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을 한마당

 

하늘 높이 뭉게구름이 떠 있고 가로수를 단풍으로 물들인 화창한 가을날 양천공원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상쾌하다. 거리와 공원 곳곳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며 풍요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이런 좋은날에 인드라망과 양천 지역사회가 하나 되어 마을축제인 가을한마당이 열린다.

 

가을한마당이 열리는 양천공원에 들어서면서 부터 풍물소리가 들리고 공원 가득 잔치를 위한 천막이 쳐있다. 멀리 농촌에서 농사지은 농산물과 함께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풍성하다. 인드라망에서는 소식지와 홍보물을 전시하고, 우리옷 천년비누 귀농귀촌 생협으로 나누어 인드라망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국제선겐터는 템플스테이를 홍보하면서 종이컵으로 연꽃등을 만들고 전통 다식과 다례를 체험하며 나눈다. 모든 이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법고를 치면서 웅장한 소리를 들려준다. 지역에서도 여성, 대안교육, 장애인, 생협, 먹을거리, 마을활동 등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마당 가운데는 대안에너지와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뻥튀기 기계도 준비해 놓았다.

 

지역 여성들의 풍물패가 길놀이를 하면서 잔치마당을 열어간다. 인드라망 대표이신 도법 스님께서 협동사회를 이루며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고 한다. 국제선센터 법정스님과 인드라망, 양천지역에서 함께 한 대표들을 소개하면서 추수감사제로 이어진다. 마당 가운데에는 농산물과 시루떡, 돼지머리를 대신하여 예쁘게 다듬고 구멍을 뚫은 호박으로 고사상을 차렸다. 스님들과 지역의 대표들을 시작으로 참여단체와 인드라망의 일꾼, 귀농학교 동문, 농부님들이 그동안의 평안과 앞으로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과 함께 절을 올린다.

 

봉화 횡성 이천에서는 한마당 잔치에 사과 한우고기 고구마 두부 계란 제철꾸러미 등 다양한 농산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왔다. 봉은사에서 가을한마당을 할 때에는 귀농 농부들의 농산물 직거래가 많았는데, 농부들의 참여가 줄었다. 이번에는 양천지역에 마을네트워크가 이루어져 지난해보다 많은 단체에서 참여하였다. 대안학교 어린 학생들은 아침부터 자신들이 키운 고추며 농산물을 팔고 있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헌옷과 생활용품들을 잘 손질해 와서 아나바다 장터를 차려 놓았다. 여성들은 여성의 권익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말하고, 대안학교에서는 학교를 소개하고, 책읽기, 우리밀, 우리쌀 등 여러 분야를 홍보하고 있다.

 

염색을 하고 옷을 만들며, 천년비누를 만들고, 대나무 피리와 솟대도 만들고, 경전을 인경(탁본)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 버튼도 만드는 등 여러 체험마당이 준비되어 있다. 마당 가운데에서는 태양광 발전으로 불을 켜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만들어진 전기로 사과를 믹서에 갈아 마신다. 태양열조리기로는 고구마를 삶아 먹기도 한다. 토종종자와 전통 농기구를 전시하며, 예전 홀테로 벼를 털어 보기도 한다. 투호놀이와 굴렁쇠 굴리기는 동심의 세계로 끌어 들이고 있다. 떡메를 쳐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뻥튀기 기계가 ‘뻥’하고 큰 소리를 낼 때는 놀라기도 하지만 잔치 분위기를 돋운다.

 

가을한마당을 통하여, 자주 만나는 얼굴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보고 싶었던 이들을 만나게 되니 반가움이 커다. 귀농학교 동문들은 귀농 소식과 정보를 나누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역이나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으리라. 점심시간이 되면서 횡성 농민들이 준비해 온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만남은 더욱 깊어진다. 지리산 이천 횡성에서 준비해 온 막걸리가 산내의 생두부와 이천의 인삼튀김 그리고 횡성의 부꾸미 안주와 어울려 술술 넘어가면서 이야기꽃은 더욱 무르익어 간다.

 

어머니들의 경기민요를 시작으로 청소년과 대안학교 학생들의 합창, 새터민의 청량한 노래, 피리 연주 등 다양하게 공연들이 계속된다. 소리꾼 횡성댁이 사람들을 마당으로 불러내어 모두가 함께하는 흥겨운 놀이판을 벌린다. 아리랑을 부르며 춤을 추고,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하나가 된다. 빙글빙글 돌면서 멍석을 말고 펴기도 하고, 남생이 놀이로 재주를 뽐내기도 한다. 대문열기를 하면서 잡은 손 아래로 통과하는 이들을 두들기면서 나눈 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