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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어와의 조우

2003년 10월 10일

 

음반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저 목소리와의 그것 또한 하나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참 묘한 듯 하다. 군대 생활도 일 년이 넘어가고 슬슬 '그곳 생활'에 매몰된다. 싶었던 날들의 어느 비 오는 주말, 강원 산간의 좀처럼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이 소도시의 읍내로 나는 외박을 나왔다.
 

비싼 여관비를 내고, 아주머니는 "혼자 잘거면 여기가 좋아. 그림도 좋고, 여기서 묵어"라며 내 덩치의 두 배 만한 여인이 한쪽 벽을 가득 매우고 번쩍거리며 그려져 있는 두 평 남짓한 방으로 안내했다. 한 잔 술도, PC방에서의 온라인 게임 따위도,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나는 우습게도 TV를 틀었다. 물론 늘 똑같은 방식의 웃음과 찡함을 선사했던 그 네모난 상자 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젊은 백인 청년 가수의 공연 실황이었다.

 

실로 트레이시 채프먼 이후에 오랜 만에 맛보는, 혹자의 표현을 빌리면 '단아함'이랄까 ... 그와 함께 다가오는 소리의 풍부함 ... 싱어 송 라이터라는 직함 때문인지 어떤이는 데이브 매튜스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레니 크래비츠 이후 가장 공고한 자신의 성을 쌓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은 엘 고어의 "Gore Liberman!"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낸 제임스 테일러의 옛 모습과도 '비교'하기엔 뭣한 ... 내면으로 침잠할 줄 알면서 그 내면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아낄 줄 알면서도 절대 인색하지 않은, 고집스러움을 지닌 멋진 젊은이였다.

 

잊고 있었던'소리의 즐거움'을 나는 3층 여관방에서 만났던 것이다. 그의 청중들은 그런 그를 받아들이는 법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여느 라이브 음반이 지닌 웅웅 울리는 사운드와 연주와 노래의 시작과 끝마다 거부감마저 드는 환호성과 같은 것들로부터 한발 더 나아가 자연스러움으로 라는 라이브 음반을 함께 만들어 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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