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덕삼거리 시설물 철거 요청에 항의하고 있는 강정주민들. <사진제공 강정마을회.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공사와 관련, 해군이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 설치된 펜스를 해군기지 사업 경계구역에 맞춰 다시 설치하려 시도했으나 강정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무산됐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31일 오전 9시 해군기지 공사업체 관계자들과 해군기지 공사현장 문화재 발굴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문화유산연구원 현장발굴 담당자 등 4명이 강정마을회에 중덕 농로 삼거리에 설치된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화재 발굴조사를 위해 현재 설치된 펜스를 당초 해군기지 사업부지 경계에 맞춰 다시 설치해야함에 따라 현재 사업부지 경계 안쪽에 설치된 망루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일 펜스설치 당시 강정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로 인해 해군측은 강정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점을 피해 경계 안쪽으로 펜스를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문화재 발굴조사 과정에서 펜스가 설치된 지점에서 유구가 발견되고, 지난 24일 해군기지 공사현장을 방문한 문화재청 전문가 검토회의 참가자들이 문화재 발굴지역 위에 펜스가 설치된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함에 따라 문화재 발굴지역 위에 설치된 펜스를 치우고 해군기지 공사부지 경계지역에 맞춰 다시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정주민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해군측이 먼저 불법적으로 설치한 펜스를 철거하지 않는다면 절대 망루 등의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펜스를 해군기지 공사부지 경계구역에 맞춰 다시 설치하겠다면서 시설물을 치워달라고 이야기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 소리 아니냐"며 "해군측은 자신들이 온갖 불법을 저지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정주민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문화재 발굴조사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선적으로 문화재 발굴조사 지역 위에 설치된 불법펜스의 철거가 우선될 것이 아니냐"면서 "펜스가 먼저 철거되지 않는 한은 어떠한 이야기도 들을 생각이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이날 해군기지 공사 관계자들이 강정주민들을 만나러 오는 것에 경찰이 동행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해군측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은 아무말도 못하면서 이렇게 해군측의 일에 일일히 호위하듯 따라다니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이 경찰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 아니냐"면서 "경찰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라면 해군의 뒤를 봐주는 행위를 멈추고 불법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망루 철거를 요청하기 위해 중덕삼거리를 방문했던 해군측 공사관계자들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해군측에 펜스 철거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는 뜻을 밝힌 후 오전 11시 현장에서 철수했다. <헤드라인제주>

 

   
중덕삼거리 시설물 철거 요청에 항의하고 있는 강정주민들. <사진제공 강정마을회.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관계자들이 31일 펜스 재설치를 위해 중덕삼거리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제공 강정마을회.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