며 푸근한 미소를 지을 때는 정말이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고는 했답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 있어왔지만,
여러분과 같이 진심을 다해 나를 보듬어주는 이들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맨발로, 맨손으로, 그리고 이따금 온몸으로 매만져주고 있으니까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고, 손끝 마디, 마디마다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가슴에서는 싹이 돋고, 줄기가 자라고, 풀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습니다.
이윽고 나는 새들과 함께 하루를 열고, 벌레들과 함께 밤을 깨우곤 했지요.

이제 나는 새벽녘이 되면 나의 일부가 되어주는 여러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모두 여러분 덕입니다.

농부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생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그리고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당신.

나는 여러분과 나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손끝에는 내가 묻어있고,
여러분은 그렇게, 두물머리의 일부가 되어 주셨으니까요.
한 줌의 공기처럼, 여러분은 나를 살아있게 하고 때로는 두근거리고 설레게 합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기계음들을 밀어내준 여러분.
나를 숨 쉬고, 두근거리고, 설레게 하는 여러분.
나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두물머리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겨운’이라는 계절을 품고 살아가는 오늘이지만,
사실은 이 ‘겨운’의 앞에는 ‘행복에’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행. 복. 에. 겨. 운’

여러분과 내가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 주어서
참 정겨운, 흥겨운, 복에 겨운, 기쁨에 겨운, 사랑에 겨운,
나는 그런 두물머리입니다.

그 날 아침이 오거든,

따사롭기만 한 햇살과 함께 나를 힘껏 부둥켜 안아주세요.
그럼 난, 울음을 터뜨리는 당신을 포근히 감싸 안을 것입니다.

우리 그 때까지만, 딱 그 때까지만, 봄이 다시 올 때까지만, 이라고
지금 내 가슴은 또 한 번 두근거리고, 또 한 번, 설레고 있습니다.
내 곁의 그런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2년 8월 3일. 당신과 나의 이름... 두물머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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